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김선환… 시(詩)와 사랑에 빠진 ‘화학과 교수님’
한남대 김선환… 시(詩)와 사랑에 빠진 ‘화학과 교수님’
시·시조·아동문예 내리 등단… 최근엔 ‘달빛을 삼킬 때’ 시집 발간 화제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7.07.3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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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전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집을 출간해 화제다.

한남대학교 화학과 김선환(62) 교수는 최근 자작시 75편을 담아 ‘달빛을 삼킬 때’(오늘의 문학사)’ 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김 교수는 연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한 이학박사지만 지난 2년 동안 시와 시조, 아동문예 등 세 부문에서 등단할 정도로 누구보다 시를 사랑하는 늦깎이 시인이다.

전공 관련 시간 외에는 시집을 가슴에 품고 읽고 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그는 이번 시집에서 달빛의 언어를 끌어올려 세상을 말한다. 왜 그리 무섭게 시에 매달리는지에 대해 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란다.

“사랑은 아무런 이유 없이 존재하고 우리를 엄습한다. 김 시인에게 시는 사랑의 대상이다. 어느 날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온 존재다. 빼도 박도 못하고 엄습한 사랑에 그는 충실했다. 그의 내부에서 자라나는 시를 받아 적었다. 무르다고 수없이 찔러대는 바늘의 아픔도 굳건히 버티어 냈다. 그의 시편에는 우주를 응시하던 화학자로서의 넓은 세계가 응축되어 있다. 그만의 또 다른 세계가 열려 있다. 주제가 다양하고, 열린 사고가 보인다. 어떤 시들은 읽어 내리면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 통쾌하기까지 하다.”

백인덕 문학평론가는 “뒤늦게 사랑에 빠진 이의 눈빛은 어딘가 선하게 깊다. 입술은 달콤하게 부드럽다. 가슴은 천천히 격렬하게 뒤집어지기 마련” 이라며 시에 대한 김 교수의 사랑을 평가했다.
 

코르크판/ 김선환

내가 살아가는 방법은 유연함이다

무르다고 수없이 찔러대는
바늘의 아픔에도
굳건히 버티어 낸다

나의 장수 비결은
찔리는 순간 세포를 열어
핀을 포집해 버리는 것이다
남들이 생각하기보다
아픔은 없다
그렇다고 표시할 뿐

나는 보기보다 강한
외유내강한 성격이다

역설적이게도 진짜 강한 것은 부드럽다. 유연하다. 유연함이란 부드러운 것, 틀을 거부하는 것, 나와 다른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만이 타인을 인정할 수 있다. 그것은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자들의 몫이다. 유연함만큼 강한 에너지가 없다.

“내가 살아가는 방법은 유연함이다”라고 단언한 시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그의 폭넓은 사고를 이 한 행으로 짐작하고도 남는다. 타인에게 얼마나 유연한지도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러므로 시인이 얼마나 강한 내면의 소유자인지도 드러난다. 시 한 행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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