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대전 동구 인동 한 가운데 지난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 서 있다. 이 건물의 이름은 ‘헤레디움(HEREDIUM)’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뜻의 라틴어다.
일제가 조선을 식민 통치하던 시절 지어진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가 전신인 헤레디움에는 침탈과 회복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가 러일전쟁 승리 뒤 만주와 조선의 식민지 경영을 위해 설립한 동척은 1908년 경성에 본점이 세워졌으며, 이후 대전을 비롯해 부산, 대구 목포 등에도 설립됐다.
‘조선과 건축’ 등 문헌 자료에 따르면 동척 대전지점은 1922년 12월에 완공됐다.
동척 지점의 건축물들은 해방 이후 6.25 전후와 도시 개발로 인해 훼손·손실됐으며, 현재 대전·부산·목포 지점만 남아 있다.
일제는 식민 통치와 지배 이데올로기를 견고히 하기 위해 동척 건축물을 당대 첨단 건축 양식과 자재 등으로 시공했다.
이에 따라 건축물에는 위엄성과 웅장함 그리고 화려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특히 붉은 색조의 건물 외관 2층에는 양각 태양문양 원형장식으로 꾸며졌으며, 이를 중심으로 양쪽이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다.
창문은 수직으로 길게 만들어졌으며, 근대성을 보여주는 형태로 1층과 2층이 같은 위치에 설치돼 있다.
천장은 층고를 낮추어 목재로 틀을 설치하고 석고보도 및 텍스트로 마감했는데, 덕분에 견고하게 만들어져 원형의 모습이 그 안에서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

이 같은 동척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게 헤레디움이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가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더 나은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살아있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사의 측면에서도 전체적인 건축물의 형식이나 남아있는 외관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과도기적 모습과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헤레디움은 16일 개관을 통해 지역 사회·문화 지평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성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연계 교육 프로그램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의 문화 경험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헤레디움을 준공한 재단법인 CNCITY마음에너지재단 측 손규성 대외협력이사는 “침탈과 아픔의 역사를 통해 일제 치하의 비극을 생생히 기억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시관으로 변모한 헤레디움을 통해 미래세대에게는 회복과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