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③ “인식개선 없이는 해결 요원, 꾸준한 교육 필요”
[커버스토리] ③ “인식개선 없이는 해결 요원, 꾸준한 교육 필요”
인터뷰-'1577-1366'다누리콜센터 김춘경 대전센터장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7.06.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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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전국에 권역별 다누리콜센터는 7개에 불과해요. 너무도 부족한 실정이죠. 농촌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은 상담조차 받기 힘듭니다.”

폭력피해부터 국적, 체류 문제 등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상담과 보호시설로의 연계까지 ‘이주민 원스톱 지원센터’인 대전다누리콜센터의 김춘경 센터장이 말한다.

김춘경 센터장은 20009년 1월 1일 이주여성을 위한 권역별 지원센터가 설립된 이래로 줄곧 대전센터의 소장으로 이주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10여 년을 일해 왔다. 그만큼 이주여성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대전, 충남, 세종, 충북 일부지역을 관할하는 대전다누리콜센터는 현재 공채로 채용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출신의 상담원 5명과 한국인 상담원 1명, 김춘경 센터장까지 총 7명이 이주여성의 상담업무를 맡고 있다.

피해 이주여성과 가해 남성, 상담원으로 이어지는 ‘3자 통화 시스템’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대전다누리콜센터는 연 1만 건의 상담을 감당하고 있기에 이들의 업무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음에도 김 센터장은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취재를 위해 준비한 질문 리스트가 무색할 정도로 2시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주여성 문제의 낱낱을 연설하듯 풀어냈다.

이주여성 폭력 문제, 얼마나 심각한가요?
이주여성 폭력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여성은 원활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자칫하면 이주여성들이 모두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주여성 피해는 전체 다문화가정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낮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한국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문제입니다. 다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보호가 절실한 이유는 ‘친정’으로 대표되는 지지 세력이 없다는 것이죠.

한국 여성들은 남편이 맞거나 욕설을 들으면 친정엄마, 하다못해 이웃집 주민, 인근에 사는 친구까지 고민을 털어놓고 기댈 곳이 있잖아요. 결혼이주여성은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아예 없어요. 이것이 우리가 이들을 도와줘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주여성의 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감정을 교감할 수 없다보니 자신이 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죠. 수년 간 폭력에 시달리다 도움을 요청하는 이주여성들이 많아요.

객관적 통계를 따지자면 지난해에 연간 상담 건수가 1만 건이었는데 이중 폭력 피해 상담이 1500여 건 정도로 집계됐어요.

이주여성 피해가 줄어들지 않은 모양이군요?
그렇지만은 않아요. 한국 여성이건 이주여성이건 가정폭력 건수 자체는 일단 줄었어요. 특히 대전이 그렇죠. 가장 크게 작용했던 부분은 가정폭력 문제가 4대 사회악으로 지정되면서 경찰의 대응이 굉장히 빨라졌다는 점인 것 같아요.

경찰의 초기대응부터 지원센터로까지의 연계가 이전에 비해 신속해졌어요. 물론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가정폭력 피해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건 마찬가지지입니다.

왜 이렇게 가정폭력 문제 해결되지 않는 건가요?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가부장적 가치관이라고 생각해요.

수천 년 동안 우리사회에 뿌리박혀있던 가부장적 가치관은 한국 여성들에게도 해당하는 문제지만 이주여성에게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어요. 그들이 살아온 문화와 분명 다르니까요.

낯선 한국에 남편 하나 믿고 온 이주여성들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 남성들은 너무 성급하게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이주여성이 적응에 필요한 시간과 한국남성이 적응을 바라는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죠.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인식이 한국남성을 지배하고 있어요.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부부관계에서 상호간의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더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식의 차이 외에도 이주여성 문제 해결의 애로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결혼을 통해 이민해 온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이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쫓겨나면 살 수 없는 구조에요. 그만큼 경제력 면에서 열악하죠.

그런데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고국에서의 경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겁니다.

실제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이주여성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은 한국남자들이 잘 산다는 인식을 하고 있죠. 때문에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친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이주여성의 가치관을 한국 남성들이 이해하려 하지 않는 데에서 폭력 문제는 출발합니다. ‘돈벌려고 나랑 결혼한 것인가’라는 인식을 한국 남성들이 갖고 있어요. 물론 좋게 보일리 없지만 이것은 당연한 이치로 보아야 합니다. 한국 여성도 배우자의 장래성을 보고 결혼을 결정잖아요?

이주여성과 결혼생활을 시작한 남성은 ‘내 배우자의 현실이고 국제결혼을 한 나의 현실’을 인정해야 해요. 즉, 서로의 차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동동한 부부관계에서 하나씩 맞춰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절실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가장 절실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정폭력을 비롯해 성폭력, 성매매 등의 문제도 이주여성들에게 심각하면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요. 특히 E9비자(단순노무를 위한 비자. 주로 축산업, 어업,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에게 발급되는 비자)를 가진 농업근로자에게는 다반사로 일어나죠.

보안장치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이주여성들이 미처 다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이러한 여성들은 대부분이 농어촌에 체류하고 있어 센터의 지원을 받기 매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죠.

또 한가지, 설령 센터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일을 그만두게 될 걱정에 신고도 잘 하지 않아요. 그만큼 외지에서 실제 성폭력 피해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에요. 이들이 센터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농어촌에서는 마을 단위로 이주여성 문제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에서는 무료로 성폭력 및 가정폭력 예방 전문 강사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홍보문제 탓인지 소외지역에서 강사 초빙 교육 요청이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언론을 통해서라도 알리고 싶어요. 먼 한국 땅에서 남모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을 여성들에게 “당신도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다누리콜센터(☎1577-1366)는 365일 24시간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더 이상 소외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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