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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프리즘] 원칙이 무너지는 사회

    이영선 변호사,
    세종지속가능협의회 상임대표

    [굿모닝충청 이영선 세종지속가능협의회 상임대표] 원칙이란 ‘대부분의 경우에 두루 적용되는 기본 규칙이나 법칙’을 말한다. 즉 원칙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준이고, 공공의 약속인 셈이다.

    이 원칙은 우리 사회에서 여러 형태로 구현된다. 가장 흔하게는 ‘법률’로, 법인에서 ‘정관’으로, 회사에서 ‘사규’로 불리지만, 모두 다 조직운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그 구성원이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지침이라는 점에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구성원 간에 갈등이 일어나고, 그 조직은 오래 버틸 수도 없게 된다. 이런 원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이야기가 ‘한비자’에 있다.

    어느 날 초나라 황제가 자신의 아들인 태자를 불렀다. 그런데 초나라에서는 황제가 기거하는 곳으로 가는 문에는 수레를 타고 들어갈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왕의 부름을 받고 급히 가던 태자는 마침 비가 오던 상황에서 수레를 탄 채로 문을 통과하려고 하였다.

    이 때 문지기가 태자의 수레를 가로 막았다. 그러나 태자도 문지기를 향해 윽박지르며 문을 열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자 문지기가 수레는 절대 문을 통과할 수 없다면서, 태자가 탄 수레를 도끼로 부셔버렸다. 태자는 할 수 없이 씩씩거리며 걸어서 내전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황제를 만난 태자는 억울한 마음에 이 사건을 황제에게 토로하고 문지기에게 극형을 내릴 것을 청하였다. 그러자 황제는 “문지기는 지금까지 한번도 법을 어긴 바 없었고, 곧 왕이 될 태자에게도 법을 지켰으니, 진정으로 참된 신하이도다. 황제가 권위를 앞세워 법을 지키지 않으면, 황제의 권위는 무너지게 되고 나라는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라며 문지기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박근혜,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정치권력과 재벌들의 유착관계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이러한 원칙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가 생긴다. 최근에  일어난 이런 모습들을 간략히 보자.


    장면 1. 공직자도 아닌 최순실은 비밀 통로로 청와대 직원들의 호위를 받고 관저에서수시로 대통령을 만나고, 청와대 직원들을 통해 국가정책보고서, 인사자료, 대통령의 연설문과 공식일정에 관한 자료를 보고받는다. 대통령은 최순실의 이권을 챙기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공공기관의 정보는 일정한 절차에 의해서만 공개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모든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대통령은 공무상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국가공무원법 제60조, 자신의 권한을 사익추구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공무원법 제59조 및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 제3항, 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와 제7조의 원칙을 송두리째 위반한 것이다.

    장면 2. 대통령은 삼성, 롯데 등 재벌들을 청와대로 불러 사인이 주도하는 재단에 후원금을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재벌들은 그에 대한 급부로 자신들이 원하는 현안을 정치권에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는 정치권력이 재벌들에게 부당한 강요로 재산을 출연케 한 것으로,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3조와 제119조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고, 공무원의 직권남용을 금하는 형법 제123조와 대가관계의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제129조의 원칙도 위반하였다.

    이렇게 원칙을 가장 엄중하게 지켜야 하는 대통령이 스스로 원칙을 마구잡이로 훼손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분노를 느꼈고, 그 분노는 수많은 촛불로 이어졌다. 이런 대통령이 어려운 삶 속에서도 법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법과 원칙을 따를 것을 강요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원칙은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필수요소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원칙을 저버린 권력자를 비판하는 것과 더불어, 원칙이 무너지고 있음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점도 함께 비판받아야 한다. 앞으로도 돈과 권력은 끊임없이 원칙을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으며, 우리는 이런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2의 국정농단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다시 한번 한비자의 황제가 태자에게도 예외 없이 원칙을 지켰던 그 가르침을 되새겨 보자.


    이영선  sun905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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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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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진 2017-04-18 21:16:57

      그 원칙은 왜 항상 권력이 높아질수록..
      많이 가질수록 지켜지지 않고,무너지는 걸까요?
      도가사상에 조금 더 심취 해 있는 저이지만 요즘은 정말 법가사상을 제대로 알고싶고,그 법가사상을 나랏님들께 꼭 알려 드리고 싶네요~   삭제

      • 이수정 2017-04-18 13:20:41

        주로 개인적 사익추구에 우리는 가끔 원칙을 훼손하고, 융통성이란 명분으로 합리화 시키는것 같습니다. 또한 쉽고 편리한 유혹 때문에 원칙이 무너지는줄도 모르고 지금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을 지키고 산다는게 어려운것 같습니다. 잊고 살았던 원리원칙의 중요성을 각성시키고, 준법정신의 소중함을 상기 시켜주어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삭제

        • 양홍 2017-04-18 11:48:42

          원칙과 법칙을 바로세우려 강조하는 이영선변호사님 응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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