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어린이재활병원, 후원금 협약에 웬 비밀유지?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어린이재활병원, 후원금 협약에 웬 비밀유지? 
공공병원명‧병원운영 참여 보장, 불이행시 후원금 반환 조건까지 수용
적정 비용 지불하면 지방자치단체인 대전시의 이름도 살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시장만능주의’ 넘어서는 공공 영역 가치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2.01.13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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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눈과 귀를 가린 ‘밀실 협의’가 쟁점이다. 협약 내용 자체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더 기막힌 것은 이 같은 내용이 그동안 전혀 공개되지 않았을뿐더러 논의과정도 없었다는 점이다. (대전시 제공/ 굿모닝충청=김선미 편집위원)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린 ‘밀실 협의’가 쟁점이다. 협약 내용 자체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더 기막힌 것은 이 같은 내용이 그동안 전혀 공개되지 않았을뿐더러 논의과정도 없었다는 점이다. (대전시 제공/ 굿모닝충청=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공공기관의 이름을 팝니다.” 앞으로 대전시에서는 이런 광고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농담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기업이 적정한 비용만 지불하면 지방자치단체인 대전시도 ○○전자市, □□건설市로 명명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이름을 팝니다.” ○○전자市, □□건설市 명명도 가능? 

대전시가 결국 지역사회의 거센 비난과 반발에 부딪히자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명칭에서 기부금을 낸 기업의 이름을 빼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대전시의 일처리는 할 말을 잃게 한다. 

대전시는 지난 2019년 2월, 넥슨재단과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로 100억 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400억 원 남짓한 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 비용에 비춰보았을 때 적지 않은 금액이다. 

당연히 시와 시민들은 큰돈을 쾌척해준 기업에 감사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밝혀진 세세한 이면 협약 내용은 눈과 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쾌척해준 기업에 감사, 그러나 할 말 잃게 만든 대전시의 일처리 방식

“전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기업명을 넣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병원장 임명과 병원 운영에도 넥슨재단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심지어 이 같은 조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기부금을 반환한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넥슨재단 홈페이지에는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소개되어 있다. ‘공공’ 표기는 사라지고 권역은 느닷없이 ‘충남’까지 포함되어 있다. 

100억 원의 후원금을 대가로 전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자신들의 성과로 삼고자 한 기업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기부와 후원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부문화는 장려되어야 하고 기부자의 이름과 뜻도 알려져야 한다. 후원금을 내는 기업이 아무리 과한 요구를 했더라도 기업은 죄가 없다. 

기부 조건 아무리 과해도 기업은 죄가 없다, 문제는 이를 수용한 대전시 

문제는 대전시다. 기업의 요구를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덥석 받아들인 대전시의 무신경이다. 협약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후폭풍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전시와 허태정 시장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다. 

스포츠팀이나 경기장, 특정 장소, 건물 등에 비용을 지불하고, 후원하는 기업의 명칭 또는 기업의 브랜드명을 붙일 수 있는 ‘명명권(Naming Rights)’ 혹은 ‘명칭 사용권’은 너무 흔한 일이다. 

명명권은 지자체의 시정 마케팅에서도 이용된다. 하지만 명명권 마케팅이 아무리 성행한다 해도 공공병원과 같은 공적 성격이 강한 시설과 기관에 기업의 이름을 새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처음 제안하고 공론화하며 수년 동안 노력해왔던 관련 단체들이 시에 수차례 질의를 했어도 대전시는 2년 동안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사단법인 토닥토닥 제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처음 제안하고 공론화하며 수년 동안 노력해왔던 관련 단체들이 시에 수차례 질의를 했어도 대전시는 2년 동안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사단법인 토닥토닥 제공)

대전시와 시장의 무신경, ‘공공성’에 대한 인식, 더 이상 비밀은 없는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어린이병원 후원금 논란의 핵심은 명명권 허용 여부가 아니다. 이를 결정하기까지의 절차와 과정이 정당하고 타당했느냐 하는 점이다.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린 ‘밀실 협의’가 쟁점이다. 협약 내용 자체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더 기막힌 것은 이 같은 내용이 그동안 전혀 공개되지 않았을뿐더러 논의과정도 없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민간과 후원금을 주고받으면서 무슨 ‘비밀유지’ 조항이 필요했는지 모르겠지만 대전시가 ‘비밀유지’를 이유로 협약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붙인 탓에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의회도 몰랐다고 한다. 

수차례의 질의에도 2년 동안 비밀 고수,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을 묻다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처음 제안하고 공론화하며 수년 동안 노력해왔던 관련 단체들이 시에 수차례 질의를 했어도 대전시는 2년 동안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공공성 훼손’과 ‘밀약 행정’이라는 비난과 반발이 거센 이유다. 이는 대전시가 비난받아 마땅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전시는 협약 내용이 공개되며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제 와서 넥슨의 명칭을 빼고 넥슨이 이를 거부할 경우 기부금도 반환하겠다는 다급한 수습책을 내놓았다. 광역단체 행정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는 후원금을 낸 기업에도 예의가 아니다.

다급해진 대전시, 넥슨 빼겠다지만 이는 기업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협약 과정이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되고 의견수렴을 거쳤다면 지금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대전평송청소년센터,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처럼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대전시 넥슨 공공어린이재활병원’과 같은 네이밍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밀실 협의’ 논란은 자연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떠올리게 된다. 민선 7기 허태정 대전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전 베이스볼 드림 파크’가 어느 날 슬그머니 ‘한화 베이스볼 드림 파크’로 이름이 바뀌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베이스볼 드림파크와 관련 지금까지 발표한 내용 외에 시민들이 모르는 이면 합의는 없는지? 챙겨 볼 대목이다. 현재는 베이스볼 드림파크로 불리고 있다.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가 ‘한화 베이스볼 드림 파크’로 바뀔지도 몰라

“어떤 대상이든 기업의 로고를 새기면 의미가 바뀐다. 시장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명명권과 시정 마케팅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점유하면서 공적 성격을 약화시킨다.”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2년 후에 출간한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마지막 장을 ‘명명권’에 할애했다. 

돈만 되면 뭐든지 팔고 살 수 있다는 ‘시장지상주의’가 스포츠 시장을 넘어 ‘시정 마케팅’이라는 미명 이래 공공의 영역까지 무분별하게 파고들며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데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를 담았다. 

대전어린이재활병원을 둘러싼 기업 후원 논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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