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얼마 전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녀가 한참 동안이나 수다를 떨던 끝에 아내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와~ 참 좋은 소식이네! 네 아빠 바꿔줄게.”
내가 전화를 받자 딸은 임신했다는 낭보를 전해주는 게 아닌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구나! 축하한다! 임산부는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돼. 그리고 먹고 싶은 건 참지 말고 다 잘 먹고…”
통화를 마쳤지만 하늘을 붕붕 나는 듯 고무된 기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아, 나도 이제 내년이면 드디어 할아버지가 되는구나! 재작년에 결혼한 딸은 입때껏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정작 우리 부부보다 시어머니로부터는 눈총깨나 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내년에 아기 엄마가 되면 시댁으로부터도 존중(?)을 받을 게 틀림없다. <예비 엄마들을 위한 엄마 육아 계발서 - 진짜 엄마 준비> (저자 정선애 / 출간 행복에너지)는 결혼 후 쌍둥이 딸을 출산하고 부터의 전쟁기(戰爭記)를 집필한 역작이다.
아기를 낳아본 엄마들은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하나도 아닌 쌍둥이 아기라고 한다면 그 엄마의 삶은 모든 게 아기들을 위한 것에만 맞춰야 한다. 이를 모두 열거한다는 건 지면 상 한계가 있겠기에 저자의 ‘고백’을 차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엄마가 된 후에 생긴 것들(P.25) --- 주부습진, 수면부족, 만성피로, 어깨결림, 허리통증, 굵은팔뚝, 다리알통, 거친피부, 처진뱃살> 하나같이 듣기만 해도 안타깝고 우울한 ‘팩트’가 아닐 수 없었다.
다만 끝에서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사자성어’를 발견하였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건 바로 ‘엄마미소’였다. 현직 교사인 저자는 산후우울증 등의 출산 후유증을 선생님스럽게 효율적 독서로 타파했다.
더불어 아이는 아내 혼자만의 독박육아가 아닌 까닭에 남편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만다행’으로 저자의 남편 역시 교편을 잡고 있었기에 6개월 육아휴직이 가능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일컬어 ‘신의 한 수’라고까지 극찬했다. 더불어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육아휴직을 해도 월급이 100% 지급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주지하듯 우리나라는 저출산(低出産)의 우울한 기류에 휩싸여 있다.
청년실업과 고령화, 양극화와 저성장 문제도 심각하지만 저출산의 기조 확산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시대적 화두로 급부상했다. 프랑스와 스웨덴이 유럽 출산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원인을 잠시 고찰해 본다.
프랑스는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정책으로 임신에서부터 출산, 양육, 교육까지 모든 과정에서 현금 지원이 이뤄진다. 또한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면 6~18세까지 ‘입학수당’이 연령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고 하니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은 부모합산 자녀 당 480일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며 통상임금의 80%가 지급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데 이 모든 비용이 무료이기에 이들 국가들은 보육(保育)으로서도 명실상부 선진국인 셈이다.
저자는 또한 자신처럼 육아에 대해 아는 것이 적거나 두려움이 있는 엄마들은 물론이요 육아에 부딪히며 한계와 좌절을 경험하는 엄마들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을 딸은 물론이거니와 올 봄에 아들의 평생 배필이 된 며느리에게도 선물하고픈 충동이 일었다. “얘들아, 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으니 부디 건강한 손주만 보게 해 다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