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낙후 소방시설, ‘양치기 소년’ 신세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낙후 소방시설, ‘양치기 소년’ 신세
잦은 오작동으로 소방시설 OFF… 피해 키우는 원인 되기도
감지기 오작동으로 인해 지난해에만 42억 낭비
화재 적중률 1%, 경비 "경보 발생 시 일단 끄고 사실 확인"
  • 박종혁 기자
  • 승인 2021.10.17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화재 사고 때마다 드러나는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 차단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낙후된 소방시설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사진=/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대형화재 사고 때마다 드러나는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 차단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낙후된 소방시설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사진=천안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낙후된 소방시설이 잦은 오작동으로 '양치기 소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잦은 오작동은 민원 발생과 사회적 비용 손실 등을 야기, 시설을 임의 차단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는 대형화재 시 자칫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천안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등 올해 발생한 3건의 대형화재에서 소방시설을 임의로 차단한 문제가 드러났으며, 이는 화재 감지시설이 낙후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형화재 시 소방시설 차단사례. 사진=박완수 의원실 제공/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대형화재 시 소방시설 차단사례. 사진=박완수 의원실 제공/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지난 6일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에 따르면, ▲남양주 주상복합 화재(지난 4월) ▲쿠팡 물류창고 화재(지난 6월) ▲천안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지난 8월) 등의 대형화재에서 소방시설의 오작동을 의심해 임의로 차단하거나 평소에 시설 자체를 꺼놨던 것으로 확인했다.

화재감지기 등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최초 화재를 빠르게 감지해 피난 시기를 알리고, 모든 소방시설과 연동되는 ‘두뇌’ 역할을 해야 하나, 사고 대부분에선 이 시설을 차단해 모든 소방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화재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박 의원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대형 백화점과 의료시설 등 건축물을 조사한 결과 화재감지기의 잦은 오작동이 발생하고 있었으며, 소방안전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애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소방시설 관리자들은 평상시 소방시설을 차단 또는 정지시키지 않고 정상 관리하더라도 비화재보가 자주 발생해 시설물 입주자나 이용객 등으로부터 민원을 사고 있었다.

천안 아파트 주차장 화재 당시 화재 감지기 기록. 사진=박완수 의원실 제공/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천안 아파트 주차장 화재 당시 화재 감지기 기록. 사진=박완수 의원실 제공/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이로 인해 관리자들은 화재신호 발생 시 먼저 화재경보를 임의로 끈 뒤 실제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화재가 발생한 천안 아파트에 경비로 근무했던 한 시민은 “지난 2018년 무렵 경비업무를 진행했었는데, 하루에 화재감지기가 많으면 3번까지 울리기도 했었다”며 “오작동으로 인한 민원이 너무 많아 경보 발생 시 일단 감지기를 끄고, 확인한 뒤 이상 없으면 감지기를 다시 켜는 방식으로 일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시설 낙후는 관리자들의 불편뿐만 아니라 소방력 손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자동화재속보설비 작동에 따른 비화재보(화재감지기 자체의 결함이나 오동작 등으로 인해, 실제 화재가 아닌 상황에서 경보를 발하는 것) 출동 건수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4만 5424건에 달하고 있으며, 2011년 1977건을 시작으로 매해 증가하면서 10년 새 약 23배가 늘었다.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지난해에만 최소 42억 원 수준의 예산이 낭비됐다. 사진=박완수 의원실 제공/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지난해에만 최소 42억 원 수준의 예산이 낭비됐다. 사진=박완수 의원실 제공/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비화재보 출동 건수와 ‘1회 출동 시 소방력 투입 비용’을 계산해보면, 지난해에만 214억 7000만 원(45,424건×472,829원)에 달하는 소방예산이 비화재보 출동에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와 차량 보험료 등 고정비를 제외하더라도 최소 42억 원 수준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또한 화재가 감지되면 소방서에 자동으로 신고하는 ‘자동화재속보설비’ 작동으로 소방이 출동한 3만 2764건 중 3만 2685(99.75%)건이 비화재보였던 것으로 나타나는 등 화재감지기 적중률은 100건 중 1건도 안 됐다.

박 의원은 “화재감지기를 믿지 못하거나 관리가 어려워 소방시설 전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건 구시대적 화재 감지 시스템이 원인이다”라며 “사고 시 안전관리자에만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비화재보에 대처하기 수월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