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농일기] 한여름, 옥수수 수확을 끝내고 절임 배추 시작
[나의 귀농일기] 한여름, 옥수수 수확을 끝내고 절임 배추 시작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한 박지혜 씨, ‘괴산울엄마농장’ 운영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9.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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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한 박지혜씨가 자신의 배추밭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괴산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귀농·귀촌을 하고 싶어도 막연한 게 현실이다. ‘나의 귀농일기’는 충북으로 귀농해 새 삶을 살고 있는 귀농인들이 직접 기록한 솔직 담백한 글이다. 경제·사회생활을 비롯해 교육과 문화 등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는 귀농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괴산군 문광면 박지혜 씨] 어느덧 8월의 한여름. 가장 뜨거운 여름휴가의 시즌이 돌아왔다. 매년 여름 휴가철에는 괴산을 찾았던 우리 가족.

이제는 괴산에 살고 있다. 물, 바람, 흙, 나무, 산…. 이제는 익숙한 풍경 속에 늘 휴가온 듯한 느낌이다. 마음에 여유가 찾아온 건지 시골로 이사 온 뒤로는 특별히 여행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옥수수 수확을 이래저래 마무리하고 잠깐의 쉼도 없이 배추 파종의 중요한 시기가 왔다. 첫해 농사라 긴장은 놓지 않았다. 8월 5일 배추 파종을 했다. 가장 더운 시기인 만큼 어린 육묘를 기른다는 게 절대 쉽지는 않았다. 

오랜 경력의 베테랑 농부들도 한여름의 배추 육묘는 힘들다고 한다. 분명히 아침에는 파릇파릇 생생했는데 오후가 되면 뜨거운 태양에 이겨내지를 못하고 축 늘어져 있는 배춧잎들은 본다. 너무 당황스럽다. 어딜 가서 물어보지? 어떻게 해야 하지? 물을 줘볼까? 당황스러운 마음에 마음이 복잡하다. 

마침 하우스에 어르신 한 분이 들어오셨다. “점심 먹었어?” 하우스를 빌려주셨던 앞집아저씨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저씨 질문에 답변은커녕 “아저씨 얘네들이 죽어가요. 아침에 물도 듬뿍 줬는데 물이 부족한 건가요? 어떻게 해야 해요?” 마음이 급했다. 

아저씨는 그냥 씨~익 웃으시고는 “그냥 둬. 지금 물 주는 건 안돼고 내일 아침에는 물을 흠뻑 줘. 물이 부족한데 시간상 지금 주면 잎이 타서 안 좋아” 물주는 방법이 틀렸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그래도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다행이었다. 큰일이 생긴 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정오 하우스 내부의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는다. 어린 새싹이 버티기엔 당연히 힘든 조건이다. 힘든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버티어 야무진 묘종으로 키워내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힘겨운 육묘 기간인 20일의 시간이 지나고 본 밭으로 옮겨 심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심고 난 뒤 시원한 빗줄기가 내렸다. 집에 돌아와 거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하고 회식하는 느낌이랄까? 내일은 늦잠 좀 자야지~. 이틀 뒤 다시 밭으로 나갔다. 눈을 의심했다. 이게 뭐지? 배춧잎들이 벌레들의 공격에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고 심지어는 줄기가 통째로 끊어진 곳도 보였다. 귀뚜라미와 벼룩잎벌레의 습격이었다.

정식 전 육묘상에서 방제하고 내보냈었어야 하는 일이었는데 미처 몰랐던 것이다. 뒤늦은 방제로 뒷북을 치고 한순간에 배추들이 흉측해졌다. 뭐하나 쉬운 일이 없다. 그날의 경험으로 또 한 가지 농사법을 배우고 알아간다. 

90여 일이 지나가고 드디어 11월. 배추 수확을 하고 절임 배추를 시작했다. 나의 절임 배추 첫 고객은 지난번 옥수수를 구매해주셨던 분들이 대상이었다. 옥수수에 이어 절임 배추 판매 문자를 발송하고 네이버 스토어에도 상품등록을 새롭게 했다.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한 박지혜씨. 사진=괴산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한 박지혜씨. 사진=괴산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두근두근. 과연 이 많은 배추를 다 팔 수 있을까? 문자 발송을 한 뒤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옥수수 팔 때 한 번 이상 통화한 경험이 있었던 분들이라 전화가 왔을 때 우선 친근함이 있었다. 성함을 불러 인사를 드렸고 안부를 묻는다. 우선 이름을 기억해주는 일에 고객은 감동하고 최근 안부를 묻는 인사에 고객과의 편한 대화가 이어졌다. 

절임 배추 예약까지 받고 선입금까지 이어졌다. 노력한 게 있었다면 판매의 목적달성보다는 고객 한분 한분과의 통화에 집중했다. 작년 김장에 관한 얘기부터 가족들의 이야기, 본인의 건강 상태부터 자신의 성격까지.

편안한 대화로 그렇게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했고 고객의 특성을 기억하게 됐다. 첫해 절임 배추 판매는 생각보다 좋았고 이후에 반응도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남아있는 배추가 더는 없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농작물도 더 잘 키울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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