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사랑을 완성하는 건 감정이 아닌 기술… 그 기술은?”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사랑을 완성하는 건 감정이 아닌 기술… 그 기술은?”
⑤ 에리히 프롬 著 ‘사랑의 기술’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7.1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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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에리히 프롬 (Erich Pinchas Fromm, 1900~1980)의 《사랑의 기술》을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책을 연애 처세술 쯤으로 생각한다. 이 책은 연애할 때나 데이트할 때 아무 소용이 없다. 20세기의 고전 《사랑의 기술》은 영어로 ‘The Art of Loving’이다. 사랑의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다.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닦아야 하는 ‘사랑에 대한 마음과 태도’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누구나 지니고 있다. 사랑을 가르쳐 주거나 문제를 인식시켜 주는 사람은 없다. 프롬은 머리말에서 강력하게 이 문제를 제기한다.

‘사랑’만큼 인간을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든 것이 세상에 있을까.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그럼에도 사랑의 기술을 왜 배우려고 하지 않을까. 사랑보다도 성공, 위신, 돈, 권력이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상호 유리한 ‘거래’라는 관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서로에게 최상의 대상을 찾아냈다고 느낄 때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

이런 형태의 사랑은 두 사람이 친밀할수록 시간이 갈수록, 알면 알수록 친밀감이나 기적적인 면은 점점 줄어들고 적대감·실망감·권태가 생겨나 나중에는 최초의 흥분 잔재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사랑은 단순히 누구나 겪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음악이나 그림이나 건축처럼 하나의 기술이고, 사랑에는 지식과 실천이 요구된다. 이것이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의식이다.

인간의 가장 절실한 욕구는 ‘아담과 이브’ 이래로 분리 상태를 극복해서 ‘고독’이라는 감옥을 떠나려는 욕구이다. 집단의 관습, 관례, 신앙에 지나치게 동조한다. 만인과의 의견 일치는 자기 견해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사랑은 인간으로 하여금 고립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하면서도 각자에게 각자의 특성을 허용하고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시킨다.

사랑의 가장 강력한 기술은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둘로 남아있는 합일이다. 사랑은 사랑받는 문제가 아니고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다. 사랑에 대하여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는 사랑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는 사랑에 너무 익숙해 있다. 그래서 받는 것으로만 인식한다. 이는 그림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어도 기술을 배우지 않고 올바른 대상만 고르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같다. 남자들이 권력을 갖고 돈을 모으는 것도, 여성이 몸을 가꾸어 매력을 갖추는 것도 바로 사랑받기 위함이다.

사랑은 행위이다. ‘준다’는 능동적 활동이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 자신의 생명을 준다. 자기 자신 속에 살아있는 것을 준다. 자신의 생명을 줌으로써 타인을 풍요롭게 하고, 자기 자신의 생명감을 고양시킨다. 주는 것은 받는 것보다 더 즐겁다.

사랑의 능력은 보호, 존경, 책임, 지식이다. 이들은 상호 의존적이다. 사랑은 끊임없이 연마해야 하는 자기 인격 모두이다. 모성애처럼 어머니가 자식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거나,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꽃에 물을 주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사랑이 없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일을 자신의 일로 여기는 책임의식이다. 존경은 자유를 바탕으로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두려움이나 외경은 아니다. 존경이 없다면 책임은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이해하여 합일의 경험으로 만족을 얻는다.

사랑은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는 아니다. 개인적 영역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사랑은 사회학이다. 사랑은 사회 전체,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하여 모든 사람, 전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은 단지 개인주의적인 주변적 현상이 아니다. 관료조직, 직업정치가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도 사랑할 줄 아는 본성과 일치를 이루는 조건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프롬이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한 히틀러의 야만적 파시즘이나 산업사회의 인간소외 현상도 결국은 사랑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사랑은 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눈다. 가장 기본적인 사랑인 형제애(兄弟愛), 사랑하는 자의 행복이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모성애(母性愛), 심판으로 좌우되는 부성애(父性愛), 육체적으로 서로를 원하는 성애(性愛), 이기적인 자기애(自己愛), 가장 바람직한 선(善)인 신(神)에 대한 사랑이 있다.

프롬은 현대 서구사회에서 사랑의 붕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다. 시장의 원리, 자본의 힘이 노동력을 지배한다. 인간은 개성을 잃고 소모적인 기계의 톱니바퀴가 불과하다. 현대인은 소외된 자동기계로 군중 속에 고독, 따돌림을 의식하고 불안한 실존적인 의식이 깔려있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하여 오락산업을 즐기고 결혼으로 고독에서 벗어날 안식처를 찾는다. 자동기계는 사랑할 수 없다. 부부 두 사람은 자신의 명예와 우월감, 공명심을 유지하기 위하여 게임의 규칙에 따르고 있다. 행복한 결혼 개념은 두 사람이 원활한 기능을 가진 하나의 팀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이 ‘사이비 사랑’은 분리의 벽을 허물지 않은 채로 평생 동안 남남으로 남아있고, 서로 예의 바르게 대우하고, 서로 호의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겉만 부부’이다.

어머니들은 미숙한 아들을 자기 안에 묶어 두려한다. 아들은 노예적인 방법으로 아버지에 집착한다. 사랑과 정의와 진리에 있어서 신과 일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사업에 있어서 신을 동업자로 전락시켰다. 세 살 난 어린아이처럼, 아버지가 필요할 때 아버지를 찾는 우상숭배 하는 원시부족에 가깝다.

사랑의 기술은 실천이 되어야 한다. 실천을 위해서는 전 생애를 통하여 훈련이 요구된다. 긴장, 각성, 고양된 생명력의 상태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이는 자기성찰이다. 홀로 있는 것을 배우고 자기 자신에 민감하게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 자아도취를 벗어나 객관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랑은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산적 관찰과 사고에 기초를 둔 신앙에 가까운 독립된 확신에 뿌리박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책표지에 이렇게 쓰여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세 번은 읽어야 된다. 알면 알수록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누구도 이처럼 사랑을 진지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사랑이 얼마나 중헌디? 인간을 구하고 세상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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