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미투운동과 권력
[시사프리즘] 미투운동과 권력
  •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8.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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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문재인 정권들어 지난 촛불정국의 적폐청산 일환으로 미투 운동이 한창이다. 최근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나도 당했다, 나도 고발한다)이 우리사회에서 올 1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게시판에 서지현 검사가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이후로 봇물 터지듯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서검사는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가해자 안태근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이 사건으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였으며 이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한국판 미투 운동이 언론계, 정치계, 학계 및 대학가, 문화계, 출판계, 연극계, 영화계, 음악계, 만화계, 기업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확산되어 가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가장 추한 성폭력, 성희롱, 성범죄 영역이 여성들의 피눈물어린 용기와 고백, 참여 그리고 지지로 그간 피해사실을 숨겨왔던 금기영역이 적나라하게 폭로되고 있는 중이다.


미투 운동은 지난 2017년 10월 5일, 미국 뉴욕 타임스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이 수 십년에 걸쳐 성추행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을 보도해 파문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이 운동은 경찰, 검찰 등을 통한 정상적인 방법의 해결이 불가능한 성범죄를 대중에 폭로하여 해결하려는 의도였다. 이를테면 지금껏 성폭력 피해 사실을 숨긴 피해자들이 ‘이제부터 성범죄를 더는 묵과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다.  성폭력은 강간, 윤간, 강도강간뿐만 아니라 성추행, 언어적 희롱, 음란전화, 성기노출, 어린이 성추행, 아내강간 등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가해지는 성적 행위로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한다’는 의미는 상대방이 원치 않거나 거부하는 행위를 상대방에게 계속하거나 강요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폭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인한 행동제약을 유발시키는 것도 간접적인 성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의 언행으로 성적 수치심 또는 모욕감을 느꼈는지의 여부에 따라 성희롱이냐 아니냐가 구분될 수 있고, 가해자가 성희롱의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느꼈다면, 상습성·반복성·집요함 등이 없더라도 성희롱으로 여겨질 수 있다.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성의 역사(History of Sex, I. II. II. III’에서 성(Sex)을 중요한 요소로서 손꼽은 바 있다. 푸코는 자신의 ‘성의 역사’에서 ‘앎의 의지’(1976), ‘쾌락의 활용’(1984), ‘자기에의 배려’(1984) 등 세 권의 책을 통해 성의 담론을 촉발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사에서 성의 역사는 남성이 여성을 오래 동안 지배해 온 역사이다. 푸코에 의하면, 성이 일상적인 관습들과 남성들의 대규모 권력조직을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대부분의 사회 이론에서 권력이 욕망을 억압한다고 보았다면, 푸코는 권력을 남성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지는 특성으로 보았다. 푸코는 우리가 과거 100년 동안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던 성이 어떻게 사회질서를 규제해 왔는지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성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권력이 어떻게 강력한 전달체로서 집중되어 왔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푸코가 보기에 그 당시 남성들의 권력은 욕망, 권력과 지식에 의해서 유발됐다. 권력은 지식을 산출하고 서로 직접적으로 성에 관여해 왔다. 또한 어떤 남성들이 지식의 영역과의 상관관계가 구성되지 않으면, 권력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동시에 권력적인 관계를 구성하지 않은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은 우리의 삶에 가장 깊숙한 곳까지 개입하여 지식과 결탁하여 우리의 몸을 순응적인 형태로 길들이게 한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은 그동안 남성들이 암암리에 지식학벌로 상위 신분에 오른 뒤에 조직 내 권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성평등 외침의 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이 진영논리에 입각한 음모론적 시각이 유입된 정치적 분쟁거리는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미투 운동은 남녀성별을 불문하고 약자가 서로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사회적 관심을 통해 그동안 여성들이 받아왔던 불이익을 근절하고, 잘못된 남성중심의 성문화와 성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여성인권과 성평등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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