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찾아왔던 봉하지만, 오늘 봉하로 가는 길은 유독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대통령님 앞에서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던 세상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서 죄송스러웠습니다.”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을 다녀와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유독 발걸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노 전 대통령과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라며 고개 숙였다.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됐고, 군사강국으로도 우뚝 서게 됐다”고 치하했고, 조규애 ‘깨어 있는 시민 문화체험 전시관’ 도슨트는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하셨던 약속대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오늘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마음이 마냥 아프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참석자들이 모두 문 전 대통령을 박수로 환영했다. 그러나 누구에게서도 그리 ‘환한 표정’이나, “야, 기분 좋다”라며 노무현 특유의 호탕한 웃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좌중을 무겁게 짓누르는 씁쓸함이 흘러넘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문 전 대통령은 5년 전 노 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지켰을까? ‘성공한 대통령’으로 다시 찾아온 것일까? 그가 2017년 5월 23일 8주기 주도식에서 언급한 발언을 떠올려보자.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 뵙겠다.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
결론적으로 문 전 대통령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과 한 약속을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잖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게 가장 컸고, 사람 보는 안목과 조직 장악력이나 리더십에서 보여준 큰 아쉬움 등으로 ‘정치검찰’에게 권력을 헌납하고 끝내 ‘검찰 공화국’을 초래한 뼈아픈 현실에 대한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을 이룬 ‘면목 없는 대통령’으로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다는 비판이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 인사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 ‘친구야 미안하다. 내가 부족했다 용서해주시게’ 라고 고개 숙여야 할 상황이 아닐까”라고 가시 돋친 한 마디를 내던졌다.
‘검언유착’ 사건의 제보자X는 “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진심으로 보고 싶었던 사람은 ‘조국과 추미애’였을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이 ‘많이 힘들지…그래, 너무 고생했어’라고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떠올렸다.
한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검찰왕국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할 면목이 없고, 또 미안해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는 관측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