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막장 외교
대책 없는 막장 외교
갈수록 험악해지는 이란과의 관계, 그에 대한 비판이 없는 여당과 보수 언론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1.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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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아랍에미리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아크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했던 아랍에미리트의 적이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하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한 말이 외교적으로 크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이란은 지난 18(현지시각)에 윤강현 주 이란 대사를 이란 정부가 초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초치라는 것은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항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보다 더 나아가게 되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라는 조치인데 해당국의 대사를 사실상 불청객 취급하며 쫓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 조치 후에는 대부분 단교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초치라는 것은 굉장히 강도 높은 외교적 항의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인해 한국-이란 간 외교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적대국을 하나 더 늘리는 이상한 외교, 막장 외교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란 외무부의 차관은 윤 대사에게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치는 것과 같다."면서, "즉각적인 해명과 입장 정정"을 함께 요구했다. 미국의 제재로 우리나라에 묶인 70억 달러의 동결 자금을 거론하며, "분쟁을 풀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란 측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도 문제삼았다. 지난 11일에 윤 대통령이 여기 대한민국에 무슨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고 했던 말을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핵확산 금지조약, NPT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란으로부터 이런 말까지 들을 정도로 도대체 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란은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신라시대 때부터 우리와 교역을 했던 나라이며 또 미국과 달리 우리는 여전히 그들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국가다. 어디 그 뿐인가? 불과 몇 년 전에 박근혜 씨가 국빈 방문을 한 나라가 바로 이란이다. 그런데 괜히 불필요한 말을 해서 외교 관계를 험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의 관계도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아랍에미리트의 적이 이란이다.”는 말을 했다. 이는 두 나라 사이를 이간질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는데 이 둘은 같은 무슬림이면서도 불구대천의 원수에 가까울 정도로 사이가 매우 험악하다. 이 수니파 이슬람교 국가의 수장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고 시아파 이슬람교 국가의 수장은 이란이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서로 적대 관계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정말 사이가 험악하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는 그렇지 않다. 아랍에미리트는 중립 외교를 표방하는 국가이고,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관계 수준만큼 사이가 나쁘지도 않다. 아랍에미리트는 전통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1세계와 제2세계 틈새에서 중립 외교를 표방하며 실리를 챙기는 외교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110일에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아랍에미리트 개황자료를 올리면서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이라고 적어놓기까지 했다. 이런데도 저런 말을 한 것이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 한 번 묻고 싶다. 또한 외교부는 이미 해당 내용이 담긴 자료들을 대통령실에 전달했었다. 자료를 받아놓고도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한 것이다. 그러니 윤 대통령의 말은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양국 사이를 이간질하는 발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했으면 해명을 하고 사과를 하는 게 도리일 것인데 윤석열 정부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왜 이란이 대사를 초치할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연방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란이 대사를 초치하자 질 수 없다는 식으로 맞초치를 했다. 핵개발 의혹으로 국제 제재를 받은 이란이 오히려 핵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것 때문이었다.

지금이 맞불을 놓을 상황인가 묻고 싶다. 그렇게 이란을 향해서는 맞불을 놓는 사람들이 왜 일본을 향해서는 한 마디도 못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 노골적으로 자위대를 군대로 격상시키고 재무장을 시도하는 일본을 향해서 대사 초치 같은 걸 한 적이 있었나? 강제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 또 회피를 하고 시간 지연으로 일관하는 일본을 향해서 항의의 목소리라도 낸 적이 있었나? 일본은 무섭고 이란은 만만한 것인가?

외교부는 또 이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장병 격려 차원이고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다만 이란의 동결 자금은 우리 정부 독자적으로 풀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이건 아무리 봐도 바이든-날리면시즌 2로밖에 안 보인다. 저 말은 그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이미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양국 사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의적으로 판단해 적대관계라고 해놓고 뭐가 이란의 국제관계와 전혀 무관하단 말인가? 지금 외교부가 외교부인지 단교부인지 알 수가 없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란을 향해서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이후 이란이 한국 대사를 향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한 후 단교를 하더라도 우리가 할 말이 없다. 대통령 하나 잘못 둔 죄로 인해 수교국 하나를 잃게 생긴 셈이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말 실수로 인해 만냥 빚을 지고 온 이상한 외교를 했다.

일이 이렇게 됐으면 언론들과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해야할 것인데 그런 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참 불가사의하기만 하다. 우선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대통령이 한국과 이란 관계를 언급한 것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관계를 옹호 저 언급하면서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인데 이게 왜 외교 참사로 되는 겁니까?”라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싸고 돌았다. 명색이 북한에 있을 때 외교관을 지냈다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다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 없다.

기본적으로 타국 외교 문제에 대해서 적이라는 발언 하는 것 자체가 외교문제이며 3단 논법으로 한국 북한 문제를 UAE 이란 문제에 비교해 버렸다. 이게 외교 참사가 아니면 무엇이 외교 참사일까? 하도 여러 나라에서 밥 먹듯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당하는 북한에서 외교관을 했다 보니 저게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가

또 하태경 의원은 이란은 인권을 탄압하는 악당국가라며 사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물론 지금 이란이 2022년에 일어난 대규모 시위를 폭압적으로 진압하여 인권 탄압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인해 사태가 벌어진 것인데 그것과 상관 없는 이란 인권 문제는 왜 걸고 넘어지는 것인가? 이건 한 마디로 저 놈은 원래 나쁜 놈이니까 아무 말이나 막 해도 된다.”는 소리나 다름 없다.

한낱 범죄자를 상대로 길거리에서 보는 사람들 다 들으라고 욕설을 퍼부으면 모욕죄가 성립된다. 개인과 개인의 사이에서도 이러한데 하물며 국가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이 사건이 벌어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박한 입 때문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란의 열악한 인권 실태에 대해 지적하였고 그걸 이란이 불쾌하게 받아들였다면 하 의원의 말이 정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아니지 않은가? 대통령이 입을 경박하게 놀려서 벌어진 일에 이란 인권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건 그냥 싸우자는 소리에 불과하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아랍에미리트 국민들은 이란을 최대 위협 국가로 보고 있고”, “다만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을 자극할 수도 있고 한 문제이기 때문에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이 곧 외교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예로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중국을 최대 위협 국가로 보고 있고 또 중국인들과 중국 정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중국과 공식적으로 적대 관계인가? 정진석 의원 말대로라면 지금 우리가 중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해도 된다는 소리나 다름 없다.

자칭 윤석열 정부 대주주인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지금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은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지난 19일에 김은중이란 기자는 핵 관련 발언은 NPT 위배”... 핵개발 의혹 이란의 적반하장의 헤드라인을 단 기사를 쓰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쏙 빼고 이란만 걸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어째서 윤석열 정부는 기본조차 안 되는 집단인 것인지 모르겠다. 최소한 기본은 해야할 것인데 그 기본조차 못 하고 있다. 속담에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기본부터 안 되어 있기에 중간도 못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임기 1년도 안 된 정부 지지율이 50%도 안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일을 못하면 부지런함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부지런함도 없다

안에서 못하는 건 억지로 참고 버티고 정권을 교체시켜서 유능한 대통령을 뽑아 다시 수습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밖에서 못하는 건 국제관계와 연관된 문제이기에 어떻게 수습하기가 어렵다. 당장 그 아크부대도 원전 수출에 눈이 먼 이명박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의 유사시에 자동으로 참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독소 조항이 든 이면 합의를 체결하여 문재인 정부가 그걸 뒷수습하는데 진을 빼야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다시금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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