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학원 시험문제 유출한 직원 왜 기소되지 않았나
대성학원 시험문제 유출한 직원 왜 기소되지 않았나
수 차례 검찰 조사서 "구속된 안 전 이사 지시따라 시험지 전달" 시인 불구 불기소
  • 정종윤 기자
  • 승인 2015.11.0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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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대성학원 교사 채용비리 사건에서 핵심인물 중 한 명인 법인 산하 학교 직원이 구속기소된 안모 전 이사의 지시에 따라 2011년 응시자 3명에게 시험지를 전달했다는 법정진술이 나왔다.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교사 채용비리가 드러난 학교법인 대성학원 산하 학교 현직 행정실장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학교장의 지시에 따라 시험문제를 유출했다"고 시인했다.

4일 대전지법 형사 12부(강문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이모(51) 씨는 “지난 2011년 3월 2일께 기간제 교사로 있던 A, B, C씨에게 각각 전공과목과 교직·교양과목 시험 문제를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며 “당시 시험관리위원장이던 안중권 대성고 교장(구속기소)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씨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대성학원 인사 관련 업무 총괄을 맡으면서 체육과목 기간제 교사 3명에게 시험문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하고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세웠다.

이 씨는 지난 2011년 당시를 회상하며 검찰 신문에 진술을 이어나갔다.

이 씨는 “처음 안 교장의 지시를 받은 때라 기억을 하고 있다”며 “안 교장이 시험원서접수가 마감되고 채용 대상자 명단을 보고서 3명의 교사 이름을 지목하며 '도움을 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 채용 혐의로 기소된 교사들은 피고인 석에서 하나같이 “시험문제를 본 적은 있지만 1~2분 가량 보고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시험문제를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본 것은 인정한 것. 이는 자신들이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보여줘서 어쩔 수 없이 봤기 때문에 죄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험지를 '잠시' 보여주기만한 것과 아예 문제를 집에 가져간 것을 놓고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날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 측 변호인의 날 선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씨는 왜 검찰 조사와 교육청 감사에서 다른 진술, 무엇이 진실일까

이씨는 지난 1988년 대성학원에 입사,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가까이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씨는 채용비리 사건 과정에서 시험문제 유출을 지시한 자와 이를 받은 응시자 사이에 전달자 역할을 한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다.

검찰은 사건 수사 초기부터 이씨를 수사선상에 올려 놓고 여러 차례에 걸쳐 그를 소환해 시험 문제 유출 과정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교장의 지시로 체육 과목 응시자 3명에게 시험문제를 직접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이날 법정에서도 이를 시인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검찰조사 이후 두 달여가 지난 9월께 이뤄진 대전시교육청 감사에서 이씨는 그 동안과 사뭇 다른 진술을 한다.

그는 이날 법정 진술과 마찬가지로 검찰조사에서는 일관되게 교장의 지시로 응시자 3명에게 각각 시험지가 들어 있는 봉투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날짜와 장소까지 거의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교육청 감사에서는 "한 술집에 3명을 불러 시험문제를 잠시 보여준 뒤 회수했다"는 식의 진술을 했다. 이는 관련된 3명의 교사들이 당초 검찰조사 때와 다르게 법정에서 하고 있는 진술과 같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교사 측 변호인은 이씨에게 "왜 진술의 일관성이 없냐"고 따졌다.

이에 이씨는 "검찰 조사 직후 직장동료들에게 미안해 바로 다음날 학교 체육실에서 교사 3명을 불러 놓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그 자리에서 피고인들은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며 "이후 교육청 감사를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동료들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C교사에게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고 그대로 나도 (교육청 감사직원에게) 허위로 진술했다"고 고백했다.

아무튼 시교육청은 이 같은 이씨의 진술만으로도 그가 시험문제 유출에 깊숙히 개입했다고 판단, 학교법인 측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한 상태다.

반면, 검찰은 그를 여러차례 조사해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면서도 기소하지 않았다. 구속기소된 전 교장이자 법인 안 전 이사의 지시로 시험문제를 전달했다면 이 씨 또한 업무방해죄로 기소가 됐어야 마땅하다.

검찰에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서 ‘봐주기' 또는 '빼주기식'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충분히 살만하다.

한편, 검찰이 이번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기소한 현직교사 중 부정하게 채용된 혐의(배임수재, 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교사는 14명인데 이중 4명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4명 중에는 이씨가 시험문제를 전달했다는 체육교사 3명과, 동료이자 선배교사로부터 시험문제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상업교사 1명 등 4명이다.

교육청은 이들 4명을 포함, 14명 전원에 대해 법인 측에 임용취소를 요구했으며, 법인 이사회는 이달 18일 이사회를 열어 징계여부를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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