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공간에 대한 단상
[시민기자의 눈] 공간에 대한 단상
  • 손석현
  • 승인 2017.07.25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연계협력팀장

[굿모닝충청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연계협력팀장] 먼저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이야기이다.

입주 2년차를 맞는 우리아파트는 최근까지 휘트니스센터 설치를 약속한 바 없다는 시공사의 입장과 휘트니스센터 설치는 물론 체육기구까지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입주민의 입장 차이로 갈등을 빚어 왔다. 그간의 진행과정과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최근에는 휘트니스센터 설치와 운영에 대한 입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설문의 주요 골자는 현재 아파트 단지 내에 빈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는 시설에 휘트니스센터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찬반 여부와 입주민들이 직접 운영할지 아니면 외부 민간업체에 임대를 줄지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나아가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세대별로 일괄 부과할지 아니면 휘트니스센터를 이용하는 입주민만을 대상으로 부과할 지에 대해 의견을 파악 중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지면에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휘트니스센터만을 설치, 운영을 하겠다는 방향에서 보다 넓은 의미로 입주민 모두가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사랑방, 작은 도서관, 작은 영화관, 문화교실, 직거래 가게, 생활용품 공유센터 등으로의 활용도 생각해 봄직하다. 몇몇 입주민들만 이용하는 휘트니스센터는 보다 많은 주민들이 공유하는 공간으로 보기에는 한정적이라 할 수 있다. 방금의 사례는 실생활 공간과 가장 밀접한 아파트 시설 이용에 대한 단적인 이야기다.

한편, 10년 전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를 기억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오는 9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기념관은 지하1층, 지상 2층, 건물면적은 2624㎡ 규모로 준공되어 기념관 내부에는 기름유출 사고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어둠의 바다, 절망의 바다에서 생명과 기적의 바다로 만든 자원봉사자들의 복구활동 과정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건립 당시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이용자(자원봉사자)측면에 대한 고민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기념관 설계에서부터 콘텐츠의 기획과 구성, 전시, 설명, 제작, 설치에 이르기까지 보완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고의 발생 원인과 이로 인한 환경오염, 복구 과정에서의 문제와 연구조사, 피해민들의 생활상,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 수준과 민주시민의 성장과정, 이를 통한 새로운 대안 에너지의 확대 등 일련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지금의 단순한 전시, 관람에서 벗어나 학습과 체험, 전문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통한 시민교육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직접 복구 활동에 참여했던 이해당사자인 피해 지역민, 환경단체, 수많은 봉사단체를 비롯한 자원봉사계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정식 개관에 앞서 벌써부터 지속가능한 공간 이용에 대해 고민해야 할 판이다.

비슷한 고민은 또 있다. 내년 4월 개관을 목표로 내포신도시에 건립 중인 충남도립도서관이다. 도립도서관 역시 공간의 이용적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마을 도서관과 각 시군에서 운영 중인 도서관과 어떻게 연계하면서도 차별화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빼곡하게 수많은 책들만 진열되어 있는 또 하나의 도서관이 탄생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왜 공간 디자인 계획은 전문가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공무원들의 손에서 결정되면 늘 사용자를 수동적인 존재로만 대우하는 것일까? 당사자가 처음부터 공간을 함께 기획하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계획 과정이 필요하다.” 얼마 전 워크숍에서 전한 어느 전문가의 말이다. 또한 미래의 공간은 ‘협력을 이끄는 자발적 미완성’이다. 필자의 가슴에 남아있는 문장이다. 그렇다. 공간을 이용하는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협력하고 논의하여 공간을 디자인 하고 채우는 일, 그것이 다소 서툴고 부족해 보일지라도 공간의 주인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