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6년 2월.
뉴욕의 Theater for The New City란 극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 연극 페스티벌(Korean Theater Festival)’이 열렸었다. 이 페스티벌에 필자는 지금도 공연하고 있는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A Dancing Monkey)’를 공연했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7년 두 번째 페스티벌이 열렸고, 이제 시간이 흘러 다시 올해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세 번째 ‘한국 연극 축제’가 뉴욕의 ‘The Secret Theater’에서 열린다.
헌데 이 연극을 주관하는 것이 한국 문화원도 한국 영사관도 아닌 미국인 혼자 순전히 그의 애정과 열정으로 인해 열리게 된 것이다.
극단 ‘KORUS PLAYERS’의 대표인 William Lucas란 사람이 그 장본인으로 유독 한국 연극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미국 연극인이다.
필자가 그를 알게 된 것은, 미국 동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아시아인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Pan-Asian Repertory 극단(대표:Tisa Chang)에 필자가 1987년도에 이 극단 요청으로 우리의 판소리 심청가를 소재로 한 작품 ‘The Song Of Shim Chung’을 연출하면서 부터다.
모든 배우가 아시아계의 배우들인데, 유일하게 아시아 배우가 아닌 흑인William Lucas가 오디션에 참가했고, 필자는 그를 캐스팅한 것이다. 흑인이지만 황갈색 피부에 잘 다듬어진 육체를 가진, 눈이 유난히 큰 루카스는 내가 보기에도 심청이를 따라다니는 ‘새타니(우리 무속 종교에 등장하는 신비의 새)’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표현한 새타니는 탁월한 영혼의 연기였다. 이 공연으로 필자는 뉴욕 타임즈는 물론 뉴욕 포스트, 빌리지 보이스 또 브로드웨이 연극 매니아와 전문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Back Stage’ 등에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윌리암 루카스는 큰 사진과 함께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루카스는 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한국에 관련된 각종 서적, 기사 등을 보기 시작했고 심지어 뉴욕 한국 방송에서 하는 한국 드라마의 광팬이 되기도 했다.
그 동안 한국에 공연으로 두 차례 오고 가면서 그는 제2의 한국인이 됐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문화 교류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Korean Theater Festival in New York’ 이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각별히 미국 관객들에게 홍보와 관심을 갖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다소 그의 바람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는 셈이 된 것이다. 이번 공연엔 필자의 오랜 레퍼토리인 빨간피터의 3부작 ‘돌아온 빨간 피터’는 물론 극단 ‘지금 여기’(대표:차희)의 야심작 ‘독도’와 대전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극단 ‘드림’(대표:주진홍)의 가족 연극 ‘도토리의 여행’ 그리고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단 ‘DAWN’(대표:정다은)의 미국 이민 초창기의 애환을 그린 대표작 ‘사진 신부’ 등이 참여하는 데 특히 ‘지금 여기’ 극단은 독도를 소재로 한 연극을 올리게 돼 모처럼 연극으로 우리의 독도 문제를 쟁점화 할 수 있어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웃 일본과 중국의 공연이 일 년에도 5-6개 작품씩 공연되는 연극의 메카인 뉴욕에 작고 열악하지만 모처럼 우리의 깃발을 휘날리게 됐으니 기쁠 따름이다. 그래서 왠지 9월이 설레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