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공섭의 포토에세이] 사진(寫眞)은 내면을 성찰(省察)하는 작업이다
[길공섭의 포토에세이] 사진(寫眞)은 내면을 성찰(省察)하는 작업이다
  • 길공섭
  • 승인 2016.1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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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공섭사 )대전동구문화원장, 시인/사진작가

[굿모닝충청 길공섭 사)대전동구문화원장, 시인/사진작가]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그림이나 글씨로 그 시대의 역사나 생활상을 기록하여 왔지만 점점 기록문화가 발달되면서 영상언어로 기록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 기록은 사진기(카메라)라는 특수한 장비가 개발되면서 획기적으로 변화되었으며 그 사진기는 현대문명사회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술이 발전되면서 기록문화에서 벗어나 예술적 표현을 하는 문화로 발전하여 엄연한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한지 오래 되었다.

그러면 예술적인 사진이란 어떤 것일까? 예술적인 사진은 어떤 느낌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느낀 생각을 찍어야 한다. 그저 아름다운 피사체만 보고 찍을 때 그 사진을 설명적인 사진이라 한다. 물론 초보사진가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것을 촬영하는 습작을 거치면서 숙성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설악산의 좋은 풍경을 찍었다고 하자. ‘사진 속의 폭포는 비룡폭포고, 그 옆에 있는 것은 나무며, 아래쪽에 있는 것은 흔들바위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아름답습니다,’라고 설명하는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적인 사진은 예술적인 사진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 물론 비예술적인 사진이라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사진의 시간성은 골동품처럼 시간이 경과하면서 가치를 증대시킨다. 우리들의 집 책장 앨범 속에 꽂혀 있는 사진을 보며 옛날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진가는 자기가 생각한 만큼 세상을 오려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한 컷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한 부분을 잘나내서 사진가의 내면적 사고를 표현하는 작업의 결과도 사진가의 몫이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사물을 설명하는 사진이 아니라 사물을 통해 작가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해낸 작업이다. 그래서 사진은 신기하고 찾기 힘든 피사체(소재)를 찾아가서 찍는 작업이 아니라 느낌이나 생각(주제)을 찍는 작업이다. 또한 사진을 만남의 예술이라고 한다. 만나지 못하면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그래서 흔히들 사진은 발로 찍는다고 한다. 만남은 시간적·장소적인 만남만이 아니라, 내면적인 만남이어야 한다. 사진에서의 결정적인 찬스는 결정적인 시간이나 장소가 아니라 내면적 만남의 순간을 말 하는 것이다.

남녀가 맞선을 본다면 선보는 장소에서 얼굴을 서로 처음 보는 그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 아니라, 만나서 얘기하고, 영화보고 그렇게 데이트하다 서로 필이 꽂히는 순간이 있다. 필이 통할 때를 결정적인 순간이라 하고 만남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진은 예술성과 창조성이 함께해야 진정한 작품이 된다. 필자는 사진을 말(言)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할 때 술 취한 사람처럼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면 재미없듯이 내가 아는 이야기를 상대방이 신이 나서 얘기하는 것, 뭔가 새로운 정보가 들어있는 얘기를 해야 솔깃해진다.

사진도 마찬가지라서 새롭지 않은 사진은 흥미를 일으키지 않는다. 예술은 창조성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남들이 찍지 않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남들이 찍지 않은 사진은 없다. 아기들 천진난만한 표정, 노인들의 주름살로 인한 세월의 흔적, 계절에 따라 정해진 풍경사진 등은 이미 많이 찍어서 새로운 사진이 아니다. 남이 찍었던 사진을 찍더라도 그 피사체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을 때 찍으면 새로운 사진이 된다.

여기에서 새로움이란 피사체(소재)의 새로움이 아니라 생각이나 느낌(주제)의 새로움을 말한다. 피사체와 내가 필이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꽃이 나를 보고 인사하고, 바위가 나를 보고 웃을 때 새로운 작품사진이 나온다는 것이다.

깨달음이 말하는 추상[抽象]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것은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하여 파악하는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을 촬영할 때 느낌, 생각 등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작업하고 나서 여러 장을 놓고 사진 속에서 나의 공통된 생각을 추출해 본다. 이것이 추상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진가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내 주제를 가지고 많이 촬영해서 사물에 대한 통찰력(通察力)을 길러야 하고,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서 많이 작업하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는 삼다(三多)의 원칙으로 접근하면 추상적 의미를 함께한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도 있다.

사진은 보이지 않는 생각이나 느낌을 마치 눈으로 보는 듯 느끼게 해주는 것을 형상화라 한다. 형상화는 표현을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이며, 사진은 구체적 사물(소재)을 통해 추상적 관념(주제)을 찾아내는 작업라고 생각한다. 꽃이 있다고 꽃을 촬영하면 안 되며, 꽃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교감을 돈독하게 한 다음에 촬영하자. 그러면 어떻게 작업해야지 보이지 않는 생각이 보이도록 만들까? 거기에 구체적 원칙이나 규칙은 없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사진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보이는 것만 찍히지 보이지 않는 것은 찍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사물을 통해 추상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작업해야 하는 것 역시 사진가가 풀어야할 숙명(宿命)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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