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김대영 씨,
정선 ‘선면산수도’, 안중식 ‘화조영모도십폭병풍’ 등
회화, 도자기 유물 324점 세종시에 기증
시립민속박물관·향토유물박물관 전시 예정
[굿모닝충청=세종 박수빈 기자] 세종시에 예술적 가치가 높은 공립 안중식·운보 김기창 작품 등이 기증돼 행정수도 세종의 역사와 문화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는 재미교포 김대영(91) 씨로부터 회화, 도자기, 공예 등 수집 유물 324점을 무상으로 기증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 같은 유명 작품들이 수도권이나 국립대형박물관이 아닌 세종에 자리 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이 고향인 김대영 씨를 설득해 세종시에 기증토록한 것은 시 공무원들의 노력이 한몫 했다. 이홍준 전 세종시 문체국장(현 자치행정국장)등 시 관계자들은 기증자가 수집한 유물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회화, 도자기도 상당수 포함돼있어 '한국 행정수도' 정체성에 부합하다는 점을 들어 세종 기증을 설득했다.
대표적인 기증 유물은 ▲겸재 정선의 ‘선면산수도’ ▲심전 안중식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 ▲운보 김기창의 판화 등이다.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선면산수도는 말 그대로 선면(扇面), 즉 부채형 화면에 그린 산수화로, 앞쪽에 작은 언덕들과 종류가 다른 나무가 그려져 있고, 그 뒤로는 먼 산이 병풍처럼 배치돼 있다.
노년기 겸재의 원숙하면서도 정제된 필력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아, 세종시는 겸재의 '선면산수도'를 지정문화재로 지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심전 안중식(1861~1919)은 조선 말 장승업(1843~1897)의 제자로, 산수화와 행서에 능통한 근대 대표 화가로 꼽힌다.
총 10개의 접힌 면으로 구성된 '화조영모도십폭병풍'은 독수리, 말, 닭, 해오라기 등 8가지 소재를 활달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의 판화 작품은 그의 세계관과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엿볼 수 있다. 기증된 판화에 등장하는 세 마리 사슴과 학, 구름 등은 화목한 가정에 복이 깃듦을 상징한다.
이밖에도 이번 기증대상에는 청초 이석우, 취당 장덕의 작품을 비롯해 조선 말엽 공주 탄천에 거주하며 활동한 두산 정술원의 작품이 있다.
또, 19세기 말 북한 해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초화문호'를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사이 제작된 다양한 도자기도 포함됐다.
세종시가 인수한 유물들은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등록·보존 처리 후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또한, 세종시립민속박물관 특별전시 및 향후 건립될 향토유물박물관에 상설·기획 전시, 열린 수장고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며 세종시는 역사·문화발전을 위해 가치가 높은 유물을 지속적으로 수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