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감독관 차출 교사 향한 과도한 책임론… “부담감에 실신까지”
수능감독관 차출 교사 향한 과도한 책임론… “부담감에 실신까지”
수능 후 매년 민원 및 소송 시달려… 감독관 기피 현상까지
기피 원인 ‘과도한 책임’ 97.8%, ‘체력적 힘듦’ 96.6%
대전교사노조 "하루빨리 수능감독관 처우 개선 방안 마련해야"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1.11.24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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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자료사진/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자료사진/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수능감독관으로 차출된 교사들을 향해 과도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일선 중·고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요구에 따라 지도·감독을 실시해도, 돌아오는 건 수험생 및 학부모 등의 민원과 소송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에 따르면 평가원이 각 학교로 전달한 ‘감독관 유의사항’에는 1교시 본령이 울린 후(8시 40분), 응시원서와 수험표 및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대조해 본인 여부 등을 확인 후 감독관 확인란에 인장 날인 또는 정자 서명을 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지침에 따라 감독관들은 시험 시작 후 수험생들의 본인 확인을 진행하지만, 매년 수능이 끝난 후 본인 확인 행위가 방해된다는 등의 이유로 담당 감독관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고소장을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고 인생이 걸린 시험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교사들 또한 실수가 없게 하려고 매뉴얼이 너덜거릴 정도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며 “하지만 돌아오는 건 민원에 소송이라는 게 가끔은 회의감이 들고, 수능 감독으로 차출이 되면 그 전부터 부담감이 들어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평가원 누리집에 올라온 ‘수험생 유의사항’의 6번 문항인 ‘1·3교시는 시험 시작 전에 별도의 시간을 두어 수험생 본인 확인 및 휴대 가능 시계 여부를 확인하며, 수험생은 이에 따라야 한다’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번 문항에 따라 수험생들은 본인 확인 등이 시험 시작 전 끝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며, 감독관들의 시험 시작 후 본인 확인 등의 행위가 방해로 느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수험생 유의사항은 수험생 본인이 확인해야 하는 사항으로, 감독관 유의사항과 무관하다는 게 평가원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일부 유튜버들은 감독관 유의사항은 제쳐두고 수험생들의 제보만으로 감독관 비판 영상을 제작해, 따가운 눈초리를 사기도 했다.

양측의 입장 및 사실 확인은커녕, 시험 후 최대치를 찍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본인의 인지도와 조회 수를 올리려는 속셈으로 비춰진다는 이유다.

대전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감독을 맡은 선생님들도 그 역할이 부담되고 힘들지만, 애들이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교시 내내 서 있는데 저런 영상을 올리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현장에선 이럴 거면 평가원이나 외부에서 감독관을 뽑아 세우라는 등의 불만이 매년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한 선생님은 대학 입학시험에 왜 ‘중·고등교사’가 감독관을 서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교수들이 담당하면 안 되는 거냐고 한탄을 하기도 했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선생님이 부담감은 물론 수능 감독에 대한 거부감까지 드러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중·고교 교사 4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6%가 자신의 의사와 달리 어쩔 수 없이 수능 감독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재 조건대로 수능 감독관을 모집한다면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문항에는 90.7%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기피 원인의 경우 ‘과도한 책임’에 97.8%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체력적 힘듦’에는 96.6%가 동의했다.

‘희망교원 및 외부인력 충원’에는 73.4%가 찬성했으며 ‘전면 외부인력으로 위촉’은 15.6%, ‘현행 유지’는 4.8%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교사가 소송 등 과도한 책임과 체력적인 이유로 수능 감독하기를 꺼리고 있으나,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감독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전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감독관 차출은 할당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아도 병원 진료확인서나 의사 소견서가 없으면 무조건 해야 하며, 원하든 원치 않든 울며 겨자 먹기로 감독관을 하는 교사들이 많다”며 “또 감독을 한번 설 때마다 120분가량을 정자세로 있어야 하는 탓에 매년 실신하는 교사들이 나올 정도로 체력적으로 고된 상황이었고, 그렇다 보니 작년부터 수능 의자가(감독관이 시험 진행 중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 도입됐지만 교육당국에서 엄정한 감독을 요구하며 되도록 의자에 앉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다들 앉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실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바뀌었지만 지난해까진 시험감독을 하기 전 모든 사항을 준수하고 이뤄지지 않을 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서약을 했던 터라, 자칫 잘못하면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게 될까 하는 부담감이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빠지고 모든 사항을 엄중히 지킬 것을 서약하고 있지만, 부담감이 막중한 것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듯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중등교사들에게만 수능 감독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중등교사들만 감독관으로 차출할 게 아니라 교육청 내 모든 구성원에게도 감독을 분담하거나, 수능시험은 대입을 위한 것이므로 대학 자체에서 수능 감독을 책임지는 등의 개선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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