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연봉 ‘1억+α’ 을지대병원 계약직 행정부원장, 그의 임무는?
[커버스토리] 연봉 ‘1억+α’ 을지대병원 계약직 행정부원장, 그의 임무는?
‘을지대병원 사태’의 진실
  • 한남희·남현우 기자
  • 승인 2016.08.18 17: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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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NC 전에서 7회 NC 도태훈이 한화 투수 권혁의 144㎞ 직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경기장에 있던 유일한 의료진인 간호사는 2분여 만에 경기장에 들어왔지만, 구급상자만 놓고 갔고 5분이 다 돼서야 구급차가 경기장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나마 도착한 구급차의 뒷문을 열리지 않았다. 뇌진탕이나 목뼈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보호대 착용도 없이 도태훈은 자기 힘으로 걸어서 구급차에 올라타는 위험한 촌극이 벌어졌다. “(협약을 맺은 병원이) 구급차를 교체해 운전기사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옹색한 변명에 한화구단은 뭇매를 맡았고, 결국 다음날 공식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날 의료를 담당한 병원은 다름 아닌 대전 을지대학병원. 2년 전에도 한화 장운호가 7회 상태 투수 직구에 머리를 맞았지만, 당시 의료진은 곧바로 목 보호대를 채운 뒤 들것으로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후송했다. 당시 의료진 역시 을지대병원 소속이었다. 선수의 상태가 달라 처치가 다를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사고에 대한 대처는 KBO가 한화에 엄중경고를 하고 다른 구단에도 응급 상황시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매뉴얼을 재점검하라는 공문을 발송했을 만큼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을지대학병원은 지난해 말 노조설립 후 노사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평행선을 달리면서 극심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병원 직원들의 누적된 피로도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관계에서의 누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8개월여를 달려온 을지대학병원 노조와 사측의 줄다리기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 을지대병원은 지난해 11월 말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한 달 뒤 외부 노무사를 행정부원장으로 고용했다.

알려진 조건은 ‘연봉 1억+α’에 1년 계약직. 병원 측이 갑자기 행정부원장을 노무사 출신으로 교체한 데는 노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쉽게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제는 신임 부원장이 과거 노사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 또는 대립하려 했던 사업장마다 해결사로 활동했다는 전력이 드러나면서부터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사측이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노조파괴 전문가 논란’의 장본인을 고용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김 부원장은 을지대병원에 오기 전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했는데 그가 노무관리자로 등장했던 곳마다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조합원 징계나 노조의 파업이 반드시 뒤따랐다.

1996년 대전성모병원에서 2013년 청주시노인전문병원까지
김 부원장이 ‘사회 초년병’으로 발을 내딛었던 곳은 다름 아닌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이다. 노조가 설립되자 1996년 대전성모병원은 사측의 노조탈퇴 압박과 징계가 이어지면서 3개월 만에 조합원 300여명이 노조를 탈퇴했고 3년 뒤 완전히 와해됐다. 지금은 무노조 병원이다. 당시 김 부원장이 이 병원 총무팀 노무담당자로 있었다.

그 후 김 부원장은 2003년 2월 중부도시가스가 노조를 설립하자 노무팀장으로 다시 채용됐다. 당시 사측이 노조 부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인사발령 내고 개인별 노조탈퇴를 유도하자 노조는 같은 해 7월 파업을 벌였고, 회사는 파업 이틀 만에 직장폐쇄로 맞섰다.

김 부원장은 그해 12월 노사갈등이 막 시작되던 부천세종병원의 경영지원실장으로 채용됐다. 보건의료노조 부천세종병원지부에 따르면 김 부원장이 노무담당자로 활동하면서 조합원 수는 170여명에서 50명으로 감소했다. 2005년 지부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정황을 폭로해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노조는 2006년 1월부터 9개월간 장기파업을 벌였다.

김 부원장은 비교적 오랜 기간인 7년 가까이 세종병원에 근무한 뒤 몇 개월을 쉬다 2010년 9월 유신코퍼레이션 인사노무부 상무로 입사했다. 공공운수노조 유신코퍼레이션지부에 따르면 “10년째 기존 노무담당자와 별 문제 없이 교섭해 왔는데 김씨가 오자마자 노조 집기·비품 지원부터 딱 끊어지고 부서장을 이용해 노조탈퇴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1년도 안 돼 유신코퍼레이션을 나왔지만, 또 몇 달을 쉬다 2011년 10월 노사갈등을 빚고 있던 대구시 시지노인전문병원 행정부원장으로 고용됐다. 노조 측은 “당시 김 부원장이 노조탈퇴나 체불임금 소송 취하를 압박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2년 5월 "사측이 불이익처분 시사, 임금 위협, 해고협박을 통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갈등은 계속돼 그해 6월 지부는 파업에 나섰고, 병원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2013년 10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 노조가 설립되자 병원측은 이듬해 5월 기존에 없던 행정부원장직을 신설하고 김 부원장를 채용했다. 김 부원장 채용 직후 사측은 일방적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하고 조합원에 대한 징계나 해고를 남발했고, 결국 충북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노사갈등과 파업 끝에 병원은 지난해 6월 폐업했다.

병원 측 “법과 원칙 지킨 노사관계 정립 전문가”
을지대병원 측은 “김 부원장이 있던 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불법적 노동운동으로부터 법과 원칙을 지킨 노사관계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노사관계·인사전문가”라며 “노조의 주장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또 “절대 노조에 대해 적대적이지도 않고, 노조를 무력화하거나, 노조를 파괴할 의사와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노조혐오의식도 전혀 없다”며 “지금까지 병원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하고 적법한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인정해 왔으며, 결코 어떠한 개입이나 관여도 하지 않아왔고, 노조와 대화와 공문을 통해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소통에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 주장대로라면 원활한 교섭이 이뤄져야 하고 노조 설립 8개월이 지난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 협상이 끝났어야 맞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공교롭게도 김 부원장이 걸어왔던 다른 사업장의 전례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노사 양측은 최근까지 대여섯 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단협의 가장 기본적인 ‘만국공통사항’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택 병원장은 노조 측과의 상견례조차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병원장의 협상테이블 참석은 법적 의무는 없지만 노조를 인정하고 함께 가자는 상징적인 것이기에 요구한 것”이라며 “김 부원장과 협상을 하다보면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협상 회수를 채우고 파업을 하라고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노조는 노조설립 직후부터 최근까지, 숱한 허위사실로, 과장과 왜곡으로, 모욕으로, 조롱으로, 명예훼손 등으로 수많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병원의 사회적 평가를 중대하게 실추시켜 병원의 생명력에 치명상을 입히는 노조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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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6-11-08 16:37:32
무섭다...북한도 아니고 ..직원들피땀으로 모은돈 다못쓰고 가면 아까워서 어쩌나~ 죽지도 못하겄네~그래봐야 100년도 못사는것을~어린간호사들 이하힘없는 직원들 일한만큼이라도월급은 줘야지~다른데보다 더달라는것도아니고 일한만큼달라는데 ~기사보니 시민으로써 챙피하다~힘내세요 을지노조~많은사람들이 응원합니다

대전시민 2016-11-02 09:35:43
병원에서 굳이 왜 채용했을까요?? 거기서 이미 병원측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알수있네요 을지대학교 병원에 다니시는 직원분들 힘내세요 !!

Power 2016-11-02 01:11:54
직원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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