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기자의 눈] 그리움이 가득한 계절
    [시민기자의 눈] 그리움이 가득한 계절
    • 이희내
    • 승인 2016.1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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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가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계절인 것 같다. 나뭇잎이 울긋불긋 변하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세상을 마주하게 되노라면, 생각은 어느 새인지 저절로, 세상사에 초월해지는 초인이 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이때 쯤 떠난 누군가가 유난히 보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가 떠난 빈자리는 많은 공허함과, 그리움을 남긴다.

    어머니가 떠나신 지 1년의 시간이 유수와 같이 흘렀다. 처음의 눈물도, 그리움도 슬픔도,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는 듯 했다.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다시 떠난 이에겐 안식처이자 남은 이에게는 위안의 되는 공간. 그리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가족공원에서 다시 그녀를 만났다.

    우리 가족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도 세상에 없는 이와 유일하게 대화를 하면서, 힘든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선물같은 이야기가 계속 펼쳐지고 있는 공간이기도 한  이 곳. 예전에는 공동묘지라 불렸으나, 시설을 공원처럼 재정비하고 ‘가족공원’으로 이름을 바꾼 요즘, 납골당은 성묘객은 물론 나들이 장소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가족공원’에서 만난 추모의 형태는 다양했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망자의 인생이 담긴 유골함을 한참 들여다보고 가는가 하면, 고인이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 한 곡을 틀어놓고 함께 듣기도 한다.

    특히 명절을 앞둔 때에는 평소에 자주 만날 수 없었던 가족들이 고인의 묘 앞에 둘러앉아 안부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에게 ‘성묘’란 가족들과 만나는 계기이자, 고인에게 내보이는 삶의 보고서가 되는 지도 모르겠다. 떠난 이와 남은 이가 재회하는 공간으로써, 이곳을 매일같이 찾아온다는 한 남성분은 어머니를 보기 위해 3년간 이곳을 다녀가고 있다고 했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려주지 못했고, 그는 못 다한 효를 인사로 대신하기 위해 매일 이곳을 찾으며, 떠난 어머니와의 끝없는 대화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잠깐의 대화를 나누고 돌아서지만 그의 마음은 항상 어머니 옆자리에 머문다고 한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계획하게 된다. 떠난 이를 추모하기 위해 찾은 곳에서, 도리어 남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위안을 얻어 가기도 한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생전에도 바위처럼 딸의 곁을 지켜주던 어머니는, 떠난 후에도 울먹이는 자식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으셨던 것이다.

    1년 동안 꿈에서조차 한번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셨던 어머니. 그녀가 내 꿈에 드디어 모습을 보였다.

    ‘아빠 잘 모시고, 재밌게 살다가 다시 만나자’ 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낸 그녀.

    임종조차 지키기 못했던 못난 딸에게… 그리고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하지 못했던 작별 인사 대신이었을까.

    평소 무뚝뚝했던 성격 탓에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로 남았다는 아버지는 어머니가 떠나신지 일년이 돼서야 뒤늦게나마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셨다. “그동안 미안했다. 그리고 정말 사랑했다.” 라고.

    망자는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산자는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한다. 이제 나와 가족들이 어머니와의 마지막으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할 차례다.

    아직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지 못했다. 오늘이라도 문을 열고 다시 집으로 오실 것만 같아서, 무엇하나 버릴 수 없었고, 물건 하나 하나마다 담긴 그녀와의 추억이 사라질 까봐 감히 손을 댈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젠 그녀를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어머니의 가방 속에서 발견한 낡은 수첩 하나, 한 장씩 넘기는 중에 마지막장 한 귀퉁이에 써 있는 비툴비툴한 글귀를 보게 되었다.

    ‘행복하게 살다가 다시 만나요. 그러니 슬퍼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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