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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의 세상읽기]사적 권력에 취한 어떤 명함의 위세

    [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한 나라 세우는데 천년도 부족, 무너뜨리는 데는 한 시간
    “저는 명함이 없어서...”
    직장을 정리한 후 수년 째 명함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일단 명함이 필요한 외부 활동에 나서는 일이 드문 데다 개인적으로도 나를 설명해야 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 직장 생활을 했고, 그것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먼저 명함을 건네는 일은 쑥쓰러움이 앞서 늘 익숙하지 않았다. 명함을 갖고 다니지 않는 데는 이 같은 내 개인적 성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명함, 비에 젖은 낙엽만큼의 취급도 못 받는 종이조각이건만
    최근 유력 언론사의 간부조차 그로부터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받는 것 자체가 언론인으로서의 위상을 입증한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무소불위의 전방위적 권력을 행사하는 누구나 다 아는 바로 국내 1위인 그 기업의 언론 관리와 통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혹시 이 정도 기업 임원의 명함쯤 되면 가문의 영광으로 감읍해서 잘 보관할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명함들은 비온 후 도로 위에 들러붙은 낙엽만큼의 취급도 받지 못한다. 나 역시 내가 받은 숱한 명함들을 소중하게 관리.간수하지 못하고 있다. 내 명함 역시 그렇게 굴러다닐 것이 뻔하다. 그래서 명함 건네는 것에 더 소극적인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대부분은 별 볼일 없는 ‘명함’ 한 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정가의 이슈가 됐다. 연분홍빛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한 3월의 끝날, 지역 언론은 물론이고 전국 미디어들은 일제히 “'술값 대신 명함 건넨' 민주당 대전시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 냈다.

    술값 대신 명함 건넨 민주당 대전시당, 만우절 가짜 뉴스인줄
    다음 날이 마침 만우절이어서 만우절 농담 아니면 가짜뉴스인가 싶기도 했다. 위조지폐도 아니고, 반지나 시계를 맡긴 것도 아니고 ‘술값 대신 명함’이라니 터무니가 없어도 너무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팩트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지역의 특정 언론사 기자 몇몇과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가졌다가 뒤탈이 난 것이다. 2차 술자리로 난생 처음 간 한 호프집에서 생면부지인 주인의 동의도 없이 외상 술값 대신 명함을 주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시당 측은 호프집 주인이 이 같은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려 물의가 빚어지자 “술값을 계산하려다 카드 사용이 안 돼 불가피하게 외상을 하게 됐으며, 다음 날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또 행사를 주관했던 시당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 역시 발 빠르고 정중한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자기들은 명함으로 사는 사람들이니까 믿으라는 사람들
    "(외상이) 안된다고 하니 자기들은 명함으로 사는 사람들이니까 믿으라고 했다"며 ”당당하게 명함을 주고 (가게를) 나갔다"고 주장한 대목에서는 으스대는 그 얄팍한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외상 술값 대신 명함’ 사건은 일반 모임이었다면 있을 수 있는 작은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 구성원들이 높은 지지율에 고무돼 ‘사적 권력(private power)’에 취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과시하며 힘을 행사하려는 이른바 ‘완장질’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명함을 과시하며 당당히 외상을 요구했을까. 무전취식으로 당장 경찰에 신고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대신 결제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논쟁거리다. 일단 결제하고 추후에 돌려받았어도 됐을 텐 데 말이다.

    수치화된 여론조사와 결 다른 민심, 선거판은 도처가 지뢰밭
    70%대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당의 지지율도 50%를 넘다들다 보니 민주당 일부에서는 세상이 다 자기네 것처럼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여론을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할 처지가 못 된다.

    당장 단체장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입에 담기도 민망한 성폭행 의혹으로 도중에 하차한 대전 충남의 경우 밑바닥 민심은 수치화된 여론조사와는 결이 다르다.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6.13 지방선거는 무려 두 달 이상이나 남았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태풍으로 변할 수 있듯 선거판이라는 것은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고 끝날 때까지 도처가 지뢰밭이다.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당 대전시당이 주최한 술자리가 공직선거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 및 후보자의 가족 등의 기부행위제한(114조)’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선 상태다. 결과에 따라 후폭풍도 예상할 수 있다.

    작은 나비의 가벼운 날개짓, 언제든 태풍으로 변할 수 있어
    알량한 권력질과 완장질, 갑질에 진절머리가 난 우리사회다. “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일천년도 부족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단 한 시간으로도 족하다”는 바이런의 경구는 되새기고 또 되새겨도 부족하지 않다.

    봄날 벚꽃에 취하듯 권력에 취하다 발을 헛딛는 순간 낭떠러지가 코앞일 수 있다. 당장은 고요한 태풍의 눈이 언제 태풍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김선미 언론인  edita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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