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장군과 사투…대전 쪽방촌은 '단절의 공간'
[르포] 동장군과 사투…대전 쪽방촌은 '단절의 공간'
올 겨울 최강 한파 절정인데 주민들은 난로 하나에 의지
엄동설한에 병마·외로움까지 겹쳐, 서글픈 한숨만 푹푹
  • 신성재 기자
  • 승인 2023.01.26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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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찾은 대전역 인근 여인숙 거리에 한 행인이 쓸쓸하게 걷고 있다.(사진=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동장군(冬將軍)이 대전역 인근 쪽방촌에 들이닥쳤다. 한 평 남짓 허름한 쪽방에 기거하는 주민들은 매서운 한파의 엄습에 당혹스럽기만 하다.

늙고 병든 몸을 조그마한 난로에 의지한 이들에게 매서운 칼바람이 전하는 사람 간의 거리는 극한의 고독까지 선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전국적으로 한파경보가 내려진 25일 찾은 동구 정동 쪽방촌의 오늘은 마치 동토의 땅을 연상케했다. 얼어붙어 더욱 삭막하게만 보이는 쪽방촌 일대 여인숙 거리는 행인이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서둘러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있던 김 모(71) 어르신은 “엄동설한에 지난밤은 참으로 두렵고 길기만 했다. 이불 한 채에 의존해 시름을 달랬던 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쪽방 안에서 펼쳐진 광경은 참담하기만 했던 지난밤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다소 어둑한 방 안에 설치된 소형 난로의 희미한 불꽃은 방안의 온기를 채워주기에 턱없이 부족하게만 보였다.

차갑게 식은 방바닥은 마지막으로 불을 지핀 것이 언제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달칵달칵 움직이는 창문은 세찬 바람을 막을 수 있을지 위태롭기만 했다.

25일 밤 찾은 대전역 인근 쪽방촌의 모습. 삭막하고 고독한 풍경이 애잔함을 자아낸다.(사진=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25일 밤 찾은 대전역 인근 쪽방촌의 모습. 삭막하고 고독한 풍경이 애잔함을 자아낸다.(사진=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인근 여인숙 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최 모(67) 할머니는 “난방시설이 고장 나 난로에 의지하고 있다. 매서운 추위 속에 당장 오늘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며 “추위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외출 하지 못하는 탓에 영영 단절되는 게 아닌가하는 외로움이다”며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주거취약 계층을 위해 추진되는 쪽방촌 재개발 사업이 있다지만, 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이마저도 먼 나라 이야기만 같다. 당장 정든 터전과 이웃을 잃고 부랑자처럼 길거리를 떠돌까 염려스럽기만 하다.

양발에 깁스를 두른 박 모(69) 할머니는 “더 좋은 곳에서 살게 해주겠다는 말들이 있었지만, 요사이 관련 소식을 들은 바 없다”며 “설사 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과연 이전보다 나은 삶을 보장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들을 도울 최적의 방법은 쪽방촌 재개발 사업의 정상 추진이라고 강조한다.

당초 2025년 연말에 쪽방촌 주민들을 이주시키려고 했던 사업이 토지주들의 반발 등으로 지연되는 탓에 이들의 주거환경은 개선되지 않은 채 막연한 불안까지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조부활 대전쪽방상담소장은 <굿모닝충청>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업이 기존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주민들을 임시 거주지로 모셔 주거환경을 다소나마 개선시켰을 것”이라며 “사업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 추진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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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3-01-26 22: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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