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 대한 추억과 타산지석
MB에 대한 추억과 타산지석
  • 김겸훈
  • 승인 2012.11.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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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겸훈<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5년 전 우리는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과 ‘기초질서를 바로 세워 대한민국의 국격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이명박 후보를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는 우리에게 희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이명박 후보는 젊은 시절 가난을 딛고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여 현대건설에 취직한 후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이르는 입지전적 삶의 궤적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그와 같은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수많은 공약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갔던 것은 바로 기초질서 확립에 대한 약속이었다. 그는 대통령 후보시절에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초질서가 잘 지켜져야 선진사회가 된다”고 장담했다. 당선자 시절에는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가장 먼저 기초질서를 확립할 것을 약속했다.

실제로 취임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법질서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특히 국민을 감동시켰던 사건으로 목포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뽑은 일이 있었고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구호이지만 ‘실용정부’라는 문구도 국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지난 4년 반을 돌아보면 준법과는 거리가 멀었던 소소한 일들은 둘째치고 민주주의 정치체제 하에서 이루어진 통치행위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사건들 또한 많았다. 그 대표적 사건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불법사찰’과 ‘내곡동사저 부지매입사건’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내곡동 사저매입사건은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사건이었고, 국가공무원들이 현직 대통령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 손실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기 때문에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했다.

사정당국인 검참이 8개월간 수사한 후 부동산실명제법위반 의혹을 받던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게 범의(犯意)가 보이지 않는가는 해괴한 논리로 무협의 처리를 했다. 국가재정에 큰 손실을 입혔던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책임자 7명도 ‘감사원 통보’라는 면죄부를 내주면서 결과적으로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처분 했다.

이 같은 검찰의 수사결과는 이광범 특별검사의 수사결과를 통해 봐주기 수사의 전형이었음이 밝혀졌다. 국민들은 이광범 특검의 활동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국민들은 내심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강조했던 기초질서 확립을 몸소 보여주길 고대했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12월 헌정회 회원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법질서와 원칙을 바로 세워 나라의 기초를 닦는 일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과 함께 “다음 정권도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기초를 닦고 바로 세우는 일을 하고자 한다”는 것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오늘날 우리 눈에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초심뿐 아니라 방향조차 잃은 채 허우적대는 모습 속에서 퇴임 후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릴 뿐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MB를 추억하는 이유는 보따리 싸고 있을 이명박 정부의 뒤통수를 치거나 딴지 걸려는게 아니다. 곧 있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5년 전의 MB를 추억하면서 각자의 선택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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