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4] 살아서는 붕당 정치의 영수, 죽어서는 신선이 된 이산해와 느티나무...예산군 대술면 방산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4] 살아서는 붕당 정치의 영수, 죽어서는 신선이 된 이산해와 느티나무...예산군 대술면 방산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5.21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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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예산군 대술면 방산리의 느티나무는 작은 연못에 조성한 3개의 섬마다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

봄철은 주변 산림과 계류에서 동면하다가 번식하려고 모여 든 큰산개구리들의 우렁찬 합창과 알 뭉치들이 곳곳에 쌓였는데, 5월의 연못은 시꺼먼 올챙이들이 눈에 띄게 자라면서 연못은 작은 생태습지가 됐다.

느티나무는 잎을 내어 연못을 감싸는 모양새를 갖췄고, 수면에는 연잎이 빽빽이 자라 그동안 허전했던 공간은 식물로 채워지면서 연못은 이웃한 방산저수지와 다른 소박하면서도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이른 봄까지 장방형 연못에 3개의 인공섬, 그리고 느티나무를 각각 심은 모습이 너무 작위적인 풍경이었던 반면에 오월의 방산리 느티나무는 자연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연못을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을까?

연못 옆에는 이산해(1539~1609)의 신도비가 있고 연못 위쪽으로도 이산해의 묘가 있어 연못은 이산해를 위해 조성됐음을 알 수 있다.

이산해는 조선 중기 문신으로 율곡 이이, 서애 류성룡 등 시대를 초월한 대학자들나 정치인들과 교분이 두터운 관료이자 학자였다.

그는 풍수에 밝고 개성적인 학문과 사상을 펼쳤던 토정 이지함에게 학문을 배웠고,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덕형이 그의 사위일 만큼 조선 중기 대표적인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산해는 명종대부터 관직에 입문하여 선조대에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영의정을 수차례 맡을 정도로 조선 중기의 정치가로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일찍이 관료로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그만큼 영광과 좌절을 수없이 넘나들던 인물이다.

그가 살던 16세기는 학문과 정치적 유대관계가 깊은 사대부들이 상호 비판과 견제를 원리로 형성된 ‘붕당정치’가 만개했을 때이다.

이산해는 선조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로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영상의 자리도 수차례 올랐기 때문에 그의 권력과 자리는 많은 사대부들에게 공격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송강 정철은 정여립의 모반 사건의 조사를 주도하면서 별 물증없이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동인들을 몰아세워 죽은 사람만 일천 명이 넘고 유배를 떠난 동인의 숫자도 수백 명에 이르렀다.

이때 동인의 영수였던 이산해도 탄핵을 받을 위기에 처했었다.

또한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왜군의 침략에 제대로 경계하지 못했다고 이산해를 탄핵해야 한다는 상소도 빗발쳤다.

결국 이산해는 책임을 지고 관직에서 물러났지만 선조 말에는 다시 영의정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사초나 실록에서 이산해는 율곡 이이와 서애 류성룡과 달리 평가가 박하다.

율곡 이이는 사후에 성리학자의 최대 영예인 문묘에 배향을 받았고, 서애도 후한 평가를 받았지만 이산해는 조선의 서원중에 그를 배향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평가가 낮다.

이런 평가와 상관없이 사후의 이산해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부인과 합장한 묘는 풍수지리상 명당자리로 평가받는다.

풍수에 밝은 아들과 사위는 직접 묘를 조성했고, 두가지의 이유로 연못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묘 아래 급경사로 땅기운이 쉽게 빠져나갈 것을 방지하려는 ‘비보(裨補)’를 위해 연못을 만들었고, 두 번째는 죽기 전 연꽃을 무척 좋아했던 장인을 위해 한음 이덕형은 연꽃을 심어 연당(蓮塘)을 만들었다.

평소 신선세계를 동경하던 이산해를 기리기 위해 후손은 도가의 신선사상에 나오는 삼신도를 만들었고, 그 위에 느티나무를 심은 것이다.

조선의 대학자를 배출했던 16세기에 이산해는 학자보다는 수완 좋은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21세기의 그의 사후 공간은 신선이 돌아다닐 정도로 빼어난 풍경을 담고 있다.

어쩌면 연못과 삼신도의 느티나무 덕분에 400년 전의 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예산군 대술면 방산리 178 느티나무 2본 318년, 418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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