[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과거에는 저에 대해서 안 그러셨지 않습니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10월 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옵티머스와 관련해 여러 의혹을 제기하자 “선택적 의심이 아니냐,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느냐”라고 거칠게 따지듯 투덜거렸다. 같은 사법고시 동기이지만 사석에서 "형"으로 부르던 박 의원의 태도가 과거와는 정반대로 바뀐 것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윤 전 총장의 이 말은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유명한 ‘어록’이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처지가 뒤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추미애·박범계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히며 윤 전 총장을 옹호해왔던 박철완 안동지청장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31일 “두려운 감정이 올라온다”며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되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검찰 내부 게시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비록 현직은 아니시지만, 검찰의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불만을 에둘러 털어놓았다.
윤 전 총장이 연일 LH사태 등 현 정권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검사가 실명으로 비판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그는 윤 전 총장 퇴임 직전 역시 〈이프로스〉 글을 통해 “검찰을 위해 헌신하신 것 항상 기억하겠다"며 "앞으로도 집권여당 일부 등이 총장님께 씌우려고 한, 정치활동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해 조직과 권한을 활용했다는 프레임을 통렬히 깨부수어 주셨으면 한다”라고 적은 바 있다.
그러나 총장 사퇴 후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정반대의 입장으로 바뀌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박 지청장의 돌출발언에 윤 전 총장의 심기는 어떠할까?
“과거에는 저에 대해서 안 그러셨지 않았느냐”고 박 의원에게 투덜거렸던 자신의 어록을, 이제는 "과거에는 내게 안 그러지 않았나"라고 후배 검사에게 그대로 반사시켜야 하는 노릇인지 어안이 벙벙한 기분일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