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 웃음 뒤에 숨겨진 비밀
어릿광대 웃음 뒤에 숨겨진 비밀
배우 장두이의 ‘커튼콜ʼ ㅣ 광대의 한(恨)과 한(限)
  • 장두이
  • 승인 2012.07.10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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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인가 우리는 전통극의 연희자나 배우를 광대라고 불렀다. 그런가하면 이조 시대엔 8가지 천한 직업인 8(八賤)의 하나로 광대를 꼽았다. 그러므로 광대는 부평초 같은 인생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오래전부터 우리 소리꾼들의 입담은 노래 속에도 험담과 푸념 일색이었다.

지 에미 붙을 양반인지 좆반인지 허리꺽어 절반인지 개다리 소반인지 꾸레미전에 백반인지.”

서양의 경우도 광대의 역사는 파란이 만장하다. 고대 그리스 시대와 로마 초창기 때만 해도 배우가 그 사회 최고의 엘리트였다. 소포클레스, 세네카 등이 그 예다. 그러다가 노예를 두기 시작하면서 배우는 천직으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특히 서양의 중세 시대엔 저자 거리, 길거리로 쫓겨나 겨우 끼니를 때우는 것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프랑스 최고의 연극 절정기인 루이 14세 때, 당대 최고의 배우이자 작가인 몰리에르도 끼니가 없어 연극 소품 등의 짐을 운반하던 말을 잡아 먹기도 했다. 연극의 신()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힘든 삶을 살기는 매 한가지였다.

지금도 배우는 유명해지기 전까진 옛날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스타가 된 배우들에게 간간히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세간에 떠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1900년대 들어서 등장한 영화나 TV 덕분에 무대 배우들의 대 이동은 가문 날의 단비였다.

사실 배우에게 있어 비극 배우로 성공하느냐, 희극 배우로 성공하느냐는 시대의 요청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대체로 비극은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괜찮을 때 성공하는 반면, 희극은 사회가 소란하고 어수선할 때 특히 관객들이 좋아하여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보면 요즘 시대에 코미디가 대세인 것도 바로 현 우리 사회의 한 반증일 것이다.

코미디 세계에서 어릿광대코미디언은 좀 다르다. 즉 광대는 바보같이 하는 짓이 우습다로 규정하고 코미디언은 우습게 연기 한다로 규정할 수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 William Mcdougall 이 광대에 대한 여섯 가지 특징적 요소를 열거 했는데, (1)넘어지고 미끄러지는 것 (2)상대방 때리기 (3)놀래키기 (4)재기 넘치는 행동하기 (5) 풍자가 깃든 짓꿎은 장난 등으로 정리했다.

그럼 왜 어릿광대는 이러한 바보스러운 행동들을 하는 걸까?

그것은 그냥 단순히 보는 이를 웃기게 하는 목적이 아니라, 웃음 뒤에 비애(悲哀)와 각성의 깨달음이 오게 하는 절대의 예술적 경지인 것이다. 서커스 장에서 쓰잘 것 없는 광대들의 짓거리(사실은 연기의 백미)를 보고 웃다가 느닷없이 비애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곧 진정한 광대의 정서적 언어의 소통 아닐까?

광대에 얽힌 유명한 작품 가운데 우리 가슴을 엄습하게 하는 작품이 (La Strada)’이란 이태리 영화다. 페데리코 펠피니(Federico Fellini 1920-1993) 감독의 이 작품은 1954년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외국 영화상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떠돌이 광대의 애환을 그려 많은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었다.

백치 같은 광대인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 )를 통해 광대의 사랑과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시대는 다르지만 필자에겐 마를린 몬로를 또한 연상케 만든다.

누군가 얘기했다.

광대는 곧 우리의 얼굴이다.”

그렇다! 광대의 눈과 입은 분명 우리 시대를 조명하는 거울이다. 경우에 따라 깨진 거울에 비친 상흔의 얼굴이며, 경우에 따라선 육면체 거울에 비친 우리의 다양한 육갑술(六甲術)에 의해 보여지는 모습인 것이다. 그러기에 광대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예인이 아니겠는가? 우리 가까이 있는 진정한광대가 없는 세상이라 그런가? 왠지 허전하고 허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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