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4] 연암 박지원의 애민정신 상징, 골정지와 상수리나무...당진시 면천면 상수리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4] 연암 박지원의 애민정신 상징, 골정지와 상수리나무...당진시 면천면 상수리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0.12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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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톡! 톡!”

당진시 면천면 골정지 저수지 길 위에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다.

놀러 온 아이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를 주우면서 도토리나무를 찾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선생님! 이 도토리는 어디에서 떨어졌나요?”

인솔 교사도 두리번거리지만, 참나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둑에 비스듬히 자라고 벚나무에 묻힐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골정지에 흰 벚꽃으로 덮히고, 유독 한 나무만 연두색 잎만 매달릴 때가 돼서야 상수리나무의 존재가 드러난다.

여름철 녹음으로 우거질 때도 상수리나무는 벚나무에 가려서 찾기 어렵다.

다시 한번 골정지에 참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는 둑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발견하는 가을이 되고서야 보인다.

수령은 210년.

골정지 둑에 위치한 상수리나무는 누가 심었을까?

골정지를 조성한 자는 ‘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1737~1805)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소설가인 연암은 육십 일세의 나이로 면천군수로 부임한다.

연암은 당시 대표적인 실학자였다.

조선의 낙후된 현실을 개혁하고 백성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당시 선진국이었던 청나라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실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외쳐댔던 학자였다.

늦은 나이로 관직에 올라서도 흉년이 들면 자기 녹봉을 털어 백성을 구휼했던 연암은 면천군수로 부임(1797~1980)하면서도 백성을 위한 일에 매진했다.

골정지가 조성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버려진 연못을 정비해서 주변 농경지에 물을 댔고, 신농법의 과학농서인 ‘과농소초(課農小抄)’와 토지개혁서인 ‘한민명전의(限民名田議)’도 저술하는 등 애민정신을 실천한 관리였다.

예부터 관료는 ‘치산(治山), 치수(治水)’에 대한 자질을 으뜸으로 삼았다.

이런 면에서 연암은 학자뿐만 아니라 행정가로서도 유능했다.

현재의 골정지 둑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연암이 조성하던 시기라면 골정지에는 벚나무보다는 다른 나무가 심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가뭄과 흉년이 반복되던 시기에 화려함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추구했던 연암의 생각을 이해한다면, 지금의 벚나무보다는 상수리나무가 심어졌을 것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

구휼에 유용한 나무라는 점과 수리 시설 주변에 참나무 숲을 만들었던 점에서 벚나무보다는 상수리나무가 제격이었을 것이다.

즉, 골정지의 상수리나무는 저수지가 조성되면서 면천군민에 의해 심어졌을 가능성이 높고, 현대에 와서 저수지나 댐이 많은 사람의 휴양공간으로 바뀌면서 상수리나무 대신 벚나무로 대체되었던 것이다.

연암은 오십이 되기까지 거의 백수로 지냈다 한다.

오십이 넘어서야 지방 수령으로 여러 공적을 보여줬지만, 그가 남긴 문학과 사상은 후대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당시 양반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을 쓰고 신과학기술을 배워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데 일생을 바쳤던 연암이었기에 여전히 그의 사상은 우리 삶에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당진시 면천면의 작은 저수지, 골정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벚꽃과 연꽃을 좋아 찾아가는 곳이지만, 연암 박지원의 사상과 실천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소이다.

그 곳에 유일하게 남은 ‘상수리나무’

어쩌면 골정지는 연암의 애민사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유적지이고, 상수리나무는 화려함보다 실사구시를 중요시했던 연암의 사상을 보여주는 나무라 할 수 있다.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 465 상수리나무 1본 21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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