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통해 본 '남녀 인권의식'
[목요세평]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통해 본 '남녀 인권의식'
  • 양해림
  • 승인 2017.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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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 새정부는 새로운 내각을 꾸미느라 국회에서 청문회가 한참 진행중이다.

현재 문재인정부는 70-80% 안팎 국민들의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지지율에 힘입어 국민의 눈높이 정치를 유독 강조한다.

하지만 안경환 前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여성관 문제에 이어 ‘몰래 혼인신고’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디까지가 국민의 눈높이인지 논란이 확산됐다. 논란의 중심은 그간 시민사회에서 존경받은 원로 학자 안경환 前국가인권위 위원장이 법무부장관후보자에 지명되면서, 그의 <남자란 무엇인가> (2016)에 담긴 여성비하적 표현이었다.

그의 저서에서 여성관은 남자의 ‘진짜 본성’을 파악하고 그 본성을 넘어 시대에 발 맞춤하는 남성상을 제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 그는 여성 혐오적 행동을 마치 남성의 생물학적 특성인 것처럼 서술한 부분이 그 논란의 핵심이었다.

그의 책에서 “몸을 팔려는 여성이 있고 성적 본능을 제어하기 힘든 사내가 있는 한 매춘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제2의 성’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 “술과 여자는 분리할 수 없는 보완재다.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다.” 조금만 더 보자.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라는 구절에서는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의 심리상태를 ‘당연한 것’처럼 규정했다.

한 부장판사가 성매매를 하다가 현장 적발된 사건에 대해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후보자는 자신의 여성관에 대해 지난 6월 16일 기자회견에서 “책 전체를 읽고 판단해 달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으나, 결국 여론에 밀려 자진 사퇴했다. 안 후보자가 유독 논란의 초점이 된 것은 서울대 교수나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여성 권익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시민단체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던 그의 인권의식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는 ‘제2의 성’(1949)에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이미 17세기 이래 태동하기 시작한 자유주의 사상에도 담겨 있던 내용이다.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인 디드로나 볼테르 등은 여성의 열등성은 본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교육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은 수동적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환경을 겪으면서 수동적 존재로 만들어졌다. 남녀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존재하거나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에 의해 길들여지고 만들어진 후천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산물인 것이다.

여성이 본래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피지배계급이 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상황과 개체의 발달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남녀 몸의 본질주의, 즉 생물학적 본질주의를 인정하지만, 남녀의 정신적 능력의 차이는 거부했다. 따라서 보부아르는 결혼, 모성, 사회 내의 여성, 제도화된 창녀, 노년 문제 등을 섭렵하여 여성문제에 관해 많은 진보적 지식을 제공했다.

흔히 우리가 ‘남자답다, 여자답다’라고 할 때, 그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이라는 말 속에서 생물학적 특징을 훨씬 넘어서는 많은 요인들을 포함한다.

동양에서 음양의 개념으로 여성과 남성을 대비시키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자연적 몸의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흔히 ‘여성-음-부드러움-소극적’,‘남성-양-강건함-적극적’이라는 일련의 다른 범주를 하나로 묶으면서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이론처럼 언급되기도 한다.

이런 다소 추상적인 믿음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타당한가? 안경환 전(前)법무장관후보자는 여전히 전통적 남녀의 이분법을 옹호하고 있는가? 그는 21세기에 부응하는 남녀의 인권의식부터 새롭게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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