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천이’를 따라서 정원을 가꾸자
[시사프리즘] ‘천이’를 따라서 정원을 가꾸자
  • 이긍주
  • 승인 2016.09.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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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긍주 세종정원문화사랑 회장·충남대 교수

[굿모닝충청 이긍주 세종정원문화사랑 회장·충남대 교수]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의 변화를 천이라고 한다. 개발이 진행중인 세종시 같은 경우, 나대지로 남겨진 곳에서 자라는 식물군집의 변화를 종종 볼수 있다.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빠르게 풍요로운 경관을 조성하는 방법 중의 한가지는 “천이”를 빠르게 하는 것이다. “천이”는 생태친화적이고 보다 풍요로운 정원을 조성하는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천이”는 식생의 발전이 환경조건의 변화를 유도하여 계속적인 식생의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이다. 풀과 꽃중에는 먼저 빠르게 군락을 형성하는 선구식물(pioneer plant)이 있다.

이런 식물은 헐벗었거나 훼손된 토양에 침입해서 식물이 없는 곳을 빠르게 피복을 형성한다. 빠르게 군락을 형성하는 이런 식물을 대개 잡초라고 부른다. 바랭이, 민들레, 애기수영, 비름, 질경이, 치커리, 씀바귀 같은 풀이 여기에 속한다.

헐벗은 땅이 비에 침식되는 것을 막고, 영양분을 땅속 깊은 곳에서 표면으로 운반하여 쓸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구식물의 할일이다.

빨리 자라지만, 수명이 짧은 선구식물들은 훼손된 땅을 보호하고 비옥하게 회복시킨다. 키 작은 한해살이 식물들은 여러해살이 식물이 주를 이루는 키가 더 큰 식물군에 의해 서서희 사라진다.

키 큰 잡초들은 무성한 잎과 줄기에서 쭉쭉 뻗어나간 가지, 다양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5-10년 후에는 다년생 관목으로 뒤덮인다. 비가 충분히 내리고 땅이 비옥하다면, 20-30년 후에는 그 관목도 젊은 숲에 자리를 내어준다.

이렇게 경관은 천이에 의해 거침없이 숲으로 변화해간다. 천이는 거스를 수 없는 과정이지만, 늘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는다.

그렇다면, 천이와 정원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원이란 “천이”의 과정에 있는 미성숙한 생태계의 한 단계를 모방한 것이다.

우리가 정원을 조성하는 데에 주로 사용하는 식물재료들은 일년생 채소를 비롯한 초본류로 선구식물에 해당된다.

잔디밭도 그렇다. 초본과 잔디로 잘 정돈된 정원을 선호하다보면 천이 과정 중 생태적 성장의 초기 단계에 머무르게 한다.

하지만, 성숙하고자 하는 자연의 성향을 거스를수는 없는 것이다. 잔디밭은 대초원이나 사바나를 모방한 것이다.

대초원과 사바나는 특정한 환경조건에서만 번성한다. 강수량이 적고, 초식동물이 많고, 불이 자주 나야 한다.

하지만, 자기 집 마당을 바싹 말려버리고, 마당에 소떼를 데려오거나, 들불을 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되려 불도 나지 않고, 비료도 주고, 스프링클러로 수분도 적절히 공급해준다. 이러한 환경은 생태적 천이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다.

깔끔하게 손질된 관목의 아래 맨땅은 잡초를 유혹하기 좋은 장소이다. 토양으로부터 영양분을 끌어올려 관목지나 숲처럼 성숙한 생태계로 진행하고자 하는 “천이”에게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는 잔디밭은 잡초에게 참 좋은 타겟이 된다.

정원은 역동적인 시스템이지 변치 않는 정물이 아니다. 정원을 움직이지 않는 물체들의 정적인 집합체가 아니라 역동적인 생태계로 보면, 근본적으로 건강한 형태와 방향으로 성장하는 정원을 만들수 있으며, 마당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노동의 많은 부분을 자연의 몫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잔디밭의 잡초나 꽃밭에 난 어린 단풍나무는 천이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은 채소밭과 꽃밭같은 단일 경작이 아니라 다양성, 다기능성과 다중화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즉 다양한 꽃과 관목, 교목을 심어서 다층의 서식지를 만들때 비로소 다양성이 도입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곤충과 소동물등이 더 보태지면 비로서 생태정원이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도움되는 조건을 만들어주면 실제로 천이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자연을 이용하면 휠씬 더 빨리 정원이 성숙한다. 생태정원은 자연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생산적이고 성숙한 경관으로 빠르게 발달하게 된다.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세종의 정원은 부디 “천이”를 잘 파악하고 보다 풍요롭고 생태적인 정원을 조성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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