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읽기] 학생기본소득을 제안한다
[성광진의 교육읽기] 학생기본소득을 제안한다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 승인 2021.04.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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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굿모닝충청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내년부터 대전지역 초·중등 학생 모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한다면 어떨까?

도대체 왜? 황당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주는 현금을 학생기본소득라고 정의하자. 그렇다면 이러한 현금 지급이 왜 필요할까?

출발선의 평등이라는 목표로 우리 사회는 전면적인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빈부의 차이에 따라 가난한 아이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학생 개개인의 소비에서 비롯될 수 있는 이러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학생에게 소비로 어느 정도 충족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부모의 능력에 따른 차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학생기본소득이다.

또 다른 가치로는 학생 자신들의 학업에 대해 노동과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이 하는 공부도 일종의 노동이다. 성인들이 노동을 통해 임금을 받는 것처럼 학생들도 자신들의 업인 공부를 통해서 댓가를 받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으로도 공부가 노동의 일종으로 그 가치를 존중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케티이미지뱅크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케티이미지뱅크

가장 소중한 것은 학생들이 사회가 자신에게 혜택을 주고 있음을 느끼고, 자신이 속한 사회에 긍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학생들 스스로 용돈을 관리,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교육과 연결하여 합리적 소비생활을 익히는 계기가 된다.

곧 다가올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확산으로 더이상 완전고용을 보장할 수 없는 사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 매년 15%씩 늘어날 정도로 도입 속도가 빠르고, 2030년에는 국내 일자리의 25%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 결과 만성적인 실업과 고용불안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장치 산업에만 로봇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24시간 활동하는 로봇 직원을 내세워 앞으로 사람이 필요없는 자영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내리고 있다. 주문부터 서빙까지 모든 일을 로봇이 맡아서 하는 무인 로봇카페도 영업을 하고 있다. 알바로도 취업하기 힘든 사회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에서도 누군가는 소비를 해야 경제가 계속 유지된다. 사회구성원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기본소득 지급은 불가피한 일이다. 미래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기본소득을 학생들이 학교에서 미리 실시하는 것은 미래 삶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 기본소득은 미래의 기본소득 시대를 대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대전지역에서만 초·중등 모든 학생들에게 일년간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면, 초등학생 4~6학년 약 4만명에게 월 2만원씩을 지급할 때 96억원, 중학생 약 4만명에게 월 3만원을 지급하면 144억원, 고등학생 약 4만명에게 월 6만원을 지급하면 288억원이 들어간다. 총 12만명에게 지급하게 될 기본소득은 총 528억원쯤 되는 셈이다.

이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 당장 어려울 수 있다면 우선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하고 예산 확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학생기본소득을 이미 시행하는 곳도 있다. 충북 보은군 판동초에서는 지난해부터 전교생 42명에게 1인당 매주 2천원씩 용돈을 교내 매점 화폐로 나눠주고 있다. 또 우리 지역인 대덕구에서도 올해 10월부터 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4,365명에게 매월 2만원의 용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했는데, 연간 10억4천7백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자영업의 어려움이 지속될 때, 학생기본소득을 지역화폐와 연계 발행하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돌아보면 무상급식이 시행될 때도 정치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학생기본소득도 바람직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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