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43] 다빈치가 반한 단풍나무 ... 서산 운신초 단풍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43] 다빈치가 반한 단풍나무 ... 서산 운신초 단풍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1.1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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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2007년 세계 최고의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인류 역사를 바꾼 10명의 천재 중에 가장 창의적인 인물로 르네상스(Renaissance)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를 선정했다.

다빈치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미술가의 족적도 위대했지만, 과학자의 업적도 눈부셨던 인물이다.

인체해부학부터 유체역학, 식물학 등을 비롯해 비행 원리를 위해 새가 나는 방법을 탐구하고, 공기의 흐름과 바람이 만들어지는 원리까지 세상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려던 열정적인 과학자였다.

이런 다빈치에게 단풍나무는 바람과 비행 연구에 최적의 재료였다.

단풍나무 씨앗은 두 개의 날개 덕분에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도 바람에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가다가 한참 뒤에 땅에 떨어진다.

이런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에 반응하는 형태와 모습을 탐구하던 다빈치는 자신의 연구노트인 ‘코덱스 아틀란티쿠스(Codex Atlanticus)’에 헬리콥터의 원리와 설계도를 남겼다.

아무리 식물학과 공학을 넘나들었던 천재라도 오늘날의 헬리콥터나 드론과 유사한 설계도를 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빈치의 천재성은 다른 천재들과 비교해도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인 것은 틀림없다.

나무는 스스로 걸을 수 없다.

누군가 씨앗을 옮겨 주지 않는다면 나무는 어미 나무 아래서만 자라게 되어 가족끼리 햇빛과 수분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다가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바람은 나무에게 매우 중요한 후원자인 셈이다.

바람에 종자를 실려 보낼 수만 있다면, 좀 더 건강한 유전자를 만날 수 있거나 넓은 서식지를 확보해 자신의 후손들이 번창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단풍나무는 공중에 오래 머물수록 부모로부터 더 멀리 날아가 종자를 퍼뜨리고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 바람에 적응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해야 했다.

바람이 불면, 날개를 갖춘 단풍나무 씨앗은 토네이도처럼 빠르게 회전할 수 있고, 씨앗 주변에 형성된 소용돌이 양력으로 땅에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 1642~1727)이 사과나무 아래서 만유인력을 깨달았다면 다빈치는 단풍나무 씨앗으로 비행원리를 탐구했다는 점에서 나무는 과학자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는 셈이다.

서산시 운산면 운신초등학교 단풍나무는 이층 높이의 학교 건물을 넘어선 줄기와 가지로 학교 밖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크고 웅장한 보호수이다.

부챗살처럼 힘차게 뻗은 모습과 16m의 원형 벤치에 둘러싸인 모습은 마치 작은 공원에 온 것처럼 봄부터 가을까지 넓은 그늘을 제공한다.

그러나 특별한 무언가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단풍나무의 느낌이나 특별한 경험을 듣고자 했으나, ‘없다’라는 짧은 대답뿐. 학교도 단풍나무 보호수를 매개로 한 교육활동은 없었다.

운신초등학교뿐만 아니라, 보호수가 있는 몇몇 초등학교는 보호수로 지역의 환경·역사·과학·예술 분야와 연계한 교육 활동은 전무했다.

기후 위기에 최고의 탄소흡수원인 ‘나무와 숲’에 대한 이야기부터 수백 년을 살아온 보호수를 통해 지구의 기온이 어떻게 변화한지를 탐구하고 학습할 기회는 보호수의 나이만큼 축적돼 있다.

교과서 연계와 연령별 학습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창의적 교육과정도 반드시 학교 밖의 과학관이나 박물관, 체험관을 찾지 않아도 보호수 그늘 아래서 가능하다.

교육 전문가들이 단골로 말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교과와 체험이 융합된 교육, 배려와 소통이 가능한 인성 교육도 보호수를 중심으로 마을과 지역의 인문환경과 주민들과 연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보호수 현장은 덩그러니 안내판만 남아 있어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빈치가 발견한 단풍나무 씨앗의 비행 원리가 증명된 것은 최근 10년 전의 일이다.

곤충이나 새들의 정지비행과 동일한 작동원리란 사실도 이때 밝혀졌다고 하니, 다빈치의 탁월한 탐구와 발상은 4차 산업시대에도 놀랍고 유효하다.

가을이 끝나면 나무들은 ‘씨앗의 시간’을 갖는다. 여러 형태의 씨앗은 오랜 세월 환경에 견디면서 습득한 지혜의 산물이다.

바람을 타고 자기에 맞는 토양 성질을 찾고 경쟁 생물과의 적절한 관계를 체득하고 생태계의 법칙도 따르면서 자신의 모양과 성격을 바꾸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미래 인재를 위한 키워드는 ‘창의’와 ‘인성’이라면 단풍나무 씨앗은 다빈치가 증명했듯이 첨단 과학 원리를 품고 있고, 주변의 환경을 배려하는 인성을 갖춘 셈이다.

더욱이 단풍(丹楓)의 한자어에 ‘바람(風)’이 들어간 것을 미뤄 짐작한다면, 우리 선조들도 단풍과 바람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단풍나무는 ‘색’보다는 ‘과학’으로 탐구해야 할 때다.

서산시 운산면 신창길 51-7(운신초등학교) : 단풍나무 1본 105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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