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부부는 함께 자야 한다 (95)
[어르신 고민 Q&A] 부부는 함께 자야 한다 (95)
  • 임춘식
  • 승인 2017.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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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우리 부부는 한날한시에 사랑하든 안 하든 한 몸 한마음으로 연이 되어 한평생, 40여 년을 함께 살아왔으니 이제 그만 싫증 날 때도 돼지 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에 모두 날려 버리고 가슴엔 하얀 재만 남기고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어 서로 등 돌리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한밤 한밤을 지내고 있으니 이것이 지금 70을 바라보는 우리 부부의 참 모습입니다. 그러지 않고 잘 사시는 부부도 있겠지만~~, 우리 세대도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정상인데 부인은 전혀 아닙니다.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남 69, 태안)

A. 요새 젊은 부부라도 사정이 있겠지만 기러기 아빠니 주말부부니 하는 말들은 결코 자연스럽거나 정당한 일이 될 수 없습니다. 어떤 이유로든지 부부는 떨어져 있거나 방을 각각 쓰지 않는 것이 부부 도리입니다.

부부는 함께 자는 게 더 좋을까, 따로 자는 게 더 좋을까? 각방 쓰기가 부부 사이를 나쁘게 만드는 걸까, 이미 사이가 나빠진 부부들이 각방을 택하는 걸까? 자못 궁금합니다. 젊은 사람은 절반 이상, 노부부는 대부분 각방을 쓰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특히 ‘각방 쓰기’의 전제조건이 있다면? 코를 심하게 곤다든지, 잠버릇이 고약하다든지, 일하는 배우자가 단잠을 자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라든지,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동의하에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에서의 각방이 아니라 서로의 영역에 대한 존중의 의미여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부인들이 먼저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각방을 쓴 후 부부 사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각방’의 공포는 몸이 멀어지며 마음까지 멀어질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이미 각방을 쓰고 있는 부부들에게 이전과 비교해 사이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57%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했습니다. 부부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응답은 29%, 오히려 사이가 더 좋아졌다는 응답도 14%나 됩니다.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는 신화가 깨진지 오래 된 일입니다. 각방을 쓴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노부부들의 목소리가 왕왕 들립니다. 부부라고 각방을 쓰면 안 된다는 법은 습니다. 어쩌면 각방이냐 한 방이냐 하는 점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20대 부부는-포개져서 잔다.  30대 부부는-마주보고 잔다.  40대 부부는-천장보고 잔다. 50대 부부는-등 돌리고 잔다. 60대 부부는-딴방에서 따로 다로 잔다. 70대 부부는-어디서 자는지도 모르고 잔다‘는 우습게 소리가 흥미롭습니다.

또한 부부생활의 잠자리 형태도 진지합니다. ’10대 부부는-서로가 뭣 모르고 산다. 20대 부부는-서로가 신나게 뛰면서 산다. 30대 부부는-서로가 한 눈 팔며 산다. 40대 부부는-서로가 마지못해 산다. 50대 부부는-서로가 가엾어서 산다. 60대 부부는-서로가 필요해서 산다. 70대 부부는-서로가 고마워서 산다.‘ 물론 연령별 잠자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노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금물입니다.

인간은 참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누군가와 함께하길 강렬하게 원하면서도, 때로는 너무나 격하게 혼자 있고 싶으니까 말입니다. 40년째 부부 문제를 연구해온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장클로드 카우프만 교수가 프랑스의 부부와 커플 150쌍을 인터뷰해 ‘각방 예찬’을 펴냈습니다. 그는 책에서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느냐 각방을 쓰느냐 사이에서 망설이는 것은 가까이 있고자 하는 욕망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욕망 간의 갈등이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각방 쓰는 부부라고 사이가 나쁘리란 법은 없습니다. 부부는 꼭 한 공간에서 취침을 해야 하나. 부부라는 개념이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집합체인 것이니 함께 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각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성숙한 관계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기서 성숙한 관계란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의무나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방의 고유영역을 존중해 주는 관계입니다. 성숙하고 친밀감이 큰 관계를 구축한 부부는 같이 있든 각방을 쓰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함께하고 싶은 욕망과 혼자 있고 싶은 욕망이 공존합니다. 어떤 식으로 조율해나가야 할까. 욕망이나 욕구는 개인의 몫입니다. 혼자서야 문제가 없지만 두 사람이 함께할 땐 그 개인적인 욕망과 욕구가 관계에 걸리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 관계에서는 표현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확하게 자신의 마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사흘, 한 달에 며칠, 이런 식으로 기간을 정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관계가 나쁘지 않은데 부득이한 이유로 각방을 쓰게 되면서 부부 사이가 멀어질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각방을 쓰는 게 익숙해지고 굳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늘 피드백을 해야 하고 친밀감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어쨌든 부부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 자야 건강합니다. 생이 다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 함께 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부가 늙은 후에도 같은 잠자리에서 손을 잡고 잔다면 얼마나 복된 삶이 되겠는가? 각방을 쓰는 부부들은 이 원리를 참고하여 꼭 한 침대 위에서 밀착하여 숙면을 취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부부가 함께 침식을 하는 것이 독신으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부의 조화를 위하여 떨어지지 말고 되도록 함께 다니고 함께 자는 것이 행복의 필수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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