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로드 킬’에 대한 충고
[시사프리즘] ‘로드 킬’에 대한 충고
  • 이홍준
  • 승인 2016.08.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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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길이 사라졌다. 많은 친구들이 온 몸이 터지고 뭉개져 버림받았다. 죽음은 우리 곁에 너무나 쉽게 찾아왔다. 오래전 부터… 함께 있던 친구와 부모들이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화차에 들이받혀 튕겨져 뼈와 내장을 시커먼 도로에 드러낸 채 참담하게 죽어갔다.

지난 날 우리의 죽음은 숲 속에서 나고 자라 살과 뼈는 땅으로, 때로는 뭍 생명의 먹이로 보상했다. 하지만, 화차 바퀴에 수십여 차례 짓이겨진 거죽은 피떡으로 도로에 달라붙어 처참하기만 하다. 두렵다. 인간들은 이것을 ‘로드 킬(Road Kill)’이라고 부른다.”

지난 10여년간 로드 킬로 죽어간 짐승이 3만 마리를 넘는다고 한다. 로드킬은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등 전국의 도로에서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을 말한다.

고라니, 노루 등 야생동물에서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 등 다양하다. 이들 중 비교적 큰 짐승만 가렸을 테니 그 정도지 수량을 헤아리기 어려운 족제비, 다람쥐 등 작은 야생동물을 더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업무나 개인적인 일로 도로변을 가다 보면 어김없이 차에 치어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보곤 한다. 섬뜩하면서 아찔하다. 멀리서 시커먼 덩어리로 보여지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이내 짐승의 사체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처참한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갓길에 버려진 짐승은 그나마 형태가 남아있지만, 도로 한가운데에 남겨진 짐승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 있거나 훼손돼 있다. 때로는 자동차 바퀴에 숱하게 짓밟혀 사체의 일부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측은한 마음이 든다. 이들도 숨쉬는 지구의 한 생명으로 태어나 먹이를 찾고 본능에 충실하게 살다가 횡사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따금 휴일 아침, 텔레비전에서 동물 프로그램을 보곤 한다. 고가다리 틈새에 갇혀 있는 고양이, 아파트 옥상에 둥지를 튼 수리부엉이, 어느 날 갑자기 이사 간 집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거나 버려진 도로의 그 지점에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개. 주둥이가 고무밴드로 묶여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배회하다 쓰러진 동물… 이들 모두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사랑과 공존에 대한 무관심이 남긴 추악한 현실이다.

야생동물은 때로는 인간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간에게 친화적이다. 20세기를 관통하며 교통수단의 발달과 환경파괴가 심각해지면서 먹이사슬이 무너져 버렸다.

멸종됐거나 멸종의 위기에 처한 동물들은 스스로 인간에게서 벗어나 깊은 산과 강, 들에 숨어 먹이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인간을 피해 자신들의 공간을 확보하고 자연 속에서 나고 자라면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두고 지구 최상의 포식자, 프레데터(Predator)로 존재한다. 때문에 동물은 인간의 피식자(Prey)이고, 애완동물에 불과할 따름이다. 동물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더 크게, 더 빨리 자라 인간의 육식을 위한 먹이로 사육되고 있다.

살만 찌우기 위한 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비육되다보니 작은 질병에도 대량으로 죽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것이 인간에게 역풍으로 되돌아 오기도 한다.

영화 ‘아일랜드’는 부와 재능을 가진 우월한 인간들이 수명연장을 위해 자신들의 장기나 신체의 일부를 바꾸는 수단으로 인간 복제공장을 운영하는 스토리다. 복제된 인간은 영원한 이상향인 ‘아일랜드(오염되지 않은 세상)’에 뽑혀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사는 클론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상은 탈출이 불가능한 고립무원의 특정 공간에서 아주 건강하게 비육되다가 스폰서의 요청에 의해 그에 적합한 장기나 신체의 일부를 적출하고 삶을 마감한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영화이다.

인간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동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돈만 있으면 적게는 천만 원짜리 경차에서 수십억 원이 넘는 고급 차량을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만들어 낸 도로는 함께 생명을 갖고 태어난 동물들의 숨터인 산과 강을 절단하고 막아버렸다. 도로에 들어서다 중앙선에 설치된 분리대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다가 달려오는 차량에 치여 즉사하거나 치명적인 상해를 입고 만다.

필자는 동물학자도 아니고 환경보호론자도 아니다. 운전을 할 때 조금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자동차의 빠른 속도에 취하지 말고 편리함으로 이용해야 한다. 야생동물들의 이동통로를 확대하고 도로에 접근시 경고음이나 섬광을 설치해 회피하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아예 도로를 횡단할 수 없도록 가로변에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동물보호 안내표지판을 보다 많이 설치하고 도로에 동물보호 표식을 함으로써 감속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설치에 따른 초기비용이 들겠지만 로드킬로 인한 2차, 3차 사고를 막을 수 있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로드킬’ 이라는 단어 속에 죽어간 숱한 동물들을 외면하고 당연시하고 있다. 도로는 동물들에게 죽음의 공간이 되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한 자동차는 그들에겐 살상도구나 다름없다.

육식을 건강의 척도로 여기며 사는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선 인간의 동물에 대한 배려는 먼 미래를 위해 절대 필요하다. 그것이 지구 환경을 살리고 공존하는 인간의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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