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무관심에 헛도는 대전의료관광사업
의사들 무관심에 헛도는 대전의료관광사업
2014년까지 해외환자 1만명 유치 어려워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1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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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의료관광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염홍철 시장은 공약에서 2014년까지 해외환자 1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대전만의 특화분야가 없고 의료 인프라가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 내에 성과를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상태에서 성장 가능성을 점치기란 쉽지 않다. 염 시장은 2012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례적인 질타를 가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의사들의 무관심이다. 1년 동안의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의사들의 관심마저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염 시장의 강한 질타
“그동안의 의료관광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부서에선 지금까지 양적으로 확대됐고, 앞으로 질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의 의료관광 활성화는 전시행정이었다. 철저하게 반성하라.”

“확대 실적이 어디 있는가. 병원 등 민간 부문의 실적을 우리 실적으로 만드는 것은 몰라도 무슨 양적 확대를 말하는가.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의료관광 성공할 수 없다.”

지난 달 21일 염홍철 대전시장이 쏟아낸 지적이다. ‘전시행정’, ‘철저한 반성’ 등을 강조하며 이례적으로 꽤 강도를 높였다. “무엇이 염 시장을 이토록 진노케 했나?”

사실 이날 질타는 예견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확대 간부회의 자리에서도 “몽골 말고는 실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 사업 추진 이후 몽골과 카자흐스탄 등의 고위 관료 몇 명과 중국, 캄보디아인을 초청한 팸 투어 등이 실적의 전부로 확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까지 1만 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염 시장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1년여 동안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퉁명스럽게 핀잔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의료관광이라는 것이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당사자이기 때문에 초조할 수밖에 없는 속내도 감지된다. 담당 공무원들은 “수치적 성과는 크게 중요치 않다. 그동안의 적극적 홍보활동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병원들의 인식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장과의 관점 차이가 드러난다.

의사들의 무관심 왜?
해외환자 유치는 병원의 몫이다. 행정기관과 관련 협회 등은 인프라를 홍보하고 통로를 마련해주는 역할이다. 미용과 성형이 대표 브랜드가 된 서울 강남은 각 병원이 각자의 인프라를 내세워 환자 유치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자 행정기관이 담당 부서를 신설해 뒷심을 보탠 경우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의 관심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전은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분위기다. 2000여개에 가까운 병·의원들 중 고작 80여 개 정도만이 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에 해외 환자 유치기관으로 등록을 마쳤다. 대전시 의사회 관계자는 “사실 등록을 마친 병원들 대부분이 한-미 FTA 등으로 변화될 미래 의료시장에서 혹시나 도태되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에 형식적으로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대로 몽골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해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선병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추가 시설 투자, 인력 채용 등에 대한 부담도 병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 환자를 유치할 경우, 별도 전용 병상 마련과 통역원, 코디네이터 등을 채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대전의 한 개원의는 “솔직히 말해 지금 국내, 지역 환자만도 병상이 모자랄 정도로 넘치는데 수익 보장도 없는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추가로 비용을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4년까지 1만 명 가능할까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전시와 의사회, 한의사회, 치과의사회, 관광협회 등이 나서야 한다. 이들이 뜻을 모은 의료관광협회가 이벤트성 행사 위주로 동분서주하고는 있으나 실질적 주체인 의사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다소 역부족인 듯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에 중국 웨딩 관광객을 유치해 결혼식 지원과 함께 건강검진, 의료기관 투어 등을 실시했으나 실제 검진에 참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010년 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에서 대전은 1693명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2014년 1만 명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입원환자는 단 33명에 그쳤다. 공약에 비해 민망한 수준이다. 복지부 주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지역선도 우수의료기술 육성사업에서 건강검진 분야 특화도시로 선정되면서 선병원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대전만의 의료특화 분야 개발과 테마형 프로그램 확대, 해외 환자들이 한국과 특히 대전에서 원하는 한의학과 스킨케어, 치과 치료 등 세부적인 진료 항목 파악 등에 주력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송시헌 충남대병원장은 지난해 대전 의료관광육성협의회에서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주변국들에 비해 선진화돼 있고 유럽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어 단기간 입원, 치료할 수 있는 분야를 중점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몽골 등에 한정돼 있는 시장도 확대, 개척할 필요가 있다. 염 시장도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기타 동남아권의 실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특히 한국을 선호한다. 금산 인삼, 유성온천, 백제문화권, 무주리조트, 서해안 관광권 등 관광자원을 활용해 휴양 및 레저와 연계시킨다면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해외 환자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대전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지 의료진과의 네트워크망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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