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정치인의 의리와 조폭의 의리
[시사프리즘] 정치인의 의리와 조폭의 의리
  • 정국교 더불어민주당 청년기업인 육성특위 위원장
  • 승인 2017.1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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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교 더불어민주당 청년기업인 육성특위 위원장

[굿모닝충청 정국교 더불어민주당 청년기업인 육성특위 위원장] “무리를 지어 다른 무리와의 싸움에서 이겨서 전리품을 나누어 가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라는 면 에서 정치조직과 조직폭력배의 행태는 일견 크게 다르지 않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나 논공행상이 공평하지 않다 싶으면 같은 무리끼리 패를 갈라서 싸운다는 면 에서도 다를 것이 없다.

국가나 국민을 위한 헌신 없이 사익도 얻을 수 없는 정치조직은 공익을 위한 노력도 열심히 하려 하는데 비해 조직폭력배는 오로지 사적인 이익을 위해 싸운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다.

정파나 학교, 출신지, 이념과 소신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인연을 매개로 무리를 지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정치 조직이며 모든 국민은 이곳에 가입하여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공무원에 있어서는 그 신분과 정년을 보장하여 주는 대신 정치 조직에 가입하거나 선거에 개입하지 못 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이런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이유는 국가의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시행하는 주체인 공무원들이 어느 정파의 이익에 편중되어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을 훼손시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특정 정치권력에 가담하여 불법을 자행하고 직, 간접적으로 선거나 정치에 개입하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지난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추레한 모습으로 검찰과 법원의 포토라인에 서있는 것은 이런 실상을 단적으로 실증하고 있는 것 이다.

공무원을 한자로는 公僕이라하고 영자로는 civil servant 라고 한다. 동, 서양 공히 공무원을 국민의 하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공복의 역할을 성실히 한 사람 보다는 정치권력의 私奴婢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승진이 빠르고 요직에 기용된다는 것은 공직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권리를 가벼이 여기는 정치권력과 개인의 출세욕이 합쳐져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되고 있는 것 이다.  

일본 전국시대에 “ 사무라이(武士)” 는 모시던 다이묘가 죽거나 몰락하면 “로닌(浪人)” 이 되어 청부살인을 하거나 노름, 도적질을 하며 떠돌았다. 다이묘 다음 계급인 사무라이가 단지 모시던 사람이 죽거나 몰락한 이유만으로 명예를 잃고 사회악으로 전락한 것이다. 본인의 능력이나 실적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의 측근이었다거나 지난 정권에서 승승장구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을 “사무라이”에서 “로닌”으로 전락시키는 일본 역사의 악습이 한국 정치 현실에서 여전히 재연되고 있다.

대전시 고위직 공무원 인사철이 되면 어떤 사람의 능력이나 실적에 평가보다 “모 인사는 선거 때 상대 후보의 모임에 나가서 만세를 부른 사람이다, 모 국장은 전 시장의 측근으로 전 시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람이다” 심지어 “모 인사는 모 전직 시장의 간첩”이라는 비방들이 넘쳐나는 것을 경험했었다. 

능력과 인품, 충성심을 모두 구비한 사람이 없다면 능력이나 인품이 다소 부족해도 충성심이 있는 사람을 측근으로 두고 싶어 하는 것이 정치인의 의리다. 그런 속성을 경험한 공무원들이 특별한 잘못도 없이 “로닌”의 처지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어떤 사람을 “로닌”으로 밀어붙여 본인의 영달을 얻으려하는 행태는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들의 처신으로는 적절치 않다.  

다음 지방선거에 어떤 사람이 단체장이 되느냐가 요즘 대전시 공무원들의 초미의 관심사라고 한다. 전임 시장의 낙마로 내년 선거가 6개월 여 나 남았는데도 다음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로닌”의 신세에 처해질 고위 공무원 살생부가 나돈다고도 한다.

능력도 인품도 부족한 사람들이 정치인에게 줄을 대서 승진을 하고 요직에 기용되는 현실이 엄연한 가운데 공무원들이 이런 처신을 할 수밖에 없도록 조폭의 의리를 강요하는 정치인들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에게 줄을 서는 공무원도 줄 세우는 정치인도 없기를 바란다. 시장이 공석인 대전시에서 공무원들이 때 이르고 부적절한 살생부에 움츠려들면 그 피해는 모두 시민들의 몫 이라는 것을 유념하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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