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김다솜 충남대 학생] 최근 내가 다니는 대학교의 페이스북 커뮤니티(대나무숲)에서 페미니즘과 관련한 논쟁이 있었다. ‘싸가지 없는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난 내가 다니는 대학교의 다른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에 누군가가 ‘대나무숲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내 실명을 ‘김XX’, ‘XX솜’ ‘XㄷX’라고 언급하였다. 이 글을 읽은 지인들은 단번에 나라는 걸 알아차렸고 나에게 그 글을 보내줬다. 난 그들에 의해 ‘꼴통페미니스트’가 되었고, ‘정신 차려야 할 존재’가 되었다.
꼴통페미니스트. 줄여서 ‘꼴페미’라고 흔히 불리는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꼴페미라는 말을 쓰는 사람, 익명게시판에서 나를 꼴페미라 규정한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은 그 뜻을 알고 있을까?
꼴통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본 내 결론은 ‘된장녀’, ‘김치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된장녀라는 말을 실제로 쓰는 사람에게 되물어보면 ‘남자친구에게 명품백을 사달라고 하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여자’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된장녀, 김치녀라는 단어를 그런 의미로만 쓰지 않는다. 나는 남자친구가 없던 시절에 ‘된장녀’라는 말을 들어봤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된장녀가 되고, 김치녀가 되고, 꼴통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나는 꼴통 페미니스트, 된장녀, 김치녀라는 단어 모두 사람들이 낙인의 형태로 쓴다고 생각한다. 어떤 여자가 타인으로부터 된장녀, 김치녀라고 불린다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다. SNS에서 된장녀, 김치녀를 욕하는 무수히 많은 글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든 적이 있다. ‘김치녀’, ‘꼴페미’ 등의 단어를 쓰는 사람들은 여성들이 ‘된장녀’, ‘김치녀’, ‘꼴페미’라고 낙인 받지 않기 위해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그런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는 바로 그 지점을 기대하고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다.
나는 익명성에 기대 나를 비하하는 사람들의 언어로 규정당하기를 거부한다. 나는 나의 언어로 나를 정의하기 때문이다. 나는 차별을 해체하고 차이를 이해하려고 하는 페미니스트이다. 나는 강자가 되기보다는 약자가 약자이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의 일원이 되고 싶다. 혹시 일상생활에서, SNS에서 나처럼 된장녀, 김치녀 등의 언어로 규정당해온 여성들이 있다면 낙인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존재는 그들의 언어를 뛰어넘어 있는 존재라는 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