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41] 가을 예산의 ‘香’ 여정에 만난 모과향...예산 예림리 모과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41] 가을 예산의 ‘香’ 여정에 만난 모과향...예산 예림리 모과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1.0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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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모과는 사람이나 야생동물이 먹기 어려운 열매이다.

깨물어 먹기에는 크고 단단하며 시고 떫은맛은 괴팍스럽기까지 하고, 생김새는 선뜻 먹기에는 주저할만한 울퉁불퉁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과의 특징은 씨앗이 널리 확산되기도 어렵고, 야생동물에 묻혀 이동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열매가 작고 과육이 쉽게 떨어져 나가 안의 씨앗이 땅에서 쉽게 발아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 불리한 점투성이다.

결국 사람의 필요로 재배되었고,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퍼져 나갈 수 있었다.

모과의 매력은 생김새와 맛에 있지 않고 ‘향’에 있다.

추운 한기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기관지 질환을 막아주거나 피로회복에 다스리는데 좋으며, 갑작스러운 배앓이나 경직된 근육통도 치료하는 모과의 다양한 쓰임새는 모두가 향에서 기인한다.

녹색이 빠지고 노랗게 익어가다가 얼룩 반점이 점점 커져가면서 썩어가도 모과는 고약한 냄새 대신 강렬한 향기가 난다.

숯이 공기 중의 물기와 먼지를 잡아준다면, 모과는 자신을 썩혀서라도 향을 내뿜는다.

예산군 예림리 모과나무에 대한 기대도 향이었고 가을을 기다렸다.

450년이 넘는 세월에 비해 예림리 모과나무의 모습은 높거나 크지 않았다.

주변의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때문인지 뒤쪽에서 보면 나무가 작아 보였다.

조용하게 모과나무를 감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쿵’하며 거대 동물의 발 딛는 소리와 진동이 연달아 이어졌다.

중력을 버티지 못한 모과들이 떨어지는 소리인데, 미세한 진동까지 느껴질 만큼 모과 열매는 나무 덩치에 비해 크고 알차 보였다.

모과나무 아래는 중력을 버티지 못한 모과 열매가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다.

단단하고 속이 꽉 찬 열매는 썩는 게 더디거나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쉬운데, 모과는 땅에 떨어져도 썩은 내가 나지 않았고, 땅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먹기 위해 몰려드는 곤충이나 소형 동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 인문학자 강판권은 이런 모과에 대해 ‘나무철학(2015년)’에서 “모과나무는 몸은 물론 썩은 열매의 냄새도 향기로우니 얼마나 정결한 존재인가”라고 칭찬할 정도로 모과는 향만으로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 나무다.

450년이 넘은 모과나무는 수십 개의 열매를 중력에 빼앗겼어도 여전히 가지에 수십 개의 모과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하늘로 뻗은 가지와 모과를 잡고 있는 가지 모두 여전히 젊고 건강한 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추사고택 주변이나 추사 백송공원의 모과나무와 비교해도 크기와 건강함은 단연 으뜸이다.

다만 추사고택의 모과는 방문객들에게 관심을 받고 자라고 있지만, 예림리의 모과나무는 누구에게도 관심을 못받고 있는 처지가 안타깝다.

내년에는 462살의 모과나무에서 딴 모과로 모과차나 모과엑기스, 모과와 관련된 제품을 만들어 방문객에게 나눠준다면 많은 이들이 예산의 가을 향기를 느끼려고 재방문할 것이다.

추사고택과 예림리를 방문하면서 기자는 솔향과 사과향, 그리고 모과향에 흠뻑 취해 봤다.

다음에는 묵향까지 더해진다면 가을 예산의 향을 모두 느끼고 가는 셈이다.

예산군 신암면 예림리 75-3 : 모과나무 461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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