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주년, 다양성 영화의 중심으로…
개관 10주년, 다양성 영화의 중심으로…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⑩ 대전아트시네마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5.02.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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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전아트시네마
영화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한 토토는 자신에게 영화의 꿈을 심어주었던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사망소식에 3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어린 시절에 토토에게는 영화가 전부였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천국’이라는 극장에서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처럼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웠다. 이 낡은 극장은 동네 사람들에게는 사랑방이자 놀이터였고 문화를 향유하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영화 ‘시네마천국’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향수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대전에도 시네마천국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관이 있다. 낡았지만 사람들에게 예술적 감성을 심어주고 있는 곳 중에 하나가 대전아트시네마다. 그동안 마니아들의 입소문 덕분에 명맥을 이어온 대전아트시네마가 정부지원 중단과 경영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영화진흥위원회는 예술 독립영화를 지원하기 위해서 아트시네마와 같은 영화관에 운영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대전아트시네마도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5000만원을 총 지원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지원금이 중단된데 이어 올해도 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다양성 영화의 중심을 놓치지 않았던 대전아트시네마, 오는 4월이면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10년의 여정을 강민구 대표에게 듣고 정리해 보았다.|

시네마테크대전
‘대전아트시네마’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네마테크대전’을 말해야 한다. ‘시네마테크대전’은 영화가 제작 상영된 1895년을 기리며 1997년 ‘시네클럽’으로 출발했다. 이후 한국적 시네마테크 운동을 적극 수용해 작가영화, 독립영화, 단편영화, 독립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을 지역에 배급하며, 지역 영화 인력의 인프라 구축에 힘쓴다. 또한, 2002년 전국의 시네마테크 단체들과 함께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를 결성해 시네마테크 운동을 발전적으로 계승한다.

시네마테크 대전은 지역의 영화 생산과 소비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열린 공간을 표방하고 기타 독립적인 문화운동 단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역의 소외된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지역의 대표적 영상문화운동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시네마테크대전의 주요 활동은 시네클럽, 대안적인 영화배급, 영화 향유자 층 개발, 영화 연구, 영상교육, 문화 복지, 연대활동으로 요약된다. 1997년 창립 이후 일반 관객이 접하기 어려운 단편영화, 인권영화를 포함해 퀴어영화 등을 소개하는 동시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전’, ‘빔 벤더스 영화제’,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제’, ‘프랑스 누벨바그 기획전’, ‘대전둔지미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 오던 중 안정적인 상영관 확보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시네마테크대전의 전용 상영관인 ‘대전아트시네마’를 개관한다.

그 무렵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한 예술영화관에 대전아트시네마가 선정되었다. 예술영화관 특성화 극장을 집중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대전아트시네마는 그간 대전이라는 도시 규모와 배후조건에 미루어 충분히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영화전용관이 없었던 점과 시네마테크대전의 인력들이 직접 운영하는 상영관으로서 그 의지와 프로그래밍 능력이 반영되어 예술영화관으로 선정되었다. 이는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예술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대전아트시네마
대전아트시네마는 1990년대까지 명맥을 이어온 동보극장이 있던 자리(대전시 동구 중동)에 위치한 다양성 영화 전용 상영관이다. 대전에서도 대중교통 이용이 가장 편리한 대전역 인근 중앙로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와 슈퍼스타에게 집중되어 있는 대중의 관심, 다양성 영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 부족, 자본의 흐름에서 갓길로 벗어난 영화 상영 등의 이유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그 동안 수많은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많은 상영관을 다니면서도 대전아트시네마라는 상영관의 존재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대전아트시네마를 ‘발견’하게 된 그는 이후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대전아트시네마를 찾아 영화를 감상하는 마니아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꼽은 최고의 작품은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렛미인>이었다. 대부분의 영화관이 상영을 외면한 이 작품을 생애 최고의 영화로 꼽으면서 그는 말했다.

 “아트시네마가 없었다면 나는 이 영화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살았을 수 있고, 내 인생은 그만큼 더 건조했을 것이다. 내 인생의 기쁨 하나를 잃어버렸을, 아니 맛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대전아트시네마는 상대적 소수일 뿐 적잖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것은 대전아트시네마를 회원제로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회원들은 인문학카페, 시네클럽, 브런치시네마 등의 소모임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하고 각종 정보를 공유한다.

시네마테크대전이 탄생의 근거가 되었던 만큼 대전아트시네마는 영화를 상영하는 당연한 일 외에도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전아트시네마 영화강좌이다. 그동안 ‘시나리오 기초과정’과 ‘색보정, DI 초급 과정’, ‘영화비평교실-영화는 어떻게 성립하는가?’ 등의 강좌를 열었다.

이 밖에도 ‘질 들뢰즈와 시네마’, ‘영화로 변주하는 철학의 물음들’과 같은 철학적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강좌와 함께 ‘영화 장르에 대해 궁금한 다섯 가지 것들’처럼 영화에 보다 가볍게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강좌와  ‘디지털 카메라, 구입부터 활용까지’와 같은 실용적인 주제의 강좌도 진행했다.

무엇보다 대전아트시네마는 소박하다. 대훈서적이 있던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작은 교통카드 충전소를 만나게 된다. 교통카드 충전소 앞 건물을 바라보면 조금 우묵하게 들어간 건물이 있고 건물 오른편으로 몇 개의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위층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간 3층에 대전아트시네마가 있다.

맑고 경쾌한 풍경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몇 개의 테이블과, 아마도 커피 원두를 볶은 것 같은 향기를 만날 수 있다. 은근하게 배어 있는 커피 향이 가끔은 카페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영화관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겨울이면 홀 중앙에 설치된 난로와 전기스토브도 볼 수 있다.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상영관이 춥다는 걸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름에는 다소 더우리라는 것도.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홀 내부에 비치된 서가에서 다양한 종류의 서적을 읽어볼 수도 있다. 영화 관련 각종 매거진과 단행본들, 그리고 약간의 시집을 비롯한 문학서적과 철학서적까지. 대전아트시네마의 강민구 대표가 한때는 시인을 꿈꾸기도 한 철학도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 문학과 철학이 주요 주제를 이루는 서가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대전아트시네마를 찾는 관객이 적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더 조용하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멀티플렉스의 어수선한 관람 분위기가 거북했던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대전아트시네마의 관람 분위기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다만 미리 영화 프로그램과 상영 시간을 대전아트시네마 인터넷카페에서 미리 확인해야 하는 것이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영화 예매가 일상화 되어 있는 지금 그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데이트 도중 ‘영화나 볼까’ 하고 즉흥적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대부분은 멀티플렉스로 향할 테니까. 관객의 수는 극장 운영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작 극장 측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일지라도 적은 관객 수는 대전아트시네마 입장에서는 고민거리일 법도 하다. 관람료 수입은 차치하더라도 좋은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감상하는 것은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고 상영하는 이들의 주된 관심사일 테니까 말이다. 이런 고민이 모이고 모여 ‘마을극장 봄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대전아트시네마는 여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영화 운동을 넘어
문화운동의 핵심적 역할이 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그 혜택이 다양한 계층에 전파되어서 다시 문화의 폭과 깊이가 확대되도록 하는 데 있다면 대전아트시네마는 그 중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관 자체 사업에만 몰두하는 것만으로는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미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에서도 대중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고, 가장 접하기 쉬운 장르이기도 하다. 종합 예술이 지닌 강점이 현대 사회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까닭이기도 한데 그래서 영화 예술의 다양성은 특히 더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양성’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보하는 지지대인 동시에 생태계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촉매이다. 모두가 주류 영화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와중에 갓길에 서서 다른 영화를 외치는 것은 어쩌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 외침을 많은 사람들이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 영화 생태계를 유지하는 자양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한류’로 대변되는 주류 상업 음악이 아닌 인디음악에 대한 지원이 대폭 줄어들었음에도 꾸준히 그리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이 그 예이다. 대중음악 생태계와 영화 생태계가 아직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그 힘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우리를 인정하는 일이다. ‘다양성’은 곧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시네마테크대전’과 ‘대전아트시네마’, ‘마을극장 봄 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우리 지역의 영화 운동은 우리에게 ‘다양성’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을 지키고 보듬는 것은 비단 영화의 다양성을 살리는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살리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대전아트시네마의 여정을 들려준 강민구 대표에게 어려운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물었다

“지금도 어렵지만 10년 전에도 어려웠어요. 중요한 것은 대전아트시네마가 개관 10년을 맞았다는 점입니다.10년을 이끌어왔으면 20년도 이끌어 가지 않겠어요”

20년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관객의 힘이다. 허름한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화에 빠져든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이미 행복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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