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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인] 문화융성의 시대, ‘컬처 크리에이터’를 꿈꾸다한복 디자이너 권진순

    [굿모닝충청 김훈탁 기자] 권진순 한복 디자이너(59·권진순옛옷 대표)는 요란스럽지 않게 ‘한복 한류’를 이끌어 온 아티스트다. ‘K-POP’이 뜨기 한참 전부터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를 비롯해 헝가리, 중국, 몽골 등 세계 각국에서 ‘K-FASHION, 한복’을 선보이며 조용하고, 고집스럽게 한복 한류를 알린 문화 전도사다.


    한복 한류의 고집은 아름다움을 세계인과 공유하겠다는 신념에서 시작됐다. 전통한복의 ‘우아미’를 소개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의 지평을 선보이겠다는 신념이다. 때문에 그녀가 한 땀 한 땀 재해석한 창의적이고 진중한 작품들은 언제나 감탄사를 낳는다.

    이미 패션계에 굵직한 궤적을 남겼지만 권진순은 자기소개에 서툴다. 서울 유명 백화점 바이어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찾아오고, 세계 패션 1번지 파리 런웨이에서 한복쇼를 펼칠 때도 그녀는 그저 “한복집하는 권진순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평생 한복만 바라보며 뜨겁게 살아온 그가 요즘 달라졌다. ‘컬처 크리에이터 권진순’이라는 알 듯 모를듯한 인사 부터가 새롭다.

    ”한복으로 평생 살아왔으니 한복을 닮은 일을 해보려 한다”는 말로 운을 뗀 뒤 “한복이 그렇잖아요. 입으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따뜻해지고, 멋스러움이 유별나잖아요.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열정과 온기를 나눠주는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어요.”

    ‘컬처 크리에이터’라는 직함도 그렇게 탄생했다. 한복 디자이너로서 오랜 내공과 타고난 미적 감각, 객체와 사물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지닌 그녀다. 뭔가 일을 꾸미는 것이 수상한(?) 그녀지만 분명 대전·충청 문화예술계에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결기가 가득하다.

    “우선 제가 가장 잘 아는 곳,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관심 갖고 들여다보면서 문화적 가치들을 크리에이티브하게 묶어 내는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이질적인 것이라도 ‘동네’와 ‘문화’라는 키워드 속에서 조각보 잇듯 이어가다보면 새로운 방식의 도시재생, 마을만들기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눈여겨보고 있는 곳은 대전 서구의 탄방동입니다. 안동 권씨 집성촌이었던 곳이어서 탄옹 권시 선생님의 사적지와 도산서원, 남선체육공원 등이 어우러진 곳이죠. 이곳을 ‘문화벨트’로 연결하면 문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권진순 컬처 크리에이터의 첫 번째 도전과제는 한복처럼 ‘문화’를 입혀 동네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다. 동네 주민의 삶과 문화,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새로운 가치로 디자인하는 일인 셈이다. 전통과 문화와 동네의 리디자인(re-design)은 어렵지만 의미있다. 그리고, 분명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끊임없이, 고집스럽게 예술혼을 뿜어내는 그녀의 DNA는 아버지의 유산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대전·충청지역 소설문학을 이끌었던 작가 권선근이다. 지난 1989년에 작고한 권선근 작가는 숯뱅이 선비 문인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숯뱅이는 탄방동의 다른 이름이다.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딸이기에 아버지의 발자취는 그녀의 예술 세계에도 짙은 문양을 남겼다. 그녀가 ‘탄방동’에 애착을 갖는 이유기도 하다. 숯뱅이 선비 작가의 딸도 탄방동에서 나고 자랐다. 그녀는 자신의 59년의 인생을 반추할 때면 어김없이 ‘숯뱅이, 탄방동’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말한다.

    “제 기억 속에 지금의 도산서원(탄방동 220-1번지) 주변과 둔산 3동 일원이 할아버지 땅이었어요. 한복디자이너로 이름이 조금 알려졌지만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탄방동에 머문 것도 가족과의 추억 때문인지도 몰라요.”

    컬처 크리에이터 권진순의 요즘 화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추억(옛것) 위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의지다. 옛것에 토대를 두면서도 유연하게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으로 만들어 가면서도 근본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다.

    “우리의 미래는 지역, 작게는 마을에 있다고 생각해요. 동네가 살아나야 주민들이 오래도록 머물면서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가꾸고 살아갈 테니까요. 동네의 유산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해요.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취지로 마을에 많은 관심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건물을 짓고, 길을 넓히는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모습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저는 제가 가장 잘 아는 탄방동에서 소소한 문화적 가치와 가능성을 찾아볼까 합니다.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면 더 많은 마을들을 디자인해보고 싶어요.”

    ‘한복집 하는 권진순’에서 ‘컬처 크리에이티브를 꿈꾸는 권진순’으로의 변화는 흥미진진하다. 마침 문화 융성의 시대다. 그녀가 제일 잘 아는 곳에서 가장 잘 하는 일을 하겠다는 ‘컬처 크리에이터’ 권진순의 내일이 궁금하다.


    김훈탁 기자  kht00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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