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를 한차례 여행을 해 보았다. 유럽은 경비의 소요가 크지만 꼭 가보고 나면 배울 것이 많은 선진국임을 부정 할 수 없다. 유럽 여행을 갈 기회가 또 다시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이탈리아를 꼭 가야겠다며 여러 해 동안을 계획 중이다. 이탈리아 땅에서 누군가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면 프랑스에서는 잘 살피고 다루어서 제도화시키고,독일인이 이를 오래도록 철저히 지킨다는 세간의 말 이있다.
독일은 무언가를 ‘지키는’ 데 선수다. 도심 문화재를 ‘지키느라’ 주위에 더 높은 건물은 못 짓게 한다. 생뚱 맞지만 또 축구는 어떠한가. 어디까지나 각자의 포지션을 굳세게 ‘지키며’ 절대 ‘오버’하는 법이 없다.
독일 축구에 질려버린 영국 축구의 전설 리네커는 토로한다. “축구란 22명의 남자가 한참을 공만 쫓아다니다 결국은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라고도 하였다.
왜 그렇게 결론을 내리는걸까? 아끼려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건축물도 사실은, “멀쩡하고 근사하기만 한데 왜 헛돈을 쓰지?”, 축구는, 이건 정신없이 90분을 뛰어야한다. 체력을 절약(?)해야 페이스를 유지하고 실점을 안 하는 게 득이다.
이런 식이 생각의 바탕 아닐까, 모든 걸 축척하는 독일인은 예전부터도 돈 안 들이고 효율 지향적인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금욕에 지친 수도사들은 물에다 홉과 보리를 섞어 맥주를 만들었다. 푸줏간에선 못 먹는 돼지 부속까지 샅샅이 챙겨 소시지를 탄생시키고, 빵은 일부러 반죽을 거칠게 해 딱딱하게 해놓았다.
그래야 두고두고 오래 먹으니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본좌 영국, 문화·예술과 자유정신의 프랑스, 그렇다면 독일은 내내 절치부심한 것 같다. 결국에 남은 건 경제와 기술 아니겠는가.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두툼한 지갑에다 탄탄한 기초과학 기반의 하이테크, 최근엔 국가 브랜드 이미지 챔피언까지 독일은 강성하기만 하다. 이를 ‘지키기’, ‘아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리기’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틈만 나면 진심으로 사죄하는, 유대인을 향한 태도를 보라.
인동초 김대중, 독재 정권에 항거하여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기여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한민국의 전 대통령이 80년대에 군사정권에 의하여 감금 되어 있던, 한평 남짓한 청주 교도소의 수형공간도 보존되어 역사적 공간이 후세에 전하여 지켜지고 아끼고 기려지길 고대해 본다.
천박한 자본주의적 잣대와 실용을 내세우며 구도심을 개발하여 역사적 흔적 조차 뭉개버렸던, 철 없고 혼이 없었던, 전 정권의 몰지각함을 지금의 살아있는 권력은 답습하지 않길 바랄 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