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영어 사대주의 안된다
[청년광장] 영어 사대주의 안된다
영어 숭배 버리고 한국어의 세계적 위상과 경쟁력을 높일 차례다.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06.15 11: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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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JTBC News 2022. 4. 14.
사진출처: JTBC News 2022. 4. 14.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처음엔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마치 ‘어륀지’ 파동을 일으켰던 이명박 정부의 재림인 것 같았다.

지난 10일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에서 용산 시민공원 이름에 대해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면서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국어가 멋이 없고 영어로 쓰면 멋이 있다니 과연 이게 할 소리인가 싶다. 아주 전형적인 ‘영어 사대주의’이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영어 사대주의적 면모는 여러 군데서 발견되었다. 지난 8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버먼트 어토니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는 미국 정부 검사나 미국 법무부 공무원 등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이해하기 쉬운 말을 놔두고 굳이 영어 단어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할 때에도 그의 ‘영어 사랑’이 드러난다. 그 당시 그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자.

“(한 후보자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겸비해나가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미국 변호사이고 영어도 잘하는, 그리고 수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검사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사진출처: JTBC News 2022. 4. 14.
사진출처: JTBC News 2022. 4. 14.

글로벌 스탠더드는 그냥 국제 표준이라고 하면 되고 커뮤니케이션은 그냥 소통이라고 하면 된다. 왜 그렇게 영어 단어를 막 섞어서 쓰려고 하는 것인가? 사실 필자의 경험상 토종 한국인 중에서 일상 생활에 과도하게 영어 단어를 섞어서 쓰는 사람치고 진짜 영어 잘 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콩글리시 단어를 영어 단어로 착각하고 쓰는 경우도 많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같은 마인드는 어떻게 보면 과거 우리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산업화 시절에 우리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식으로 수출 위주 정책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외국어 상표명을 많이 썼다.

예를 들어 현재 국산 자동차 이름 중에서 순우리말 이름인 게 뭐가 있나? 옛날에 대우자동차에서 출시한 ‘누비라’ 말고는 없다. 현대자동차의 대표주자인 ‘아반떼’도 스페인어로 ‘전진’이란 뜻이고 쌍용자동차에서 나온 ‘체어맨’도 영어로 의장이란 뜻이다.

이렇게 외국어 상표명을 많이 출시한 이유는 해외 수출을 위함이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같은 이유다. ‘멋있어 보여서’였다. ‘전진’이란 우리말보다 ‘아반떼’라는 스페인어 단어가 더 멋있어 보이는 느낌이 드니까 그걸 자동차 상표명으로 쓴 것이다. 하다못해 담배도 과거엔 ‘청자’니 ‘솔’, ‘장미’ 등 우리말 상표명이 많았는데 현재 국산 담배도 외국어 일색이다.

그 이전 일제 강점기 시절 소설을 보면 소설가들이 역시 과도하게 외국어 단어를 섞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이상의 명작인 〈날개〉의 서문을 보면 ‘위트와 패러독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그건 그냥 ‘재치와 역설’이라고 하면 된다.

사진출처: JTBC News 2022. 4. 14.
사진출처: JTBC News 2022. 4. 14.

그런데 왜 굳이 ‘위트와 패러독스’라는 영어 단어를 쓴 것인가? 다른 게 아니다.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서였다. 그 당시엔 영어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고 영어 단어를 조금이라도 알면 식자 소리를 들었다. 그런 지적 허영의 산물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이런 영어 사대주의적 마인드는 좀 벗어나자. 영어를 배워서 나쁠 건 없지만 더 중요한 건 이젠 우리 한국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이고 선진국이면 선진국답게 문화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그 첫 걸음이 바로 우리 모국어를 사랑하고 모국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영어보다 우리말이 더 아름답고 멋지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7년 전에 한 달 정도 유럽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필자가 독일에 갔을 때 지하철을 타게 되었는데 깜짝 놀랄 경험을 했다. 독일 지하철은 환승역을 제외하면 절대 영어 안내 방송을 안 하는 것이었다.

또 독일에서 체코로 갈 때 기차를 통해서 갔는데 그 때 누군가가 선로에 투신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2시간 정도 기차가 멈춘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기차 안내방송은 오직 독일어로만 나와서 독일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필자로서는 도무지 상황 파악을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또 필자가 찾아가야 할 곳의 지리를 몰라서 길을 묻다보면 독일 현지 노인 분들은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긴 했다. 하지만 독일어로 길을 알려주었기에 필자로선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독일어는 영어와 같은 게르만어파에 속하고 유사성도 꽤 있는 편이어서 독일인이 영어를 배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반대로 영국인 입장에선 독일어 문법 체계가 꽤 까다롭기에 배우기가 조금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 대다수는 영어보다는 자국어를 고집하는 편이다. 생각보다 청년들 중에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에 필자는 충격을 받았었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어 구사자도 영어 구사자 숫자만큼 많기에 스페인인들이나 중남미 쪽 사람들은 굳이 영어 학습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중남미 사람들 중에서 영어에 능통한 사람은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 북부 지역 사람들 정도밖에 없다시피 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영어로 말을 걸면 당당하게 ‘No English’를 외친다. 설령 영어를 잘 한다고 해도 스페인어 특유의 억양이 많이 섞여서 알아 듣기도 힘들다.

우리도 저렇게 우리 모국어의 위상을 스스로 높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영어는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 중 하나이고 배우면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그걸 넘어서서 영어를 과도하게 숭배하고 반대급부로 모국어를 천시하는 태도는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우리의 국격은 산업화 시절 때와는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럼 이젠 우리 한국어를 세계에 퍼뜨릴 차례다. 일본도 그러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세종특별자치시의 행정동 이름을 참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순우리말 지명이기 때문이다. 한솔동, 도담동, 아름동, 보람동 등 하나 같이 곱고 아름다운 이름들 아닌가? 한자어 지명 일색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순우리말 지명을 보면 참 반갑기 그지 없다.

용산공원도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니 하지 말고 세종특별자치시의 행정동 방식으로 지으면 된다. 이젠 우리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멋을 깨닫고 한국어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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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명곤 2022-06-15 12:08:41
저런 무식하고 개념없는게 대통령직에 앉아있다니...한심할 뿐이다.

ㅇㅇㅇ 2022-06-15 11:25:59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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