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국제고는 국제관계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특수목적고의 한 형태이다. 외국어 특기자를 길러내는 외국어고와는 취지부터 다른 부분이 있다.
이에 따라 국제고에는 특정 외국어 전공학과는 없으며 영어를 기본으로 국제정치, 국제문화, 국제법 등 전문교과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1998년 부산국제고가 처음 개교한 뒤 청심국제고,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 동탄국제고, 고양국제고, 세종국제고 등 현재 7개 학교가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대전국제중고는 당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국내외 연구원 자녀를 위한 정주여건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역시 이러한 점에 기본 목표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고가 당초 취지와 달리 외고처럼 결국 대학입시를 위한 학교로 변질될 소지가 크다는데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외국어고와 국제고가 정규교육과정에 이과 수학을 편성하거나 사회교과 선택과목으로 과학과목을 넣는 등 교육과정을 부당하게 운영한 것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수목적고가 교육과정을 부당하게 운영하는 등 지정목적을 위반한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과반 운영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이후 여전히 수학B형에서는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의 성적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수학B형은 의대나 이공계열, 자연계열 학과에서 성적 제출을 요구하는 시험유형으로 사실상 문과인 일부 외국어고·국제고에서 정규과정과 방과후수업 등을 통해 이과 수준의 수업을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부분이다.
또 다른 의혹은 국제고의 서울대 진학실적. 2015년과 2016년 국제고 서울대 등록현황을 보면 서울국제고가 31명, 부산국제고 23명, 인천국제고 21명, 청심국제고 19명, 고양국제고 17명 등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국제고에서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문과 중심의 이들 학교에서 전국 교교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대학입시 위주로 학사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설립될 대전국제중고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데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사실상 매년 300명 씩 배출될 대전국제고 학생들이 모두 전공을 살려 국제전문가로 나선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현재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현실에서 학생들도 이를 목표로 국제고에 지원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목표는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교조 등에서 “정원 외 20~25% 정도를 차지하는 외국인 학생은 말 그대로 국제중고를 세우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국제중고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파생될 사교육 팽창과 학력경쟁은 물론, 교육양극화와 학교서열화도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불거질 것이다.
대전시교육청이 당장 ‘지역인재 유출 방지와 연구원 자녀 수요 충족, 학생 선택권 보장’ 이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국제중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교육현실 속에서 과연 본질적인 교육취지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제중고 추진에 앞서 시민들을 상대로 명확한 답과 의지를 보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