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하다가 사람 잡겄슈!!!”
연일 이어지는 가마솥 더위에 공직자들의 아우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절감대책에 따라 공공기관은 실내온도가 28도 이상이 돼야 냉방기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관공서를 비롯한 각 공공기관의 에어컨들은 대부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특히 전력위기 상황 예방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 한국전력 직원들은 에어컨의 ‘에’자도 꺼내지 못하고 폭염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자치구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노후 청사나 조립식 별관의 실내는 말 그대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더위에 녹초가 된 민원인들의 얼굴에도 짜증이 한 가득이다.
공무원들은 각자 미니 선풍기와 부채 등을 준비해 더위를 식히려 안간힘이지만 살인적 폭염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틈나는 대로 매점을 찾아 빙과류나 냉음료 등으로 더위를 달래보지만 그때뿐이다.
일부 직원들은 “줄줄 흐르는 땀, 푹푹찌는 열기 때문에 업무처리는 고사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며 “눈치가 보이더라도 차라리 장시간 출장을 가거나 연가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로는 정말 견디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실내온도 측정 센서가 지하에 설치된 일부 기관은 냉방기 사용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지하실 온도가 28도까지 오르려면 위층 사무실은 30도가 훌쩍 넘어야 할 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타 지역에서는 냉방 기준 온도를 위반에 단속을 당하기도 했다.
그나마 이런 사정도 한국전력 직원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한국전력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는 올 여름 들어 단 한 차례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다.
‘에어컨 사용을 줄입시다’ 구호를 외치면서 차마 에어컨을 켤 수가 없다. 28도가 넘어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한 직원은 “컵에 얼음을 담아 거의 전신을 맛사지 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거의 병이 날 지경”이라며 “우선 사람부터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겨울엔 추위에, 여름엔 더위에...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열병 환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늘 걱정입니다”라며 한숨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