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누구도 출산을 강요할 수 없다
[청년광장] 누구도 출산을 강요할 수 없다
  • 김아영
  • 승인 2017.03.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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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4학년

[굿모닝충청 김아영 한남대 학생] 얼마 전 TV 예능프로그램에 딸이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 고민인 한 어머니의 사연이 방송되었다. 그 딸은 현재 8명의 아이가 있지만 앞으로 4명을 더 낳을 것이라고 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몇 달 후엔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아이들을 키울 계획이라고 해서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12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이민이란 비용뿐만 아니라 언어의 장벽, 아이들의 교육 등 상상할 수도 없는 고생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이유는 복지 때문이다. 딸은 우리나라에서 12명의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기 때문에 이민을 선택했다.

이 사연을 보면서 2030세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적어도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겠구나’ 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 것 같다.

기성세대들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젊은 세대들에게 쓴 소리를 하곤 한다. 정부는 가임기 여성 지도를 내보이며 ‘가임기 여성이 이렇게 많은 데 왜 출산율이 저조할까’ 라고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하고 있다. 왜 기성세대와 정부는 2030세대를 이해하지 못할까.

2030세대들의 출산에 대한 고민은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주위만 둘러봐도 그 이유가 딱 나온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포기한 것이 출산뿐일까? 대학, 취업, 결혼을 줄줄이 포기하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출산마저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비판하기 이전에 왜 그런 생각을 할까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먼저이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은 육아의 무한 반복이다. 이를 뜻하는 신조어 ‘맘고리즘’은 엄마를 뜻하는 맘과 알고리즘의 합성어이다. 우리나라 국공립 어린이집은 현저히 부족하다. 사립 어린이집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폭행사건이 일어나는 탓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가 없다. 결국 일을 그만 두거나 부모님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일을 그만 둔다고 하더라도 오르는 물가에 마음 편할 날은 없고, 내 자식을 위해서 부모님들의 황혼육아가 시작된다.

맘고리즘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적용된다. 사회는 남성에게 육아에 동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자연스레 멀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승전육아’로 끝나는 나의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 젊은 세대들이 출산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출산이 이슈가 되면서 정부가 대책을 쏟아냈었다. 그 중 실제로 시행되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국민이 정말 원하는 정책은 실행 가능한 복지이다. 집값, 교육비 등 주머니 속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 정말 출산을 장려하고 싶다면 오르는 물가만큼 복지지원금도 올라야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수도 늘려야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 역시 당연하게 여겨져야 한다. 저출산, 맘고리즘에 빠져 있는 여성들, 소외되는 아빠들, 지금 대한민국의 현 위치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육아제도와 문화를 정착시켜야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시위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취업, 결혼, 출산 이 모든 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한 미래다.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출산을 강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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