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본인이 전시하고 본인 일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나설 순 있지만, 남편이 정치하는 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약자와의 동행' 활동에 함께 하는 것도 썩 내켜 하지 않았다."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22일 보도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당선자의 이 말은 믿어도 되는 것일까?
대통령 관저를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관저로 선정했다가 시설 낙후와 주변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하기로 한 결정에 김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들끓고 있다. 공관 선정이라는 국정에 당선자 배우자가 끼어들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공사 구분을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는 23일 “이것이 만일 사실이라면 국정과 개인사가 아무 구별도 없이 결정되는 것으로,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을 예고하는 셈”이라며 “본질적으로 국정에 관여할 수 없는 자의 국정농단이자, 공권력 사유화의 본격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보통 시민의 경우에는 부인이 자신의 집에 대한 선택권을 남편보다 더 강력하게 가질 수도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 관저 선정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고려해야 할 차원과 내용이 전혀 다른 사안인 데다,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법·제도적으로 규정된 국정 운영 시스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일깨웠다.
특히 “김씨의 대통령 관저 선정과정 개입은 이런 사안 일체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것이고, 더군다나 외교부 공간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너무나 중요한 외교본부”라며 “국방과 외교의 주요기관을 이런 식으로 난도질해버리는 당선자와 그 배우자는 거의 무단침입자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이어 “스스로 왕과 왕비라고 생각해서, 뭐든 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냐”며 “김건희 씨는 수사 받는 곳에 가 있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알려졌음에도 검찰의 소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상을 지적한 것이다.
김성회 씽크와이정치연구소장은 “합창의장 공관 가기로 했다 뜬금없이 중간에 갑자기 틀길래, ‘정말 그건 아니겠지’ 했는데 그거였다“며 “당선자 배우자가 외교부로 가자 하면 합참공관 가기로 한 계획은 다 없던 걸로 하고 옮기면 되는 거냐. 외교부 공관이 장관 잠 자는 덴가? 외국 주요 인사 접견하고 회의하고 만찬하는 장소 아닌가?”라고 물었다.
또 “김건희 씨가 장소를 둘러본 건 지난 주말(16~17일)이었고, 합참 공관 이전 계획 백지화는 20일이었다”며 “도대체 인수위는 누구 말을 듣고 일을 하는 거냐”고 따졌다.
한편 김씨는 지난주 외교부 공관을 방문해 집 안팎을 살펴보고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을 초대해 리셉션장소로 사용하는 정원을 만족스러워했고, 특히 정원에 있는 키 큰 나무 하나를 콕 짚어 “베어내는 게 좋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씨가 공관을 다녀간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윤 당선자도 공관을 찾아왔는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 쪽과 사전 약속 없이 깜짝 방문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