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요하의 작은 옹달샘]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
[지요하의 작은 옹달샘]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
한 해가 기우는 시기, 독자들에게 신작 詩 한편을 소개하며…
  • 지요하
  • 승인 2015.12.18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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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요하 소설가

[굿모닝충청 지요하 소설가] 한해가 기우는 시기에 이르니, 내 글들이 실린 충청지방 문예지들이 속속 출간되어 내 손에 들어온다. 맨 먼저 <대전가톨릭문학회>의 제22호 문집을 손에 쥐게 됐고, <충남문학> 제60호와 <태안문학> 제35집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 <작가마루> 제22호와 ‘충남작가회의’의 열 번째 시선집이 당도할 예정이다.

도합 4개의 충청지방 문예지들과 1개 시선집에 다섯 편의 산문과 세 편의 시를 발표했다. 소설은 쓰지 못했다. 명색 소설가로서 부끄럽고 아쉬운 마음 크다. 올해도 소설은 한 편도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생각하면 작가로서의 위기의식도 왕왕거리고, 슬픈 일이다.

산문들은 <황교안 총리 취임을 보며 느끼는 소회>, <망둥이의 망각과 인간세상의 망각 현상>, <세월호 1주기,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작가정신과 표절의 상관성>, <‘세월호 추모=종북’이라는 사람들…무지도 죄다> 등으로 모두 인터넷 매체에 발표했던 글들이다.

올해 하반기에 출간된, 내 글이 실린 충청지방 문예지들, ‘충남작가회의’의 ‘작가마루’ 제22호와 열 번째 시선집은 현재 책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한 자리에 모으지 못해 아쉽다.

이미 인터넷 매체에 올렸던 글들을 다시 종이지면에 올린 것은 올해의 수많은 글들 중에서도 각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컴퓨터 화면에서 읽은 글들을 종이지면에서 다시 읽으면 색다른 맛이 나는데, 원래 종이지면으로 글쓰기를 했던 나로서는 종이지면이 ‘고향’ 같은 느낌도 든다. 게다가 충청지방 문예지들과는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 왔으니….

한 개 종합문예지와 한 개 시선집에 발표한 시들은 <풀들의 환호>와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라는 시이다. 이중에서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라는 시는 2개 지면에 동시 발표했는데, 유일하게 발표한 적이 없었던 신작이다.

나는 이 시를 지난 10월 12일 ‘동학농민혁명 121주년 전국 기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엘 가며 버스 안에서 지었다. 난생 처음 달리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를 지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를 짓기도, 또 스마트폰으로 시를 지어보기도 정말 처음이었다. 나는 그 시를 버스 안의 일행들 앞에서 낭송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 세상을 조금은 재미롭게 사는 셈이다.

오늘은 딱딱한 칼럼 대신 독자 여러분께 내 신작시 한 편을 선사한다.

충남 태안의 ‘태안문학’ 제35집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구성원들 중에는 전직 군수들도 있고, 경찰서장도 있다. 중후한 느낌이 있어 좋긴 하지만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

어렸을 적 나는 울보였다
너무 눈물을 흘려
놀림가마리가 된 적도 있었다

중학생 시절
단체 영화 관람을 하면서
철철 눈물 흘리는 나를
친구들은 울보라고 하면서 놀렸다
나는 울지 않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상한 외로움을 느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눈물을 흘렸다
논산훈련소에서도
베트남 전장에서도
최전방 철책선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눈물을 흘리는 일이었다
눈물을 흘려야 할 일들은
오천 년 역사의 강줄기가 되어 밀려오기도 했고
오늘의 수많은 씨줄과 날줄 속에서도 생겨나곤 했다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알게 되고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모습을 볼 때는
남아 있는 눈물을 다 흘리는 줄 알았다

그래도 눈물은 많이 남아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평생 동안 내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오늘 다시 눈물을 흘린다
내 가슴의 눈물 때문에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에도 참여하고
정의와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해
온 가슴 온 몸으로 행동하는 나를 느낀다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하느님 신앙도
내 눈물이 원천임을 깨닫는다
내 눈물로부터 발원하는 강한 소망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옛날 내 눈물을 부끄러워한 때도 있었고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못나 보이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내 눈물을 사랑하게 됐다

노년에 이른 오늘도
내 눈물을 사랑하며 자신을 위안한다
눈물이 뜨거운 힘임을 확신한다
비겁함을 누르고
냉철한 분별심을 갖게 하는
내 눈물을 사랑한다

평생 눈물 속에서 살아왔음을 다시 자각하며
노년의 언덕 위에서도
끊임없이 눈물 꽃을 피우며
죽는 날까지 눈물 속에서 살고자 한다

내게 눈물샘을 주신 조물주께 감사하며….

태안문학회 초대 회장으로서 인사말을 한 다음 35집에 실린 시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를 낭송했다. 어느덧 60대 후반 세월에 이르렀는데, 사진을 보니 언제 저렇게 늙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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