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대전의 낚시터에선… 어버이날 살인사건의 전말
그날 대전의 낚시터에선… 어버이날 살인사건의 전말
술자리 사소한 말다툼, 죽음을 부른 취중 욕 한마디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7.05.21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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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던 김 모(55) 씨. 그가 야산에서 목이 졸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은 술김에 내뱉은 사소한 욕 한 마디였다.

어버이날인 지난 8일, 김 씨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평소 낚시를 즐겨하기 때문에 이날도 낚시 갈 생각에 들떠 있던 것이다. 급하게 낚시 가방을 챙긴 김 씨는 아내에게 “낚시 하고 오겠다”고 말하며 집을 나섰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을 나서는 뒷모습, 아내가 본 남편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 씨는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 인근 하천으로 향했다. 서너 명의 사람들이 벌써부터 미끼를 던지고 있었다. 김 씨는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A씨에게 다가갔고 함께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곧 A씨를 통해 알게 된 B(45)씨까지 합류해 셋이서 낚시를 즐겼다.

B씨는 하천 근처에서 집이라고 할 수 없는 움막에서 살고 있는 무직의 한량이었다. 인근 야산이나 하천에서 구한 먹거리로 생활하고 주로 낚시를 하면서 생활했다.

한동안 낚시에 집중하던 세 사람은 “고기도 잘 안 잡히니 술이나 한잔 하자”며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A씨는 어버이날 가족행사가 있다며 술을 자제했고 주로 김 씨와 B씨가 일명 ‘대꼬리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흥이 나서 세 병을 내리 마신 그들은 곧 술에 취했다. 이들이 한창 취했을 즈음 B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낚시꾼 C씨가 지나가던 길에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 씨는 C씨에게 반갑다며 술을 권했지만 C씨는 “차를 가져왔다. 운전을 해야 돼서 술을 마실 수 없다”며 거절하며 곧바로 떠났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이미 상당히 취한 김 씨는 C씨의 거절에 기분이 나빴는지 “저 XX가 내 호의를 무시한다. 예의가 없다”는 식으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덩달아 취해 앉아 있던 B씨가 김 씨에게 “왜 내 지인한테 욕을 하냐”며 언성을 높였고 이윽고 멱살을 잡는 등 다투기 시작했다.

싸움을 말리던 A씨는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그만 싸우고 얼른 집에 가라”고 하며 자리를 떠났지만 이들의 다툼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B씨는 “내 친구한테 욕한 거 사과해라. 형이면 다냐”며 김 씨를 나무랐고, 김 씨 또한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대든다”며 티격태격했다. 건너편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도 다투는 듯한 김 씨와 B씨를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순간 이들은 사라졌고, 김 씨의 아내는 꼬박 하루 남편과 연락이 두절됐다. 아내는 다음날인 9일 새벽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기 위해 112에 신고를 했고, 9일 오후 2시 하천 인근 야산에서 김 씨의 차가운 시신이 발견됐다. 목이 졸린 흔적과, 온 몸이 긁혀 상처가 난 채 나뭇가지 등으로 덮여있었다.

범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경찰은 곧바로 인근 주민과 낚시꾼들을 탐문한 결과 B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그가 생활하는 움막에서 그를 체포했다. 범행을 인정한 B씨는 “지인에게 욕한 게 화가 났다. 홧김에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결국 김 씨가 무심코 내뱉은 욕 한마디로 인해 “낚시하고 돌아오겠다”던 아내와의 약속을 영영 지키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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