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실수는 인정하지만 의사 과실은 아니다"?
"처방 실수는 인정하지만 의사 과실은 아니다"?
속칭 '프랜차이즈'... 네트워크형 병원의 실체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2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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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3세의 여성 이지혜(가명) 씨. 이 씨는 올 초 맞선을 앞두고 얼굴의 여드름 등을 치료받기 위해 대전 둔산동의 한 유명 피부과를 찾아 약을 바르고 연고를 처방받았다. 그날 저녁 의사의 지시대로 연고를 바르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다음 날 아침 벌어졌다. 약과 연고를 바른 곳을 중심으로 얼굴 전체가 벌겋게 발진이 생기고 부어올랐다. 병원을 찾아 항의했지만 되돌아 온 답은 “처방이 잘못된 것은 인정하지만 의사 과실은 아니다. 치료는 해주겠지만 보상은 어렵다. 고소하려면 해라”였다. <사진>

#2. 40대 남성 이철호(가명) 씨. 벌써 8개월이나 지난 일이지만 멀쩡한 금니를 벗겨내고 다시 금니를 씌우고 생돈을 날린 생각을 하면 분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해 8월 이 씨는 유성의 한 대형 치과를 찾았다. ‘스케일링 공짜’ 라는 선전에 이끌려 찾았지만 스케일링 과정에서 “금니 이상하게 때웠네”라는 의사의 말에 봉변(?)을 당한 것이다. 애초 금니를 한 치과를 다시 찾아 문의하니 “한지 6개월밖에 안됐는데, 왜 뜯어냈나. 아무이상 없이 멀쩡했는데…” 라는 답을 들었다. 전화로 항의했지만 결국 보상을 받지 못했다.

#3. 대전의 한 피부과 의사는 최근 자신의 환자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 환자의 부인이 위 수면 내시경을 했는데 깨어나지 않아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간신히 깨어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마취제였다. 내과에서 매뉴얼대로 마취제를 사용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뉴얼만 고집했다가 발생한 사례다. 의사의 경험부족과 환자에 대한 히스토리 텔링이 고려되지 않은 부작용이다.

일반 병원에서 쉽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들은 공교롭게 네트워크형 병원에서 발생한 것이다. 공통점은 위에서 언급된 병원들이 의료진의 과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면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사고들이 명백한 ‘의료진 과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상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료진의 소신진료와 책임의식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의료계 불황 타계를 위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는 네트워크형 병원들의 실태를 사례 중심으로 알아본다.

 

6개면 충분한 임플란트 8개 박고... 사고 생기면 무조건 "환자책임"

[네트워크형 병원의 실체]돈벌이 급급 과잉진료 횡횡

네트워크형 의료기관의 본래 취지는 공동 마케팅과 기자재 및 장비의 공동 구매, 공동 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각각의 의료기관이 독립적 지위를 갖고 수평적 관계 속에서 공동의 이해와 목적을 갖고 사업의 일부를 공유하는 형태다.

국내에서는 의료시장의 불황을 토대로 1990년대 초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네트워크형 의료기관의 실태는 그렇지 않다. 의료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극단적인 영리 추구를 궁극적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보니 본질이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극단적 영리 추구가 환자들의 피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실태는 근본적으로 소유구조에서 기인한다. 형식은 각각의 의료기관의 대표원장을 두는 방식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 명의 의료인이 불법 소유하면서 의료행위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과잉진료와 무자격 진료, 과장광고, 잘못된 정보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철신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본래의 네트워크형 병원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각각 병원들의 원장이 실질 소유주가 아닌 변질된 네트워크 구조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것이 문제다. 또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서 불법 환자 유인과 과잉진료, 무자격자 진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잉진료 논란
김 이사는 자신이 접한 사례를 하나 소개했다. 내원 환자 중 네트워크형 치과에서 앞니 16개를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는 것. 김 이사는 “앞니는 많아야 6개면 충분한데 위, 아래로 8개씩을 임플란트 했다”며 “아랫니의 경우 너무 촘촘히 박아서 턱뼈가 손상될 우려가 높았다”고 기억했다. “제가 봤을 때는 분명히 과잉진료였죠. 그런데 그 환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 이사는 기억에는 아직도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대전에서도 일어났다. 친정어머니에게 임플란트를 해드리려 가격이 저렴하다는 모 네트워크형 치과를 찾았다가 포기한 한 여성의 사례. 싸다고 해서 찾았지만 1200만원이라는 예상 밖 견적도 부담이 컸다. 게다가 병원 측에서 일시불이든 2-3회 분납이든 치료 전 계산을 강요해 결국 포기했다. 다른 치과에서 “개개 단가는 싸지만 총 견적은 비싸다. 괜찮은 것도 건드리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끼상품으로 유인 환자 주머니 털어
대전의 한 피부과 원장은 “네트워크형 병원이 환자 주머니를 터는 가장 전형적 방법이 바로 ‘미끼상품’”이라고 밝혔다. ‘입 벌리면 몇 백’(치과), ‘겨드랑이 털 뽑으려다 뽑히고 나온다’(피부과) 등의 입방아가 사실이라는 말이다.

실제 1면에서 소개한 사례 중 금니를 뜯어내고 다시 씌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스케일링 공짜라는 말에 혹 떼러 갔다 혹 붙이고 나온 격이 됐다.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긴 환자는 의사의 소견과 진단이 곧 법이 될 수밖에 없지만 좀 더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했다.

위의 피부과 원장은 “대전의 한 네트워크 피부과는 겨드랑이 털 제모 평생 5만원이라고 선전한다. 거기에 혹해서 들어갔다가는 자칫 본전 다 뽑히고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자격 진료… 신뢰성 의문
“치위생사가 금으로 때웠는데 치료받은 부분이 시큰거려 짜증이 났어요. 결국 다른 치과에서 추가 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대학을 막 졸업한 사람들이 실습하는 느낌을 받아 불안했어요. 가격이 저렴해서 다녔는데 싼 곳보다는 실력이 검증된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2009년 290만원을 주고 치아 몇 개를 덧씌웠어요. 앞니가 아무런 이유없이 조각나 떨여져 나가 이의를 제기했더니 불성실한 환자 잘못이라 보상이 불가하다고 하더라고요. 저질재료 쓴 것 아니냐 했더니 막무가내로 환자 잘못이래요. 왜 그곳을 갔는지 후회가 막심합니다.”

대전의 한 네트워크 치과에 대해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레진치료까지 치위생사가 한다고 해서 예약금을 돌려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대전치과의사회 관계자는 “싸고 좋은 곳은 없다는 게 진리다.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유지를 할 수 없다. 직원들에게 불법·무면허 진료를 시킨다. 보철물 장착이나 보철물 제작을 위한 지대치 인상 체득은 꼭 의사가 해야 하는데 기공사나 치위생사를 시키는 경우도 많다”며 “심지어 사랑니 자리에 임플란트를 심는 경우도 보았다”고 귀띔했다.

1면 소개 사례 중 피부 트러블 부작용으로 피해를 본 여성을 두 달간 치료한 피부과 원장은 “네트워크 병원의 주축은 대게 젊은 의사들이다. 상대적으로 임상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매뉴얼대로 처방한다. 이 여성도 피부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잘못 처방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의술은 공유가 쉽지 않고 의료행위는 재연성이 없다. 병원은 브랜드를 보고 가는 것 보다 의사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위 수면내시경 피해 환자도 마찬가지 사례다.

 

네트워크형 병원이란?

네트워크 병원은 다른 지역에서 같은 상호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을 통칭한다. 아직 정확한 개념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브랜드와 진료기술, 마케팅 등만 공유하고 운영은 각각의 병원 독자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형, 여러 원장이 여러 지점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합형, 대표 원장 한 명이 소속된 병원(지점)을 전부 운영하는 오너형 등이다. 

문제는 되는 것은 오너형이다. 기업과 비슷하게 의사들이 고용된 직원으로 일반 개원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신 진료가 어렵다. 이들은 저렴한 진료비를 장점으로 내세워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또 고용된 의사들의 월급체계가 매달 매출의 일부를 받는 인센티브형이 대부분이어서 매출을 올리기 위한 과잉진료 논란을 유발한다.  

현재 네트워크형 병원은 프랜차이즈 산업 형태에 가깝다. 브랜드와 지분을 공유하는 직영점 형태와 브랜드 공유 및 동일한 경영시스템을 갖고 있는 가맹점 형태 또는 브랜드만 공유하는 체인점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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