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버펄로와 인디언
[시사프리즘] 버펄로와 인디언
  • 이홍준
  • 승인 2017.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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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아메리카 들소를 가리키는 버펄로(buffalo)의 정식 명칭은 American bison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살았다. buffalo는 프랑스 모피 상인들이 쓴 ‘황소’라는 뜻의 boeuf에서 나온 말로 동물을 상업적 용도로 부른 것으로 그다지 바른 표현은 아니다.

버펄로는 19세기 초반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영국인들은 자국의 쇠고기 수요가 폭발하자 이를 공급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정복해 소의 목초지로 활용했다. 하지만, 급격한 수요 증가를 따르지 못하자 시야를 북아메리카로 돌렸다. 그들이 북아메리카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이곳에는 4,000만 마리의 버펄로가 있었는데, 18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고기와 가죽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사냥이 시작되면서 1850년엔 2,000만 마리, 1865년엔 1,500만 마리로 불과 30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의 종전은 버펄로에게는 더 큰 재앙이었다. 수천 년 동안 버펄로의 삶의 터전이었던 북아메리카는 버펄로의 숫자를 세는 것보다 숲의 나뭇잎 수를 헤아리는 것이 훨씬 쉽다는 말이 무색하게 한 세기도 지나기도 전에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장대한 대평원을 압도하는 버펄로의 검은 물결은 몇 시간씩이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지평선 너머로 발굽소리가 우레 소리처럼 퍼졌으며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거대한 먼지구름으로 가득했던 땅을 유럽인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1만 5천년 동안 지켜온 평원의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끝장난 것이다. 텍사스 평원에서는 1,500여명이 넘는 사냥꾼들과 모피상들이 버펄로를 닥치는 대로 사살했다. 인간을 처음 본 버펄로들은 옆에서 총을 맞고 죽어가는 버펄로들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부유한 동부인들과 유럽왕조들은 버펄로 사냥에 흠뻑 취했다. 편안한 열차 안에서 몇 시간 동안 평원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버펄로들에게 마음껏 방아쇠를 당겼다. 그 광경이 곳곳에서 반복되었다. 그렇게 죽어간 버펄로들은 그대로 부패하고 모피상들은 뼈를 수집해 골분으로 자기를 만들거나 설탕 정제과정에서 갈색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했다.

백인들은 인디언들의 양식인 버펄로를 제거함과 동시에 인디언에 대한 정책을 학살에서 굴복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안타깝게도 인디언들은 평원에서 버팔로와 함께 쫓겨나게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 버펄로의 뼈를 수확하고 운반해 그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인디언들은 거대한 들소(버펄로)의 뼈를 운반하면서 그들의 양식을 잃게 되었으며 카우보이의 보호를 받으며 초원을 따라 풀을 뜯는 유럽에서 넘어 온 비육우(소)에게 평원을 내주었다. 버펄로와 공생관계를 유지했던 인디언은 의식주에 필요한 만큼 사냥하던 생존의 버팀목을 백인들에게 내주고 함께 사라져야만 했다.

카우보이들의 인디언 학살은 잔혹했다. 그들은 인디언들의 머리 가죽을 벗기고 여자들은 칼로 난도질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곤봉과 개머리판으로 가격하고 사지를 절단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평원에서 버펄로를 멸종시키고 인디언들을 내쫓은 뒤 그곳에서 소를 키우게 된 목축업자들은 기아에 허덕이는 인디언들에게 쇠고기를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쌓았고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축산기업으로 성장하여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쇠고기제국을 건설하였다.

현재 버펄로는 순수한 혈통을 찾는 것은 쉽지 않고 교배한 잡종의 형태로 수십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버펄로를 대량 학살한 유럽의 백인 이주민들은 버펄로를 아메리카의 상징으로 여기고 지역이나 스포츠 팀의 기(旗), 문장(紋章), 로고, 마스코트 등으로 사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 약 2,000만명에 달했던 인디언들 역시 유럽인들이 전파한 학살과 노예화, 전염병으로 90% 가까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겨우 종족을 유지할 만큼의 적은 수로 최저 수준의 집단생활을 하며 관광객의 관람거리로 전통을 재현하는 수단으로 연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외적인 상황은 대평원이라는 버펄로가 갖고 있던 지리학적 위치에서 인디언이라는 국가의 생존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외부로부터는 미·중·러·일의 4대 강국에 둘려 쌓여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여파로 첨예한 대립과 긴장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잇따른 측근들의 구속으로 국정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짧은 시간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통치권자가 없는 미증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지키기에는 역부족인 지정학적 한계가 엄연히 존재해 있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뛰어난 인물들의 전술과 외교술, 등거리전략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실정과 정치외교력의 부재로 빚어진 국가적 혼란을 저마다 풀어내겠다고 외치는 대통령 후보들을 보면서 어느새 정치적 접근보다는 깎아내리기로 표밭을 일구고 있는 것 같다. 부화뇌동하는 미디어 앞에서 국민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정치는 투쟁의 산물이기에, 정당은 이익실현의 결사체이기에 한 방향으로 나가는 생물일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해서 올라선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정부패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과거 역대 대통령의 권좌에서 벌어진 가족과 측근들의 행위를 보면 익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국민들은 치졸한 이념대립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 나와 집단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이 정당이 싫어서 저 정당을 찍는다는 단순한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이 낸 공약의 규모와 화려함에 현혹되지 말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피부에 직접 와 닿을 수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어지러운 현재의 상황에서 미래를 진일보시킬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살펴보자. 버팔로와 인디언의 절멸에서 대한민국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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