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명사들의 묘비명을 알고 싶네요
[어르신 고민 Q&A] 명사들의 묘비명을 알고 싶네요
  • 임춘식
  • 승인 2016.08.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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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Q. 본인이 다니고 있는 노인학교에서 강의 하셨던 한 교수님이 살아생전 멋있는 묘비명을 미리 써두는 것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묘비명과 비문은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유명한 사람들의 묘비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남 78, 세종시)

A.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가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까하는 등등 많은 번민을 하게 됩니다. 한 번 쯤은 사전에 생각해 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 사료됩니다.

묘비명이란 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에 죽은 사람의 성명, 신분, 행적 등에 대해 새긴 글을 의미합니다. 흔히 우리 알고 있는 비석에 새긴 묘비문과 동일한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묘비명은 일반적으로 예로부터 대개 고인의 성명, 사망일자, 연령, 직업 따위를 적는 것이 보통이지만. 영미(英美)의 묘비명은 곁들여 경건한 좌우명이나 신의 가호를 비는 기원 같은 것을 적는 경우가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옛날의 묘비명은 주로 명사들의 비석에만 새겨졌으므로 대개는 엄숙하고 진지한 내용을 담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고인이 받을 자격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찬사를 새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묘비명을  "죽음 때문에 얻은 미덕이 소급효과를 가지는 것을 보여주는  묘위에 새긴 비문" 이라고 까지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비웃음을 받는 비문도 흔히 있습니다.

위인들의 묘비명과 유언을 보면 가슴을 찡하게 하는 비문도 우리 주위에 많습니다.
시대를 밝힌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의 묘비에는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라는 묘비명과 생전의 사목이었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삶의 이유였던 추기경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이 남긴 마지막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울까? 역사 속 위인의 유언과 묘비명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삶을 ‘팍팍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많은 민족정서는 유언이나 묘비명에도 그대로 반영되기도 합니다. 반면 서양의 묘비명은 예전부터 냉소적이고 재치 있는 형식을 갖추는 것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모진 풍파를 겪은 사람일수록 그 재미는 더합니다. 100년 가까운 생을 살며 제1,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은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묘비에 “우물쭈물 살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엉뚱한 글귀를 새겼습니다.

글 쓰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은 사람다운 기발한 재치가 엿보입니다. 그러나 재치 있는 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의 말대로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그냥 놓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재치 있는 말을 남긴 사람이 있습니다. ‘걸레’ ‘미치광이 중’을 자처하며 삶을 파격으로 일관했던 중광 스님의 묘비명은 “괜히 왔다 간다” 권력이나 물질적 풍요를 누렸던 인생이든, 가난에 찌들었던 인생이든 모두 덧없는 것임을 명쾌하게 표현한 문장입니다.

이 밖에도 “여기 한 무신론자가 누워있다. 옷은 차려 입었는데 갈 곳이 없구나” “물로 이름을 쓴 한 남자가 여기 누워 있노라(존 키츠)” 등 위트는 있으되 그저 웃으며 지나칠 수 없는 의미를 내포한 묘비명도 있습니다.

묘비명은 한 사람의 치열했던 인생 기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묘비명은 떠난 자와 남은 자들의 대화일 수도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삶을 주로 철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서양화가 박수근(1914~1965)은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 시인 조병화(1921~2003)는 “나는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라는 묘비명을 각각 남겼습니다. 기업인 중에는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1895~1971) 박사의 유언이 잘 알려져 있다.

유언의 큰 틀은 “재산을 공익사업을 위해 기부하고 딸 유재라는 내 묘지 주위의 땅 5,000평을 ‘유한동산’으로 꾸며 아이들이 뛰놀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는데 유재라 여사도 세상을 떠나기 전 2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남긴 것처럼 위인들의 유언과 묘비명은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또 다른 화두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는하다면 미리 묘비명을 작성해 두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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